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새누리당ㆍ남재준 불참 파행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 합의 실패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관련 국정조사 특위가 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여야 합의 실패로 또 다시 파행을 맞았다. 민주당은 단독 개최를 강행했지만, 새누리당과 남재준 국정원장은 결국 불참했다.

여야는 26일 국정원 기관보고를 통해 남 원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국정원 직원의 대선 관련 댓글 공작, 전·현직 직원 매관매직, 여직원 인권유린 논란 등을 추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가 걸림돌이 됐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기관보고에 국가 안보 관련 기밀사항이 포함돼 있어 비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국정조사는 공개가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특위 여당 측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회의 공개 여부를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내일 기관보고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에 대해서도 불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국가정보기관의 업무보고와 질의, 답변에는 비밀사항이 다수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비공개를 거듭 주장했다.

여당 측 특위위원과 남 원장이 출석을 거부함에 따라, 신기남 특위위원장과 야당 특위위원들은 이날 10시 예정대로 국정조사를 단독 개최했다.

신 위원장은 "국정조사가 어디까지나 정해진 일정에 따라서 순탄하게 계속되도록 인내하면서 그리고 기다리면서 진행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믿고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야당 측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국회법 절차를 무시한 도발은 국민에 대한 도발"이라며, 특히 남 원장에 대해 "증인으로서 신문을 받으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아무런 통보 없이 무단 결석한 데 대해 분노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남 원장의 불출석에 대해 "이유를 이해할만하다"며 "임명된 뒤 한 일이, 느닷없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 공개하고 2차 전문공개를 저질렀다. 이 자리에 앉는 순간 자신이 저지른 불법들이 적나라하게 밝혀질 게 두려워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특위위원들만의 '반쪽 회의'가 개회된 가운데, 여당 특위위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민주당이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정조사를 단독 개최하는 것은 여야합의정신에 위배된다"며 위원장의 편파 의사 진행을 지적했다.

권 의원은 "지금 즉시 특위운영을 중단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면서도 "우리 당은 앞으로 민주당 측에서 비공개 요구 수용하면 재개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