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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헌연대’ 위한 개헌론은 무의미”

<전문가 진단> 급부상하는 개헌 주장, '정략 혐의' 짙다

"헌법을 하루 빨리 개정해 오는 12월 대선에선 새로운 헌법 아래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민주당 이인제 의원)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과 국민통합형 권력구조의 구현은 빠를수록 좋다."(민주당 박상천 최고위원)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분권적 대통령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르는 것은 국력낭비이며 이로 인한 국론분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이인제 의원,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

"외롭게 내각제 주장을 해왔는데 이제 조금씩 희미하게나마 접근해가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자민련 김종필 총재)

지방선거와 대선, 재보선이 치러지는 올해, 끊임없이 누군가의 입을 거치며 제기되고 있는 개헌론의 일면이다. '집권 후 개헌 검토'를 못박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까지 포함하면 현실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여러 세력들이 입모아 주장하는 개헌론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가 의아할 정도다.

그러나 이들 주장의 대부분은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집중 제기, 개헌 자체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치세력간의 연대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대선 이전에 개헌을 하자는 이들의 주장에 한나라당이 동조할 리 없어 비현실적일 뿐더러 주장의 순수성에도 의심이 간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8.8 재보선이 가까워 오면서 개헌론은 또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등장할 조짐을 보인다.

***민주당 반(反) 노무현 세력, '분권적 대통령제 개헌' 이구동성**

최근의 개헌론을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내분 사태와 맞물려 노무현-한화갑 체제와 거리를 두고 있는 세력을 중심으로 '분권적 대통령제' 주장이 급속하게 당내 여론으로 안착되고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특위, 당내 최대 계보모임인 중도개혁포럼, 재기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이인제 의원 등이 월드컵 이후 내딛은 첫 행보는 '개헌'이다.

정치개혁특위는 3일 전체회의를 갖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개헌론을 공론화하고 나섰다. 박상천 특위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는 권력형 정치부패와 국민분열의 정치를 근절할 수 없다"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용도폐기 및 프랑스형 이원집정부적 대통령제에 무게를 두고 대선 이전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인제 의원 역시 2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인해 대통령 아들들 문제 등 권력형 비리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분권적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 정당을 가리지 않고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만나겠다"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사했다.

민주당 최대 계보모임인 중도개혁포럼 회장 정균환 총무도 지난 달 27일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분권적 대통령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이 의원과 같은 맥락의 입장을 밝혔다. 중도포럼은 빠르면 이번주중 총회를 열어 분권적 대통령제 주장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민주당 내부의 반(反) 노무현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의 주장은 재보선 이후의 정치권 지각변동을 바라보는 정치적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인제 의원의 개헌주장이 나온 직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의원측 공보특보였던 김윤수씨가 "8.8 재보선을 전후로 여권이 노무현 대통령후보 카드를 폐기하고 다른 대안을 내세운 뒤 전열을 정비해 정권재창출에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것도 개헌론이 등장한 내막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와 관련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이들의 개헌론 주장이 민주당 내에서 전면 수용이 어려울 경우 민주당 외부 세력과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가 형성,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헌론은 재보선 직후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박사는 특히 "이인제 의원은 재보선 후 후보교체가 여의치 않으면 탈당 명분으로 개헌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지지도 하락하면 '개헌연대' 뜬다**

민주당 외부에서는 내각제가 트레이드마크인 자민련 김종필 총재,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 등이 개헌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 총재는 정균환 총무의 개헌 주장에 "정 총무와 같은 생각이 표면화되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동조했고 박근혜 대표는 지난 5월 말, 이인제 의원과의 회동에서 "4년에 한번씩 모든 선거를 동시에 치러야 국가경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개헌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개헌론을 매개로 한 연대의 일차적인 동력은 재보선 이후 민주당의 움직임에 달려 있으나 김종필,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을 포괄하는 '4자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곧 '개헌 연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특히 최근 제기된 '대선 이전 개헌' 주장은 대부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비우호적인 쪽에서 나오고 있어 대선을 앞두고 '반창(反 이회창) 연대'를 위한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경희대 임성호 교수는 "현재 정치적 상황으로 비춰볼 때 지금의 개헌논의는 순수한 헌법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현 구도로는 대선에서 승산이 없어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세력이 지금의 개헌 논의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재보선 이후 이회창-노무현 구도가 급속하게 무너지면 개헌을 매개로 한 연대세력이 출현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은 재보선 이후 노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할 경우 개헌을 매개로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박사도 이인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일부와 김종필 총재, 박근혜 의원 등을 지적하며 "그동안 연대는 생각하면서도 정책과 노선에 무관한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던 세력들이 연대를 위한 명분쌓기로 개헌을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1세기한국연구소 김광식 소장은 "재보선 후 예상되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의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들 사이에는 개헌론이 매개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앞둔 정략적 개헌론에는 부정적**

전문가들은 대부분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선전 개헌 논의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기 레임덕 발생 및 부정부패 문제, 각급 선거 시기의 조율문제, 관료사회의 무기력증이 심화되는 문제 등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안고 있는 폐해는 극복돼야 하지만 선거정국 속에서는 장기적이고 제도개선적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창선 박사는 "개헌론 자체는 정치권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제기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적지않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개헌연대를 위한 개헌론이 제기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김광식 소장은 "현실적인 제약 사항이 많기 때문에 대선 이전 개헌은 어렵다"면서 "그런데도 개헌론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권력 지분이 작은 쪽에서 권력구조에 복수세력이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과정은 물론 선거 후에도 각 세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정략적 이유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임성호 교수는 "우리 헌법이 기형적 측면이 많고 5년 단임제는 민주화 과정에서 과도기적으로 도입된 성격이 있어 결함이 많기 때문에 개헌 자체는 필요하다"며 "그러나 헌법을 고칠 경우에는 선거를 앞두고 정파적 오해를 사기보다는 선거 이후 중립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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