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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시작부터 '야합의 정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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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시작부터 '야합의 정치' 재현

양당 의장후보 내정, 자유투표 실종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16대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 갈 국회의장과 부의장단을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식물국회'의 오랜 방치로 인한 비판은 일단 면하게 됐다. 그러나 자유투표 실시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한나라당 박관용,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각당의 의장 후보로 내정됨에 따라 정략에 따른 '야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자유투표제 사실상 무산, 정략에 따른 자리 배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8일 오전 총무회담을 통해 국회부의장을 민주당과 자민련에 각 1석씩, 상임위원장은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한나라당 9석, 민주당 8석, 자민련 2석으로 배분키로 합의했다.

현재 2백60명인 국회 재적의원은 한나라당이 1백30석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민주당 1백11석, 자민련 14석, 무소속 4석, 민국당 1석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의석수가 각각 1백30석으로 같아 어느 때보다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득표를 얻으면 확정되고 1,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 득표자가 안나오면 3차 투표에서 최다득표자가 신임의장으로 선출된다.

한나라당은 일부 이탈표를 감안하더라도 자민련과 무소속 의원들의 표를 기대, 1차투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특히 쟁점이 되었던 부의장 배분에서 한나라당이 자민련 몫을 인정해 줌으로써 이날 표결에서는 박관용 의장의 당선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비한나라당표의 결속에 한나라당 이탈표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당은 의장단 선출에 대비한 표대결을 의식해 내부단속과 설득 등으로 숨가쁜 막후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은 자유투표로 합의해 놓고 실제적으로 양당이 자당의 후보를 내정, 자유투표제의 취지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앞서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김영배 의원이 당의 국회의장 단독후보로 내정된 것은 자유투표 정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민심을 외면한 반개혁적 처사"라면서 "최선의 길이 아니고 최악의 길"이라고 당의 결정을 비판했다.

***몰락위기의 제4당 자민련에게 또다시 돌아간 캐스팅보트**

한편 자민련은 양당의 협상과정에서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2석을 어부지리로 얻게 돼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는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에도 뒤지는 제4당으로 전락해 몰락 위기에 처한 자민련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배분이다. 따라서 자민련 몫에 대한 배분은 이번 원구성 협상 과정 중 최대 야합의 결과라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8일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원구성에 합의한다고 못박았던 양당은 일단 약속은 지킨 셈이다.

그러나 쏟아지는 국민적 비판 속에도 식물상태로 방치해 온 후반기 국회는 자유투표제의 사실상 무력화, 당략에 따른 상임위원장 배분 등으로 시작부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같은 야합이 국회에 산적해 있는 증권 집단소송제 등 각종 개혁입법의 처리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벌써부터 정치권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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