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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기 위해 원조교제를 했다구요?”

성매수 대상 청소년들 최초 경험 토로

“우리들이 마냥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몸과 맘에 상처를 받아 그 죄값을 치르고 있지만 어른들은 그날이 지나고 나면 잊어버리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버린다. 때문에 난 신상공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른들도 반성이 필요하다. 또 신상공개를 통해 원조교제가 조금이라고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 우리들 아이때는 원조교제 성매매가 없어지길 바란다.” (갑순이. 가명. 18세)

“어른들은 원조교제를 하는 어른들은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들이 나쁘다고 말하고 있다. 어른들은 자신의 보호를 위해, 자신의 명예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신상공개를 함으로써 가정파탄과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 해 원조교제 신상공개를 반대하고 있지만...그러면 어른들이 원조교제를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을 해보는 게 어떨까?”(김정숙. 가명. 17세)

최근 서울행정법원의 청소년 성매매자 신상공개에 대한 위헌 제청으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피해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털어놓았다.

26일 오후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우리는 고발한다. 어른들의 양심을” 토론회에 참석한 성매수 피해 청소녀 10명은 최근 논쟁에서 가해자의 인권이 왜 그토록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명진이(가명. 17세)는 “신상공개가 이중처벌이라 위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만약 당신들의 딸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이중처벌이라 주장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가정폭력→가출→원조교제, 길거리를 헤매는 40만 아이들**

"엄마는 내가 7살 때 아버지의 폭력과 어려운 생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언제쯤 돌아온다는 말도 없이 어느 날 가출했다. 엄마 가출 이후에도 아빠의 술주정과 폭력은 계속되었으며, 오히려 더 심해지면서 하루종일 술병을 들고 다녔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를 잡고 욕설로 술주정을 해댔다. 어느 날인가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14살인 나도 가출을 선택했다.

막상 아빠의 주벽을 피해 나왔지만 갈 곳도 오라는 곳도 없었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상가와 공원을 배회하고 배가 고프면 공중화장실에서 물로 배를 채웠다. 잠은 상가 지하계단이나 공원 벤치에서 새우잠을 잤다.

그렇게 생활하기를 열흘 정도 지났을 쯤 배가 너무 고파 낮이지만 공원 벤치에 쪼그리고 누워있으니까 어떤 양복입은 아저씨가 가까이와 '왜 이렇게 있느냐'면서 친절하게 말했다. 아저씨는 '배가 고픈 것 같은데 빵이나 우유를 사주겠다'며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빵과 우유를 사와 내게 주고 내가 그것을 먹는 동안 옆에 앉아서 내 신상에 관해서 이것저것 물었다. 나는 대충 말을 했는데 아저씨가 '여자아이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이런 곳에 다니면 위험하다'고 그러면서 '잠잘 곳과 밥을 사준다'면서 따라가자고 했다.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여관이었으며 나는 그곳에서 혼자서 잠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방에 들어간 아저씨는 공원에서의 친절한 아저씨가 아니라 아주 나쁜 아저씨로 변했다. 아저씨는 자신의 볼일이 끝나자 그냥 그 여관을 떠났다." (김미숙. 가명. 16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아들은 가출 청소녀들의 보호기관인 ‘창원여성의 집’과 ‘한국여성의집’에 머물고 있었다. 때문에 이들은 모두 ‘성폭력을 포함한 가정폭력→가출→(성폭력)→원조교제’로 이어지는 공통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창원여성의집 조현순 관장은 “가정폭력으로 40만명의 청소녀들이 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원조교제는 재미나 소비욕구 충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조 관장은 지적했다. 당장 잠잘 곳과 먹을 것이 없이 무작정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주겠다”는 유혹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좀더 건전한(?) 일자리는 없었냐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일을 할 수 있지 않냐? 원조교제를 선택한 것은 좀더 쉽게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기자가 이들에게 물었다. 이 기자만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소녀들을 비난하는 근거다.

가정폭력으로 열일곱살에 가출한 뒤 다방에서 일했다는 갑순이(18세)는 “주유소나 편의점 등에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부모동의서 등 신원보증이 필요하다”며 “가출 상태의 소녀들을 받아주는 곳은 유흥업소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국의 선도보호시설 수용 인원 5백명에 불과**

조현숙 관장은 "법으로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도덕성이란 잣대로 이들을 비난하기 이전에 이들은 가정에서 보호를 받아야 할 청소년임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이 더 이상 품어주지 못할 때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곳을 마련해주는 것은 사회가 책임져야할 일이다.

우리 사회는 분명 이들을 보호할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 선도 보호시설은 전국에 24곳이다. 이중 일시 보호시설이 15곳, 장기보호시설은 전국에 9곳에 불과하다. 전국의 보호시설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백여명이다.

이처럼 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쉼터로 올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그나마 몇 안되는 쉼터도 인력이 부족해 아이들 60-70명을 2,3명의 상담교사가 돌보고 있다. 쉼터에 대한 주변 인식도 부정적이고 시설도 60-70년대 건물을 그대로 쓸만큼 낙후하다.

창원여성의 집의 경우 수용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범숙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미용, 재봉 등 시대에 뒤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보호시설이 대다수다.

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성매수 대상 청소녀들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와 별개로 피해 청소녀들의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입법화하고 보호시설을 확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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