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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대대적인 ‘언론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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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대대적인 ‘언론 흔들기’

한나라당은 방송, 민주당은 신문에 "불공정" 공격

정치권의 '병역비리' 공방이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일제히 일부 신문과 방송의 보도태도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양당은 각각 언론사에 공정보도 촉구 공문을 보내는가 하면 편파보도 규탄을 위한 장외집회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같은 정치권의 태도는 편파보도와 공정보도의 기준을 자당의 유·불리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판단한 과민반응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 "최근 방송사 보도가 공정성을 잃었다"**

한나라당 편파방송대책특위(위원장 현경대)는 7일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한 최근 방송사 보도가 공정성을 잃었다"면서 "국회 문화관광위 소집을 요구하고 편파·왜곡보도가 재발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공정보도 촉구 공문을 방송사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또 "앞으로 회의를 정례화해 방송의 편파보도를 감시하는 한편 주간단위의 방송보도 분석사례집을 발간해 시민단체와 유관기관에 배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최근 방송보도를 보면 김대업씨의 주장을 증거자료 없이 부풀리기식으로 기정사실인 양 보도하고 우리 당이 제기한 천용택 의원의 배후설과 민주당 병역특위 보고서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한인옥 여사와 정연, 수연씨가 병역비리를 저질렀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편파보도 규탄 장외집회 계획**

이에 반해 민주당은 8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일부 신문들이 심각한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오는 20일께 편파보도를 규탄하기 위한 장외집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회의후 브리핑에서 "일부 신문이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한나라당 당보를 자임하고 나섰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장외집회 검토계획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사회적 공기임을 포기한 신문에 언론으로서 대접할지, 취재에 협조해야 할지, 계속 구독해야 할지 등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하기로 했다"면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 거당적으로 실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직접적인 거명은 없었으나 이른바 조선·중앙·동아일보로 대표되는 기성 신문들이 일제히 김대업씨의 과거 행적을 들춰 김씨 주장의 신빙성을 폄하하고 결과적으로 이회창 후보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 강요가 가장 큰 문제"**

정치권의 이같은 대언론 반응에 광운대 주동황 교수(미디어영상학부)는 "언론보도에 대한 정치권의 정략적 접근은 진정한 언론공정성 촉구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한나라당은 김대업씨의 자질시비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 하고, 민주당도 자당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에만 시비를 걸고 있다"며 "각 당이 자신의 시각을 언론에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 교수는 또 "김대업씨 문제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냉정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언론보도에 대한 정치권의 지나친 과민반응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오래전부터 제기된 언론자체의 편파보도 경향을 부정할 수 없고 실제로 일부 언론이 현재 편파보도를 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는 언론의 문제점보다는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 강요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어 "연말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과 언론의 긴장관계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라며 "자신에게 불리한 언론보도에 대한 정치권의 정략적 태도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훼손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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