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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즈민의 한국인 비하발언 뒤늦은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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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즈민의 한국인 비하발언 뒤늦은 파문

항의 거세지자 아시안게임 해설계약 자진 취소

지난 1989년 안재형 선수와 극적으로 결혼,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으로 한-중 양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중국의 전 탁구선수 자오즈민이 두해 전인 지난 2000년 홍콩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한국인 비하 발언이 또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자오즈민이 KBS의 아시안게임 해설자로 선정되자 네티즌들이 과거 발언을 문제삼으며 '자격' 논란을 제기한 것. 자오즈민은 이에 해설자직을 자진사퇴하기로 하며 더이상 논란이 확대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월드컵을 계기로 악화된 한ㆍ중 관계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건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한국남자들은 쇼비니스트"**

자오즈민은 2000년 9월13일 발행된 홍콩의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의 '서울의 탁구외교(Seoul's ping-pong diplomacy)'라는 인터뷰 기사에서 "한국사람들은 비열하고 속 좁고 소국적 기풍을 가지고 있다(Koreans are mean, petty and have the airs of a small nation)"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돼 당시에도 상당한 물의를 빚었었다.

이 기사는 안재형씨와의 결혼과정, 한국에서의 높은 인기 등 자오즈민의 '한국 성공기'를 다루고 있으나 곳곳에서 한국인 비하 발언이 여과없이 게재돼 있다.

기사 말미에 자오즈민은 "솔직히 내 남편과 시댁식구를 빼곤 한국남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남자들은 쇼비니스트다. 그래서 아내를 동반자로 대하지도 않고 아내를 구타하기도 한다. 한국 여성은 상당한 희생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 기사를 작성한 마크 오닐 기자는 "당초 자오즈민은 한국 국적 취득을 거절했으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광고에서 번 돈의 50%가 세금으로 지출된다는 점을 알고 마음을 바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오즈민, "내용이 심하게 왜곡돼 기사화된 것"**

이같은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당연히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난여론이 크게 일었다. 이에 자오즈민은 자신이 운영하는 '자오국제통상' 홈페이지에 지난 2000년 9월16일 사과문을 게재하고 마크 오닐 기자가 쓴 기사는 '왜곡된 기사'라고 해명했다.

자오즈민은 인터뷰를 담당했던 마크 오닐 기자에 대해 "중국어에 서투른 영국인으로서 제가 전달하려 했던 내용이 심하게 왜곡되어 기사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문제가 된 한국남자들의 구타 발언과 관련, "이는 '한국 남자들은 모두가 잘해주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그렇지는 않으며 일부 남자들은 (TV프로 '경찰청사람들'을 연상하여) 다른 나라 남자들처럼 부인을 차별하기도 한다'라고 답변한 것이 왜곡되어 기사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적변동 사유에 대해서도 자오즈민은 "제가 국적을 바꾼 것은 남편과 결혼하여 혼인신고하면서 당연히 국적이 바뀐 것으로 그때 당시는 광고모델에 관한 생각은 없었고 광고료에 대한 세금은 우스개 소리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는 자오즈민의 이같은 해명이 나오는 선에서 파문이 매듭됐다. 중국의 경우 남자들이 대부분 취사를 하는 등 여성을 우대하는 문화적 특성이 있는 만큼 자오즈민의 발언은 이같은 문화적 차이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네티즌들의 너그러운 이해때문이었다.

***네티즌 항의 거세지자 돌연 해설 취소**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난 최근 자오즈민의 발언이 다시 문제된 것은 그가 KBS의 부산 아시안게임 탁구 중계방송 해설자로 위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이 자오즈민의 2000년 발언 내용을 인터넷에 게재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광범위한 공분이 형성된 것이다.

현재 KBS 게시판에는 자오즈민의 인터뷰 내용을 뒤늦게 접한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가 연일 빗발치고 있다. 시청자들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그리고 한국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중국인에게 국가 공영방송 해설을 맞게 하는 처사를 시청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자오즈민의 탁구중계방송 해설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네티즌들은 특히 월드컵대회때 일부 중국언론과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대표팀의 4강진출을 시샘하는 악의적인 보도와 반응을 보인 대목을 지적하며, KBS의 상식밖 자오즈민 위촉을 비난했다.

파문이 커지자 자오즈민씨는 이번 아시안게임의 해설을 맡지 않겠다는 입장을 얼마전 KBS측에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BS 스포츠국의 박현정 부장은 "자오즈민씨의 인터뷰 발언은 처음 듣는다"며 "얼마 전인 지난 2일 남편 안재형씨가 찾아와 중국에서 하고 있는 사업상의 이유로 해설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당초 자오즈민씨는 한-중전 경기에 1~2차례 해설을 맡기로 합의했으나 돌연 취소를 요청해와 KBS측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자오즈민씨는 오는 11일과 12일에 방송예정인 MBC의 한-중수교10주년 기념 드라마 '링링'에 출연할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방송사측은 벌써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파문은 수교 10년간 한국과 중국 양국이 경제적으로는 더없이 밀접한 관계로 발전했음에도 월드컵을 계기로 양국 국민간 감정은 얼마나 악화됐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앞으로 한-중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양국의 가교 역할을 맡고 있는 인사들의 언행이 얼마나 진중해야 하는가를 새삼스레 일깨워주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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