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는 1일 "대선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가능하면 내가 후보가 됐으면 하나,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당선될 수 없고 당선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만큼 여론을 존중해서 하겠다"며 후보단일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정 후보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힌 뒤,"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의 후보단일화는 둘 다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말해 발언 배경에 대한 각종 해석을 낳고 있다.
정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자신의 지지도가 연말 대선전까지 현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지지하고 중도사퇴할 수도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현재 그에게 집중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세를 희석시키기 위한 전술적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 후보의 발언은 기존 정치권에 혐오감을 느껴 정 후보를 지지하는 지지층들의 정서와 상당부분 괴리되는 것으로, 그의 참신성을 희석시키는 악재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북사업은 현대 능력에 비해 큰 사업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 의원과 현대간 관계에 질문이 쏟아졌고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현대와의 유착 가능성을 부인하고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정 후보는 '대북 4억달러 지원설'에 대해 "국정조사를 포함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 빨리 진상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현대가 능력에 비해 큰 사업(금강산관광 사업)을 너무 빨리 벌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선거운동에 대한 현대측의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누구든 법을 어기면 처벌받아야 한다"며 "둘째형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큰 회사 책임자로서 공사(公私)를 구별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또 현대중공업 주식 취득 당시 세금납부 문제와 관련, "아버지(고 정주영씨)가 증여세와 상속세를 안내고 버틸 수 있는 비결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세무조사와 정기조사가 있어 세금을 다 낸 것으로 아나 액수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 참여세력과 관련, "정치인들 중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는 만큼 인권탄압과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과는 당을 같이 할 생각이 없다"면서 "깨끗한 정치의 취지에 공감하면 함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축구협회장직 사퇴 여부에 대해 "축구협회장직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직을 그만두는 것이 축구발전과 공명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당장 그만두겠으나 상대편이 (대선공세 차원에서) 그렇게 말한다면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또 "대통령이 되면 총리에게 각료 제청을 하도록 할 것이나 총리 인준 전에(총리 지명자가)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통령이 경제분야에 대한 지시를 하려면 총리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력 있다고 공직 취임 못하나"**
정 후보는 "아랫사람에게 엄격하다, 무자비하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매일 매일 잠자기 전에 '오늘도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마친다"며 "엄격은 좋지만 무자비는 나쁘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아랫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집사람도 '딱딱해서 사는 재미가 없다'고 한다"고 말하고 "제 자신이 엄격해지려고 하고 같이 하는 분들과도 좀더 잘하자고 부탁하고 있다"고 자신의 성격과 관련된 질문을 적극 해명했다.
정 후보는 특히 한 패널이 "박세직 전 월드컵 조직위원장이 인터뷰에서 정 의원을 독선적이라고 평가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민주당 중진을 월드컵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기사가 나자 박 위원장이 반발해 사퇴한 것"이라며 박 위원장의 사임 경위를 설명했다.
정 후보는 "내가 부족한 점이 많아 그런 평가가 나도는 것 같다"며 "(박 위원장과) 사이가 나쁘다고 언론에 났는데 박 위원장이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공식서신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부와 권력을 동시에 가지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경제력이 있다고 주요공직에 취임 못한다는 논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체를 기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빌 게이츠가 우리나라에 와서 경제장관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또 "캠프에 정치 아마추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현실적인 힘을 과소평가한 순진한 처사 아니냐"는 질문에는 "어떤 신문이 '다국적군'이라고 표현했는데 요즘 다국적군이 힘을 잘 쓴다"고 맞받아쳤다.
***김지하, 백기완씨 존경**
'정몽준 화법'을 소재로 한 '허무개그'가 유행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전 TV 토론에서 사회자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좀 심했다"며 "나쁜 말을 골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심하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생모 문제와 관련, 한 주간지가 부인 김영명 여사와 인터뷰한 내용이 거론되자 "집사람한테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그 부분은 나한테 물어야 할 문제"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한다는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을 외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후보는 "집에 김 시인의 시가 2점 있는데 '타는 목마름'이란 시는 길어서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이 부분만 기억한다"고 말했다.
또 "김 시인과 정 의원의 삶은 상반되는데 어떻게 좋아하나"라는 질문에 "한겨울에 난방시설도 없는데 돌멩이 사이에 풀이 피는 것을 보며 생명의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한 김지하 선생의 글을 봤다"며 "재야활동을 한 백기완 선생도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는 문창극 중앙일보 이사가 맡았고 패널로는 전진우 동아일보 논설위원, 김현일 중앙일보 논설위원, 배정근 한국일보 경제부장, 황정미 세계일보 정치부차장, 김형민 SBS 선거방송기획팀 부장이 나섰다.
***"초당파 탕평책 구현하겠다"**
한편 토론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정 후보는 "(당선되면) 초당파적 대통령으로서 의회 중심의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며 "지연과 혈연, 학연의 연고주의 고리를 끊고 정치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는 등 영.정조 시대의 탕평책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또 "대통령의 권한을 과감히 위임, 작지만 강한 정치를 구현하겠다"면서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 금감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국정원장 등 6개 부처 장관에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개혁 방안과 관련, 정 후보는 ▲중앙당 당사의 국회 이전 ▲지구당의 협의체운영 ▲대변인제 폐지 ▲정책위의장과 원내총무에 대한 실질적 권한 부여 ▲국회의원개개인의 의사 존중 등을 제시하고 "돈으로 움직이는 정치, 한사람의 뜻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정치를 배격하겠다"고 주장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에서 감상적인 온정주의도 위험하지만 더욱 위험한 것은 남과 북을 적대적 위치로 후퇴시키는 경직된 사고"라며 "대화로 남북문제를 풀어가고 북한이 미국, 일본과 국교를 맺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밖에 ▲정치와 행정의 분리 ▲경제성장 제일주의 배격 ▲주변 4개국에 대한 미래지향적 외교 추진 ▲특수목적고 등 다양한 교육시스템을 통한 교육선택권 확대 및 교사, 학부형 등이 참가하는 교육정책위 설치 ▲여성의 정치참여 할당제 실시 ▲농수산업 경쟁력 제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내걸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