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갈 국회의장에 한나라당 박관용 의원이 선출됐다. 비집권당인 야당의 의원이 국회의장이 된 것은 헌정사상 최초의 일이다.
8일 오후 재적의원 2백61명중 2백58명이 참석한 본회의에서 박 의원은 1백36표를 얻어 임기 2년의 후반기 의장에 선출됐다. 민주당 내정 후보로 나선 김영배 의원은 1백12표를 획득했으며, 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은 6표를 얻었다.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출신 국회의장 출현**
신임 박 의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우리 국회는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은 최초의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헌정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웠다"며 "이제 우리 국회는 그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중요 계기를 마련했으며 이를 담보하기 위해 많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어 "우리 헌법은 국가권력을 집행하기 위한 대통령을 뽑았지만 국민은 국회를 구성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이원적 위임을 했다"며 "대통령들의 실패는 이같은 이중적 위임을 무시하고 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시발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또 "국회가 뼈를 깎는 자세로 다시 태어나도록 머리를 맞대고 개혁해야 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조정과 타협을 이뤄내는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며 "혼신의 힘을 다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의장은 11대 국회 이후 내리 6선을 기록한 한나라당내 최다선 의원으로 김영삼 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친이회창계로 분류된다. 지난해 언론자유수호비상대책특위에 이어 당화합발전특위 위원장을 맡아 당권·대권 분리,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이루어냈고, 대선후보 경선당시 총재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국회의장은 임기중 당적을 이탈하도록 돼 있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박 의장은 한나라당 당적을 상실하게 된다.
한편 국회는 의장단을 구성한 데 이어 9일 각당이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하면 상임위원장단을 선출, 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한다.
***실질적 국회정상화는 아직 불투명**
의장단이 구성됨에 따라 지난 5월 말 전반기 의장단 임기 종료 후 오랫동안 공전상태에 있던 국회는 일단 정상화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자유투표제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각당의 세싸움 형식으로 원구성이 진행돼 16대 후반기 국회는 시작부터 여론의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양당이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완전 자유투표가 아닌 '당론 투표'로 선회한 것은 국회의장의 독립성과 권위보다는 중앙당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어 신임 의장의 권위도 상당부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이날 "국회의장을 집권당 총재인 대통령이 지명해온 관행 때문에 국회의 독자성과 자율성이 훼손돼 왔다"면서 "국회가 독자성을 갖도록 하는 첫 출발인 의장 자유투표를 하지 못하는 것은 큰 잘못이고 정치개혁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또한 8.8 재보선과 대선 일정이 가까워오면서 각 당은 선거대비체제로 전환될 것이 분명해 의원들이 원내 활동보다는 원외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한 양당은 12월 대선을 겨냥, 대선 전략에 따른 국회 활동을 벌일 것으로 보여 초반부터 강도 높은 여야 공방과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권력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의 공적자금 상환대책에 관련된 국정조사도 강도 높게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측에서는 권력형 비리나 공적자금 운용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것은 수용한다는 방침이나 한나라당의 무리한 주장에 대해서는 '제1당의 오만'이나 '논리적 모순' 등으로 역공을 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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