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으로 시사만화를 보다가 의문이 나서 글을 올립니다.
여성총리가 대통령에게 절하는 그림과 함께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란 글을 적고 나서 남편에게 똑같이 절하는 그림과 함께 이인지하(二人之下)란 내용이었는데요.
뭘 말씀하시고 싶은 겁니까?
전 부부 관계는 평등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내는 남편보다 낮은 위치에서 명령을 받아야 하는 관계인가 보지요?
대통령과 총리처럼요?
혹시 저처럼 부부 관계가 평등하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바로 가르쳐 주시려는 목적이셨나요?
여성은 총리란 높은 직책에 올라가도 여전히 남편에게는 복종하며 아랫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존재이니 기타 여성들이 이 사실을 잊어버리지 말고 명심하라는 내용인가요?" (매경 게시판. 작성자 lakshmi1)
***여성총리는 남편 밑?**
장상 총리서리 임명과 관련, 12일 일부 신문이 여성비하적 만화를 게재해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매일경제신문 12일자 양만금 화백의 '아이디'는 집에 돌아와 '가장'인 남편에게 공손히 인사하는 장 총리의 모습을 '이인지하(二人之下)'라고 그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민우회 최명숙 사무처장은 "결국 여성은 총리라고 해도 집에 돌아와서는 가장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만화"라고 말했다.
여성단체연합 이구경숙 정책부장도 "정치 풍자도 아니고 가족내 가부장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동아일보도 여성비하적 뉘앙스가 풍기는 만화를 게재했다.
이홍우 화백의 '나대로 선생'은 장상 총리 임명에 대해 '여인천하가 될까? 걸레질만 할까?' 의문을 제기하면서 온갖 쓰레기를 쓸어담으며 걸레질하는 장상 총리의 모습을 그렸다.
최명숙 사무처장은 "장 총리가 현 정국상 정권 말기의 온갖 '쓰레기'를 주워담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풍자적 표현이기도 하지만 여성 총리가 아니었다면 걸레질하는 모습을 그렸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언론의 여성총리 '흔들기' 재연될까 우려"**
이들은 이같은 여성비하적 만화가 여성 총리를 대하는 언론의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구경숙 부장은 "총체적인 부패정국이고 레임덕 현상도 있는 현 정국에선 누가 총리가 돼도 힘든 상황 아니냐"면서 "장 총리 임명에 대해 언론들이 최초의 여성 총리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부여하지만 '여성'인데 과연 잘 할까라는 의구심을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구 부장은 "남성 장관들은 거의 정치안배, 지역안배 수준에서 임명된 것 아니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장관들에 대해서는 능력이나 자질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면서 유독 장 총리에 대해서만 행정 경험이 없다는 등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명숙 처장도 "과거 여성장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남성장관의 경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도 '여성'임을 강조하면서 자질이나 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를 했다"며 "과거에 언론이 여성장관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여성총리 흔들기'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우리 언론들이 여성 관료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각은 지난 92년 황산성 환경부 장관이 국회 답변 도중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진이나 93년 박양실 보사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신발을 벗고 앉아 있는 사진을 크게 실으면서 행실을 문제 삼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남성 중심의 배타적인 관료사회에서 여성 총리가 과연 얼마나 장악력을 가지고 국정을 이끌어나갈지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아직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여성장관들이 유독 재임기간이 짧았던 것에 대해 언론도 한 몫을 했다는 사실은 전부터 지적돼 왔다. '여성'총리를 비하하는 만화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해당 언론은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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