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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임 참석하면 범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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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모임 참석하면 범법자?

<기자의 눈> 개인적 인간관계까지 규제하는 선관위

선관위 덕택에 올해는 조용하고 돈쓸 일 없는 연말이 될 듯 하다. 조촐한 송년회라도 계획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해외로 알아보기를 권고한다.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를 불문하고 둘 이상이 모이는 자리는 전국 어디에서나 선관위의 감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6일 이번 대선 선거기간이 시작되는 오는 11월27일부터 선거 당일인 12월 19일까지는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를 명목으로 하는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면 숙지해야 할 사항이다.

***공명선거 위한 고육지책?**

적발 대상과 기준은?
유권자라면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선관위가 보기에 친목을 명목으로 하는 모임이라면 모두가 적발 대상이다. 무슨 얘기가 오갔건 불문곡직이라고 한다.

이를 어긴다면?
선거법 103조 1항에 의거, 명백한 선거법 위반자가 된다. 법률에 정해진 처벌조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6백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 이런 법이 다 있나 싶겠지만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공명하고 깨끗한 선거를 위해서다. 친목 모임을 가장한 자리에서 금품유포 등 불·탈법 행위가 워낙 심해서 이를 단속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선관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고육지책인 셈이다.

***전국민이 잠재적 범죄자**

그럼에도 실효성 없는 법이라는 것은 선관위 측에서 먼저 인정하는 바다. 그 숱한 연말모임을 어떻게 다 단속할 것이며 친목 모임인지 아닌지는 또 무슨 기준으로 가르겠냐는 자조섞인 속내를 털어놓는다.

처벌의 의미보다는 불·탈법 선거를 방지하자는 공명선거 캠페인으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

오죽하면 그럴까 하는 측은함이 들기도 한다. 크건 작건 선거철마다 '금품'과 '향응' 등 비정상적인 선거운동을 아니 볼 수 없었던 우리 선거문화가 빚은 뼈아픈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선관위의 '계몽'에는 불쾌한 구석이 적지 않다. 실효성 없는 법률을 근거로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는 발상이기에 그러하다. 단속이라면 불·탈법의 원인을 제공하는 선거운동캠프에 감시 인력을 더 배치하는 게 나을 듯한데 말이다.

엉뚱한 얘기지만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에는 간통죄로 피소된 호정(강수연 분)이 "아니 도대체 언제부터 형사랑 검사들이 내 아랫도리를 관리해 온 거니?"라고 외치는 대목이 있다.

실효성 없는 줄 알면서도 '공무수행'을 위해 유권자를 감시해야 할 선관위 관계자들에게는 더 없이 미안하나, 비슷한 한마디를 되돌려주고 싶다.

"도대체 언제부터 선관위가 내 인간관계를 관리해 온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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