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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인가 '줄서기' 인가?

“서해교전 첩보보고 묵살” 정치공방 확산

'내부고발'인가 '줄서기'인가?

지난 6.29 서해교전 직전 북한군 도발 가능성이 크다는 결정적인 정보를 군 수뇌부에 보고했으나 묵살됐다는 의혹과 관련, 정치권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

애국적 충정의 내부고발이란 주장과 임기말 줄서기용 군기문란행위란 주장이 팽팽히 맞선 형국이다.

그러나 그 경위야 어찌됐든 이런 논란이 벌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임기말 레임덕현상의 상징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권력 핵심이라 할 군, 그것도 정보 관련 핵심부서에서 촉발된 논란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국방부 한소장 해임, 한소장 추가 폭로로 맞대응**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이 사실을 폭로한 한철용 소장을 5일 보직해임했다. 국방부는 또 김승광 국방개혁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 국방부 감사관실, 정보분야 관계자 등 10명의 조사단을 투입해 7일부터 한 소장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한 소장은 보직해임 이후에도 언론을 통해 “결코 개인적 이익 차원의 돌발 행동이 아니며 군인의 명예를 걸고 진실을 가리기 위해 결심한 것”이라며 추가 사실을 폭로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정치권도 이번 논란에 적극 개입, 극한 정쟁으로 치달을 것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DJ 정부와 민주당이 이적행위·국기문란 범죄마저 축소·은폐하려 한다"며 한 소장을 적극 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한 소장과 한나라당과의 유착설’ 등을 제기하며 “한 소장이 군사기밀을 공개된 장소에서 노출한 것은 이적행위"라며 "한 소장을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선정국을 맞아 일부 공직자들의 정치권 줄대기, 각종 기밀유출, 무사안일 등 공직기강 해이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처해 있다고 판단, 강도높은 공직기강 점검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김동신 전 장관이 일부 항목 삭제 지시”**

4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북한통신감청부대인 5679부대 한철용 부대장은 “6.29 서해교전 전 김동신 당시 국방장관에게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보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철용 소장과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 국방부 답변 등을 종합하면 서해교전이 일어나기 16일 전인 6월13일 5679부대는 북한 함정의 연속된 북방한계선 침범에 따른 ‘부대의견’을 상급부대인 합참 정보본부에 제출했다.

이 부대는 북한의 침범의도를 ▲북 해군의 전투검열과 관련된 침범 ▲월드컵, 국회의원 재보선과 관련한 한국내 긴장고조 의도 배제불가 ▲해군 작전활동 탐지 의도 ▲단순 침범 등 4가지로 나열했다.

박세환 의원은 “김동신 전 장관이 둘째·셋째 항목의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도 이날 국감장에서 기밀서류인 ‘블랙 북’(북한첩보 관련 1일 보고서)까지 내보이며 “이 부대의 이전 보고내용과 나중 보고내용이 다르다”고 거들었다.

김동신 전 장관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김 전장관은 “이 보고를 정형진 합참 정보융합실장(육군 준장)을 통해 받았으며, 보고에 단순침범부터 도발 가능성까지 다 열거돼 있어 어느 것이 맞는지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합참 정보부서에서 다시 정리해 보고하라고 질책한 적이 있을 뿐, 정보보고를 묵살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 언론 통해 추가 폭로**

한 소장은 5일 보직해임 이후에도 언론과 접촉해 추가 사실을 폭로하는 등 한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다.

우선 언론을 통해 6일 5679부대의 예하부대장인 윤영삼 대령이 작성한 ‘보고서 수정 요구 경위서’가 공개됐다. 경위서에는 “6월 14일 오전 9-10시 사이 정형진 정보융합실장의 호출을 받고 면담한 자리에서 정 실장이 5679 부대 일일정보보고서를 보여주며 장관이 ‘보고내용 중 2번과 3번 판단 내용은 삭제해 전파하라’고 했다”고 적혀 있다. 한 소장은 이 경위서에 대해 “나중에 다른 말을 하지 말라며 ‘증거’ 차원에서 윤 대령에게 자필로 쓰게 해 받아 보관 중이었다”고 밝혔다.

한 소장은 또 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전 직전인 6월 13일과 27일, 북한군 상부가 일선 부대에 도발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각각 8자, 15자의 북한군 교신 내용을 감청, 상부에 보고했다 ▲6월 14일 정형진 정보융합실장 등 군 정보수뇌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첩보 내용을 상세히 보고했다는 등 새로운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다.

한 소장은 자신의 폭로에 대해 “정치권과의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며 “결코 개인적 이익 차원의 돌발행동이 아니며 군인의 명예를 걸고 진실을 가리기 위해 결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정치권 줄대기에 고강도 감찰**

한편 군내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방부가 정권말기 권력누수 현상의 한복판에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더구나 한 소장이 국감에서 폭탄발언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이미 군내에 한달여 전부터 퍼져 있었는데도 이를 말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한 소장의 이같은 폭로가 진급탈락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우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이런 단순한 원인으로 촉발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군사적 실체에 대해 둔감했다는 불만이 오래전부터 군 내부에서 제기돼 왔으며 한 소장의 발언은 이런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국방위에서 병풍 사건과 관련해 고석 국방부 법무과장(대령)과 이명현 연합사 법무참모(중령), 유관석 1군사령부 법무참모(소령)가 엇갈리는 진술을 한 것도 군 내부의 갈등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군,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금감위 등 국가 권력 및 정보 중추기관들의 내부 동요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판단, 강도 높은 공직기강 점검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오는 9일께 김석수 총리 명의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별지시'를 각 부처에 시달한 뒤 감사원, 총리실, 행정자치부 등을 중심으로 고강도의 공직기강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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