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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6.1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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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6.13 지방선거

최저 투표율에 지역주의ㆍ인신비방ㆍ금품살포까지

6.13 지방선거가 '최저의 투표율'과 함께 '최악의 혼탁 선거'로 기록될 판국이다.

정치권은 유권자들의 지방선거 무관심을 월드컵 열기 탓으로 돌리며 대대적인 선거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 조장, 인신비방, 금품살포 등 전례없는 정치권의 혼탁선거 행태가 국민들 정치 염증의 근본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충청, 제주 등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후보는 물론 중앙당까지 개입해 연일 극에 달한 상호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의 경우 어느 누구도 인신비방성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운 후보가 없을 정도다. 부산과 제주지역의 경우 광역단체장 후보의 낯 뜨거운 성추행 및 성폭행 진위 공방이 주된 쟁점될 정도다.

중앙선관위가 10일 밝힌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 실적에 따르면 후보등록 첫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8일까지 총 1천5백37건, 하루 평균 1백28건의 불법 선거운동 행위가 적발됐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98년 선거보다 무려 4백여 건이 늘어난 것으로 선거일에 임박할수록 적발사례는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입건된 불법선거사범도 지난 98년 지방선거 당시의 2배, 구속자수는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대검 공안부(이정수 검사장)에 따르면 이날 현재 지방선거 관련 선거사범은 모두 1천7백5명으로 98년 같은 기간 9백67명의 2배 가까이 늘어났고, 구속자수는 1백72명으로 98년(52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감정 자극은 막바지 히든카드?**

대표적 망국병이라 할 '지역감정'도 다시 등장했다. 각 당은 열세 지역이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지역감정을 선동하며 선거 종반을 혼탁 양상으로 몰아가고 있다.

충청권 수성에 사활을 건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해묵은 '핫바지론'을 또다시 들고 나왔다. 김 총재는 대전과 청주에서 심대평 충남지사 후보, 홍선기 대전시장 후보, 구천서 충북지사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타지역 사람들은 지금 충청인을 경멸하면서 '충청도는 멍청도다, 핫바지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자민련 돕기에 나선 민주당 이인제 의원도 이에 가세, 구천서 후보 지원유세를 통해 "영·호남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다른 당 후보들은 발도 못붙인다"며 "한나라당은 영남지역 패권을 가지고 충청도를 점령, 정권을 잡아 야욕을 채우려 하는데 충청인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9일 논평을 통해 '광주시 재정자립도가 DJ 집권 이후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 전남도 최하위, 지방세로 공무원의 인건비도 해결 못하는 실정'이라며 호남 지역의 낙후성을 들어 지역정서를 자극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1999-2002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과정에서 호남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편중예산'이라며 대폭 삭감할 것을 주장한 것은 딴나라당이었느냐'고 역공을 폈다.

민주당은 또 "인천시 선관위가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에 대한 4대의혹 관련 결정을 하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기 하루 전인 7일 한나라당이 자당 추천 몫인 문명섭 선관위원에 대해 호남 출신임을 들어 사임을 강요했다가 당사자가 반발하자 일방적으로 교체했다"면서 지역차별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이용범 부대변인은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호남 출신은 공직사회에서 씨를 말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 논평까지 내놨다.

***민주당 수도권 지역 선거 집요한 인신공격**

지방선거의 분수령이 될 서울과 경기지역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중앙당까지 개입해 격렬한 인신비방을 주고받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의 의료보험료 문제, 손학규 경기지사 후보의 안기부돈 2억원 총선자금 사용 문제,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의 룸살롱 경영과 병역기피 의혹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서울시장 후보 측은 7일 "이명박 후보가 2000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대표이사로 재임했던 인터넷 증권회사에서 소득을 건강보험공단에 신고하지 않고 의보료를 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김 후보측의 김성호 대변인은 "건강보험법에 의하면 이 후보는 직장의보 가입대상인 만큼 소득을 신고해 보험료를 내야 하나 지난번 대명통상에 이어 이번에도 한 푼의 의보료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1백75억원 재산을 가진 재벌이 영세민 수준인 1만5천원밖에 의보료를 내지 않고도 그간 회사 직원들을 위해 의보료를 적게 내는 직장의보에 가입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경기지사 후보의 안기부 자금 수수설과 관련해 민주당 정범구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신한국당에 지원된 자금이 안기부 예산임이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입증됐음에도 손 후보측은 이를 부인하며 '억대의 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 '안 받았다'로 말을 바꾸고 있다"며 "자신의 거짓 행보에 대해 사죄하고 후보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박상은 인천시장 후보는 선거홍보 책자에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를 겨냥, '병역을 기피했습니다', '룸살롱을 경영했습니다', '빠찡꼬에 투자했습니다', '경력을 허위기재했습니다' 등 '4대 의혹'을 제기하고 이것이 허위라면 자신을 고소하라며 배수진을 쳤다.

***한나라당도 접전 지역에 인신공격 총동원**

한나라당도 민주당 김민석 서울시장 후보, 진념 경기지사 후보, 박상은 인천시장 후보 등에 대해 대대적인 인신비방으로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민석 서울시장 후보의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한 논평을 내고 "김 후보가 1년 과정의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는데도 선관위에 제출한 후보자 등록 신청서와 법정 홍보물에 행정대학원 2년 졸업으로 기재했다"면서 "김 후보는 허위학력 기재로 유권자를 현혹시킨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이 이명박 후보의 의료보험료를 문제삼자 김민석 후보의 부인이 회사를 퇴사한 후 프리랜서로 소득이 있는데도 지역의보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격하고 나서기도 했다.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측은 민주당 박상은 후보가 모 일간지에 안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 데 대해 박 후보를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한나라당은 또한 '진념은 특혜, 관치, 비리로 얼룩진 경제의 수장', '소신과 원칙을 헌신짝 버리듯 던져버리는 변신의 귀재', '현재의 문제는 감추고 책임질 일 떠넘기기 달인'이라며 민주당 진념 경기지사 후보를 강력 비난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또 다른 격전지인 제주에서 한나라당 신구범 후보 선대본부는 논평에서 "우 후보는 지난 4년동안 메가리조트 외자 유치 거짓말, 감귤 투자비 조작, 제주도 부채 부풀리기, 감귤 매립 허위 주장 등 해괴한 논리로 도민을 현혹시켰다"고 공격했다

한나라당 제주도지부는 또한 "민주당 우근민 후보 측에서 '신구범 후보가 지사로 재직할 때 감귤을 땅에 파묻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서청원 대표 명의로 우 후보를 제주지검에 고발했다.

***선거 막판 금권선거도 다시 판쳐**

인신비방과 더불어 이번 지방선거는 막판에 가면서 금권선거 양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10일까지 금품, 음식물 제공 등으로 적발된 위반 사례는 무려 2백7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각 당은 서로 금권선거의 책임을 상대 당에 떠넘기며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공명선거대책위원회는 9일 '한나라당의 불법선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전국 각 지역 한나라당 후보들의 금품살포 등 불법선거 사례를 유형별로 공개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금권선거 사례는 지난달 24일 경북 영덕의 한나라당 후보인 김 모 군수의 금품수수에 대한 경찰 수사, 지난 5일 공천헌금 제공혐의로 구속된 경기 남양주시 한나라당 후보 이모씨 관련사례 등 19건이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금권선거 주범이라며 역공을 폈다.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10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표를 매수하는 행위가 이뤄지는 등 굉장한 혼탁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감시활동을 주문했다.

남경필 대변인도 논평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저질 흑색선전이 역풍을 맞자 대대적인 금품살포를 획책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하고 "우리 당은 총비상령을 발동, 표 도둑질을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시대적 행태와 정치혐오증 악순환고리**

이처럼 6.13 지방선거는 지역감정 조장, 인신공격, 금권선거로 최악의 선거행태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으로 인해 선거열기가 가라앉자 이러한 구시대적 행태가 더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로부터 멀어진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서로 무리수를 서슴지 않는 형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에 '지방자치'가 실종된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으로 인해 대선열기가 조기 과열되어 지방의 쟁점이 묻혀 버린 것이다. '부패정권 심판' '부패의 주범' 등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고 받는 공방의 대부분이 중앙정치 쟁점이다.

결국 6.13 지방선거는 최악의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잇따른 부패스캔들과 양당의 저급한 공방으로 국민의 정치혐오증이 극에 달했다. 게다가 월드컵 열기로 정치 외면 현상은 점점 심해진다. 그럴수록 지방선거 후보들은 구시대적인 지역감정 호소, 인신공격, 금권 동원에 나서고 있다. 그래서 정치혐오증은 더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다.

최저 투표율과 최악 선거운동행태. 이렇게 지방자치 3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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