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27일 "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혀 민주당 내분 정리의 단초를 제공했다. 하루전 '민주당 사수'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한걸음 더 나아간 입장 표명이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의 적통으로서 선거 유·불리와 관계없이 민주당을 지킨다는 뜻"이라며 "대표로서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한 노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이같은 입장 정리로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와 탈당 배수진을 친 채 정몽준 의원과의 후보단일화를 압박해온 반노·비노측간 팽팽한 세력균형이 선대위쪽으로 쏠려 선대위의 활동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 대표의 명확한 지지선언은 노무현 후보의 입지를 공고히할 것이므로 이회창-노무현-정몽준 3자 대결 구도가 정착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 반노·비노세력의 신당 합류를 기대하던 정몽준 의원 측은 한 대표의 결정에 따라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편들기 아닌 원칙과 명분의 문제"**
한 대표는 이날 "정치에선 원칙과 명분을 지키는 게 결국 역사적으로도 살아남는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이념을 계승하고 지켜야 하는 내 입장에서 선거에 다소 불리하다고 민주당을 버리고 다른 쪽으로 갈 수야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한 대표는 노 후보와 반노·비노파 갈등에서 어느 한편을 든다는 차원이 아니라 원칙과 명분 면에서 행보를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과 명분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지율 변화 등 판세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대표의 이런 입장 정리로 한대표 직계 의원들이 선대위에 적극 참여, 활동하게 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좌표설정에 고심하던 중도파 의원 상당수도 한 대표의 행보를 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광옥·정균환 최고 반응 주목**
그러나 한 대표도 "일부 이탈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인정했다.
또 반노.비노측의 통합수임기구 구성 의결을 위한 당무회의 소집 요구와 관련, 한 대표는 "내가 (먼저) 소집할 생각은 없으나 당헌.당규에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당헌.당규에 따른 요건을 갖춰 당무회의 소집을 요구할 경우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반노.비노파의 탈당 규모와 관련, 한 대표와 함께 민주당 정통세력임을 자임해왔지만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한광옥, 정균환 최고위원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이 한 대표의 결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반노.비노 세력의 축소여부와 탈당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비노 서명파인 최명헌 의원과 탈당파인 박상규, 김원길 의원, 김영배 고문, 중도개혁포럼의 박벽석 의원, 반노 진영의 원유철 의원 등 각 정파 15명은 26, 27일 잇따라 만나 오는 30일 노후보 선대위 출정식에 앞서 후보단일화 추진협의회를 출범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3강 구도 강화, 정몽준 신당 타격 받을 듯**
한편 한 대표의 이같은 결정은 대선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내 노 후보 입지가 강화됨에 따라 노 후보의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기대된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이회창≒정몽준〉노무현', 즉 '2강1중'의 양상을 보이던 구도가 '3강' 구도로 정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또 한 대표의 입장 정리는 '정몽준 신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말 창당을 공언한 정 의원의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발언은 민주당내 반노.비노파 의원들의 합류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따라서 한 대표의 이같은 결정으로 탈당 의원이 줄어들 경우, 향후 정 의원의 행보에 적지 않은 타격이 가해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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