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민주당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선언, 민주당 내분사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대표는 26일 노무현 후보도 참석한 당 21세기국정자문위원회에서 "민주화 투쟁한 사람들은 여당하든 야당하든 상관없지만 여당했던 사람들은 '야당할 수 있느냐'며 걱정의 몸부림을 해 당내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재 당이 시끄럽지만 나혼자 당에 남더라도 민주당 간판을 들고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당 일각의 '탈당설'을 겨냥, 정면으로 당 사수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노 후보, 한 대표 연대 정상 복원?**
노무현 후보도 이날 한 대표 발언에 앞서 "한 대표는 수십년 민주화의 한길을 걸어온 지도자"라고 한 대표를 추켜세우고, "정치를 바로 세우고 특권을 해소하며 서민과 중산층이 역사의 주인이 되는 사회를 추구하는 한 대표의 미래정치 지향점은 나와 마찬가지"라며 동질성을 강조했다.
당-선대위 분리 파동을 거치며 한때 이상기류설이 나돌던 노 후보와 한 대표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대표가 '당 사수' 의지를 피력하며 화답, 일단 노-한 연대는 정상으로 복원되는 조짐이다.
그러나 한 대표는 곧이어 "당의 단합과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인간에겐 한계가 있어 할 수 없는 일은 못한다"고 덧붙여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탈당파 입지 위축, 노 후보 당 개혁 수위 조절**
한 대표의 이날 '당 사수' 발언은 민주당의 향후 진로와 관련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노 후보에 반발하며 탈당설, 69명 서명설 등을 흘리고 있는 탈당파 및 구당파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내달 정몽준 신당 창당과 맞물려 당의 양분사태까지 점쳐지던 상황에서 한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그간 정가의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 그런데 한 대표의 명확한 '당 사수' 발언은 일단 탈당파의 세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노 후보의 당 개혁 역시 한계를 갖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가 그간 천명한 당 개혁 방향은 개혁성 강화였다. 내달 창당 예정인 개혁적 국민정당과의 통합 논의 추진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한 대표가 '당 사수'를 천명하고, 동시에 "인간에게 한계가 있어 할 수 없는 일은 못한다"는 말을 덧붙인 것은 민주당이 노 후보 마음대로 무조건 바뀌도록 용인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는 문제다.
또한 노 후보 역시 스스로 고립화되지 않으려면 한 대표와의 단합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크다. 따라서 노 후보의 당 개혁은 노-한 연대의 틀 안에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수준 이내로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대선 이후의 당권 향배와 관련된 주목거리들**
마지막으로 지켜 보아야 할 대목은 대선 이후까지를 염두에 두고 민주당의 당권이 어디로 향하는가와 관련된 문제다.
한 대표의 이날 '당 사수' 발언이 "민주화 투쟁한 사람들은 여당하든 야당하든 상관없지만 여당했던 사람들은 '야당할 수 있느냐'며 걱정의 몸부림을 해 당내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는 상황 진단에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설령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민주당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는 한 대표가 대선결과와 무관하게 당의 정통성과 당권만은 스스로 지키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이 일단 노 후보 중심의 대선체제로 흘러가겠지만 대선 이후에 당의 중심은 자신이 되겠다는 구상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다.
이 점은 정대철, 김상현, 한광옥 등 차기 당권의 경쟁상대와 관련지어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또 노 후보가 이러한 한 대표의 의지 표명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 역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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