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마늘협상 파문과 관련, 김대중 대통령이 당시 세이프가드 철폐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23일 청와대가 해명하고 나섰다.
또한 김 대통령은 협상결과 은폐 의혹과 관련 '부속문서 발표 누락'이라는 '행정상 조그만 배려 잘못'으로 규정, 더 이상의 진상규명이나 책임추궁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협상과정의 진상규명, 은폐 관련 책임자 문책,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련 여부 규명 등을 거듭 촉구하고 나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 대통령 협상 개요만 보고받아..."**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중 마늘협상 파문과 관련, "부속서류에는 2년반 후에 세이프가드가 없어진다는 것이 나타나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그때 부속문서도 같이 발표됐으면 국민의 이해를 얻기도 지금보다 더 쉬웠을 것이며 그 자체가 국민에게 모든 것을 알리는 투명한 행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그렇게 했다면) 오늘과 같이 '속였다', '감췄다'는 등의 오해를 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변인은 또 김 대통령이 한중 마늘협상 당시 협상내용을 보고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외교통상부장관이 협상의 개요만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세이프가드 철폐와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부속문서 발표가 누락됨으로써 정부 부처끼리는 서로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오늘날에는 마치 국민을 속인 것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우리가 행정을 해나가는데 있어 조그만 배려를 잘못했을 때 그 결과가 얼마나 크게 번질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경제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관계부처간에 충분한 협의를 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농민에 대해서도 농민들의 이익을 보살펴 줄 것은 보살펴 주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협상결과의 구체적 내용을 김 대통령은 알지 못했다는 해명이며, 은폐 의혹 역시 부속합의서를 발표하지 않은 '조그만 배려 잘못'이므로 계획적 은폐는 없었다는 해명인 셈이다.
***청와대 해명 불구, 진상규명ㆍ책임문책 요구 거세질 듯**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은 한덕수 청와대경제수석 등의 인책 사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계속되는 농민단체 및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한 직접적인 맞대응이다.
또한 이날부터 8.8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김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흠집내기가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국회 대정부 질문과 관련해 "국회가 국정의 주요 과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국정에 전념하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금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것도 한나라당의 공세에 제동을 걸기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시 협상관련 부처들의 책임 소재 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마저 '행정상 조그만 배려 잘못'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나서 협상 은폐의혹의 책임자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사퇴한 한덕수 전 경제수석 등은 "관계부처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주장한 반면,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당시 경제장관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된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해 협상 실무자 차원에서의 책임 규명도 혼선을 빚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 청와대와 민주당의 협상 은폐의혹 추궁**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김 전 농림부장관이 25일 국회 농림수산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나아가 김 대통령과 민주당의 협상 책임론을 집중 부각시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23일 미리 배포한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협상단이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보고 경로와 대통령의 입장을 물었다.
임 의원은 또 "이같이 중대한 합의사항을 본합의서가 아닌 부속합의서에 기재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은폐의혹을 제기하고 "협상 당시 긴밀한 당정관계로 보아 민주당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민주당도 겨냥했다.
이인기 의원 역시 "당시 합의내용은 청와대에도 보고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대통령이 협상결과를 은폐하도록 결정한 최고 책임자가 아닌지 많은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당시 이기호 경제수석 및 이정빈 외교통상부장관, 한광옥 비서실장의 보고내용과 역할 ▲김 대통령의 사전인지 여부 ▲협상은폐 지시관련자 규명을 지속적으로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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