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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권 전환은 우리에게 밀린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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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권 전환은 우리에게 밀린 숙제

[이수훈 칼럼] 전작권 전환 연기 위한 새 안보 상황 실체는?

한미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밀린 숙제와도 같다. 밀린 숙제는 미루면 미룰수록 손대기가 싫어지는 법이다. 숙제를 미결로 해놓고 좋은 성적을 달라고 할 수 없다. 미결의 숙제는 결국 낙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숙제는 때가 있는 법이고, 제때에 해버리는 편이 낫다.

전작권 전환이 처음 추진된 것이 노태우정부 시기다. 족히 사반세기나 지난 해묵은 과제다. 그 사이 세계도 변하고, 동북아 지정학도 변하고, 미국과 한국도 각기 크게 변해버렸다. 시대와 세상 변화에 따라 한미동맹도 진화해야 했다. 노무현정부가 추진한 전작권 전환 정책은 그 진화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정책은 반미/친미, 자주/동맹이라는 이념적 렌즈 탓에 추진되었던 것이 아니다. 한미동맹 내부의 진화 요구에 부응한 차원이 훨씬 강했다.

이명박정부는 대단히 이념적인 정부였다. 남북관계, 한미관계, 한중관계 분야에서 이념적 접근이 두드러졌다. 이념적 접근의 출발은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이 한 것은 다 안 된다)이었다. 이명박대통령과 집권 한나라당은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한 모든 정책을 뒤집고자 했다. 특히 대북정책과 한미동맹정책에서 유별난 바가 있었다. 그 일환이 바로 한미간의 전작권 전환 합의 변경이었다.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를 빌미로 삼아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였다. 원래 2012년 4월 17일 자로 한미간에 합의한 전환 일정을 2015년 12월로 연기시킨 것이다. 앞 정부가 공을 들여 해낸 숙제를 다시 원위치시겼다. 2010년 6월의 일이다. 이명박정부의 최대 실책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일이기도 하다.

이름만 바꾸었을 뿐 동일한 집권당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였다. 정부 출범 불과 석 달 만에 앞 정부의 연기 합의를 무산시키고 또 한차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자고 나섰다. 즉, 2015년 12월 1일부로 대한민국으로 전작권을 전환한다는 한미간 합의를 깨고 재연기 요청을 미국 측에 하게 된 것이다. 언론보도가 전하는 재연기 이유는 우리 군의 준비 부족과 새로운 안보위협 상황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이유는 전작권 전환정책이 펼쳐졌던 기간 내내 등장해왔던 고정 레퍼토리다. 과거에도 전환을 반대한 사람들은 예외없이 같은 이유를 내걸었다. 설득력이 없는 어불성설이다.

▲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주 수석은 안보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전작권 전환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주 수석. ⓒ뉴시스

먼저 '준비부족'론이다. 한미 양측 군 지휘부는 그간 변화된 일정에 따라 전환 준비를 꾸준히 해왔다. 매년 '키리졸브' 훈련과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통해 한국 합참과 한미연합사가 번갈아가며 '주도'와 '지원' 역할교체 연습을 해왔다. 2010년 연기 당시 시점으로 보아서도 5년간의 준비시간이 있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전환에 대비한 한미 양측간의 연합 훈련을 더해서 계산한다면 준비기간은 한층 길어진다.

준비부족론의 최대 함정은 그 속에 내재된 악순환적 요소다. 즉, 전작권을 미국이 갖고 알아서 해주니까 준비가 잘 안 된다→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할 역량이 안된다→전작권 전환할 수 없다는 식으로 악순환을 그리게 된다. 준비부족론의 종점은 결국 현상유지다.

다음으로 '새 안보상황'론이다. 그 요체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2월 제3차 핵실험이다. 새 안보상황론 역시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사일이나 로켓 개발 및 발사 시험으로 인한 북한 위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장거리 로켓이나 미사일은 한반도 안보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북핵문제 역시 오래전부터 안보위협으로 다루어져왔던 문제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폭탄을 보유했다. 따라서 2013년 상반기에 조성된 한반도 안보상황은 전작권을 다시 연기할 만큼 새로운 상황이 되지 못한다.

준비부족론과 새 안보상황론에 더해 단골 메뉴로 제기되어온 것이 한미연합사 문제다. 한미연합사가 두 군대를 하나로 묶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군사제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한미연합사도 어떤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의도와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제도다. 따라서 그 제도는 영구불변의 대상이 아니며, 시대와 전략환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비록 전작권 전환이 이행되더라도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계속 남을 것이고, 그런 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유기적인 연합체계를 갖추어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전작권 전환으로 인한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 역시 연합사를 대체할 새 연합지휘체계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우려할 이유가 없다. 실제 국방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전작권 전환 후 '신 연합방위체계'가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것이고, 현 체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방위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달라지는가? 무엇이 달라지기에 이렇게 논란이 분분한가? 우리의 방위를 우리 군이 주도적으로 책임지게 되는 일이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이 군사주권을 완비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군사적으로 말하자면,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역할이 달라진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이 주도적 역할, 한국 합참의장이 지원 역할로 되어 있는데, 그것이 한국 합참의장 주도, 주한미군사령관 지원 역할로 역할분담의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관련하여 일부 전문가들이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이 주둔할 이유가 없어진다,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동맹이 파기된다, 이런 식의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동시에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 노무현 대통령을 '반미주의자'로 치부하는가 하면 전작권 전환을 합의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친북좌파 논리라고 터무니없는 색깔 공세를 펼친다. 주한미군은 한미간의 상호방위조약과 한미군사동맹에 의거해 존속하고 있다. 현재 28,500명 규모로 동결되어 추가 감축 일정이 없다는 것이 한미 정상 간의 합의다. 앞서 설명한 바대로 한미연합사는 '신 연합방위체계'에 의해 대체될 뿐이다.

전작권 전환을 또다시 연기해서는 안 된다. 한번 맺은 국가 간 합의를 존중하고 지키는 것이 옳다. 중대한 합의를 시도 때도 없이 바꾸는 것이야말로 '국격'에도 '신뢰'에도 저해된다. 성숙한 동반자관계를 위해서도, 미래지향적인 한미관계를 위해서도 전작권 합의가 예정대로 준수되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더 이상 이 문제로 인해 내부 분열과 갈등을 겪을 필요가 없다. 논란을 종식시키고 전작권 전환 이슈를 종결지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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