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당내 강경론에 제동을 걸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의원은 특히 당론과 반대로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북한측의 유감 표명을 사실상 사과의 의미로 수용해야 하며 대북 쌀지원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극소수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 의원의 입장을 거들었으나, 통일외교통상위와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 대부분은 북한의 유감 표명을 '기만책' 등으로 비판하며 '수용불가' 입장을 확인함에 따라 이 문제를 계기로 그동안 잠재돼 있던 김 의원의 당내 주류세력과의 갈등이 표면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北에 더 사과하라는 요구는 무리"**
김덕룡 의원은 2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회의때 배포한 자료에서 "공연히 햇볕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 정쟁의 불씨를 키우기보다는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대안과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비록 순탄하지는 않지만 남북정상회담으로 화해무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공연히 강경기류를 만들어 2003년 위기설에 불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 햇볕정책에 원칙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특히 "서해도발 사태로 정부가 북한에 대한 30만톤 규모의 쌀 지원을 중단키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는 9월이면 북한의 식량이 바닥난다고 하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대북 쌀지원 재개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서해도발에 대한 북한의 25일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북한측에 더 사과하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서해도발에 대해선 남북합동조사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해 한나라당의 '분명한 사과' 당론을 반대했다.
김 의원은 이어 햇볕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보완책으로 ▲국민에게 솔직해야 하고 ▲북한에 할 말은 꼭 해야 하며 ▲국민적 합의에 기반해야 하고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도 장관급회담 제의에 대해서는 수용 의사를 밝히며 동조했다.
이부영 의원은 "북한체제의 특성상 이같은 반응이 나온 것은 북한 내부에서 협상파들이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유감표명이 미흡한 만큼 북측과 만나서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등 우리 요구르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말해 장관급회담 수용 입장을 밝혔다.
조웅규 의원은 "북한이 서해도발을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로 규정, 아직도 진정한 사과나 책임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의 회담제의 자체는 긍정적인 것으로 회담에 응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유감표명은 김정일의 기만책"**
그러나 통외위 소속 김용갑 의원 등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의 입장은 달랐다.
김용갑 의원은 "북한이 `공동노력'이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사태 발발 자체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회피했고, 재발방지에 대해 아무런 약속도 없는 만큼 결코 사과가 될 수없으며 오히려 도발 자체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8.8 재보선을 앞두고 갑자기 전통문을 보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풍론'을 제기한 뒤 "시일을 두고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위의 박세환 의원도 "현 정부는 북한의 성명을 어떤 근거로 사과와 유감표명으로 받아들였는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특히 이번 서해 무력도발이 의도적이고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에도 '우발적'이며 '남북공동책임'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창성 의원은 "북한의 유감표명은 한마디로 김정일의 기만책이라면서 정부가 얼마전 서해교전에 대한 김정일 불개입설을 퍼뜨려 놓고 이제 와서 북한 유감표명을 사과로 인정하는 것은 또 다시 김정일 옹호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덕룡-지도부 구원(舊怨)은 여전**
김덕룡 의원의 이날 발언은 얼마전 단행된 한나라당 당직개편과 대선선대위 구성에 김 의원의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 지도부는 김 의원측이 희망하면 선대위나 당 요직에 기용하겠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의원측은 "당에서 선대위 참여에 대한 의사를 타진해 오지 않았고 김 의원도 당직에 어떠한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해 지도부와의 냉랭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일단 북한의 유감표명과 관련된 이날 발언에 대해서도 김 의원측은 "지도부와의 특별한 감정에서 나온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8.8 재보선 이후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김 의원도 당 안팎에서 모종의 행보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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