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월드컵 열풍은 지방선거 종반기류를 좌우할 핵심변수로 부상했다.
이처럼 한껏 고무된 월드컵 열기 속에 정치권 주요 이슈들이 희석되면서 한국 대표팀의 성적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각 당은 다각적인 분석과 처방을 내놓고 있다. 각 후보 진영에서도 월드컵 신드롬을 선거전에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이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전국민적 호감을 활용, '히딩크식 정치론'을 홍보 전략에 차용하는가 하면 축구와 관련된 선거공약도 대거 등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고육지책 격으로 등장한 정치권의 월드컵 신드롬을 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축구관련 공약 대거 등장**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민석 후보는 5일 ▲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 창설 ▲ 경평 축구 정기전 부활 ▲ 서울시 자치구마다 1개 이상의 잔디운동장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월드컵 16강의 열망을 서울시민과 함께 하고 한국축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서울시의 비전"이라며 "잔디구장에서 운동하는 시민이 넘쳐날수록 서울이 건강해진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은 "민주당이 생활체육인 공략을 위해 각 구별로 잔디구장을 만들겠다거나 녹지의 배드민턴장을 양성화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실현 불가능하고 환경훼손의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상은 인천시장 후보는 국가대표 이천수, 김남일, 최태욱 선수를 배출한 부평고를 포함한 지역 초ㆍ중ㆍ고교의 축구부 지원대책과 축구후원회 결성, 프로축구단 유치, 인천 공설운동장 조명 설치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 밖에도 자민련 심대평 충남지사 후보는 한국축구대학 유치, 유소년축구단 창단, 황선홍 축구공원 조성, 여성축구단 창단 등 축구관련 4대 공약을 내걸었고 대구시장에 출마한 무소속 이재용 후보는 대구월드컵 경기장을 종합테마단지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내가 정치권 히딩크'**
직접적으로 축구와 관련된 공약을 내세우지 않은 후보들도 월드컵 열기와 히딩크 신드롬을 선거 전략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는 5일 서울 마포와 노원구에서 가진 정당연설회를 통해 "서울의 히딩크가 되겠다"며 "히딩크라는 노련한 지도자를 만났기 때문에 한국 축구팀이 강한 팀이 되었듯이 서울에도 경험있고 노련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이문옥 서울시장 후보는 7일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의 자택을 방문, '백넘버 DJ-02, 반칙명 뇌물수수, 요구사항 검찰출두'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레드카드를 전달했다. 이 후보측은 "홍업씨가 검찰에 조속히 자진출두해 엄정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레드카드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뿐아니라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저마다 월드컵 열기를 선거에 활용하려 부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창원시장 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배한성 후보는 "한국 축구팀의 12번째 선수가 붉은 악마와 국민이듯 창원시의 12번째 선수는 시민 여러분"이라며 "오는 13일은 창원시의 새 감독을 뽑는 날"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배 후보에 맞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차정인 후보는 홍보 책자 표지에 축구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싣고 차범근씨와 자신의 성이 같은 점을 활용, '창원에서 차붐이 인다'는 구호와 '슛 골인 진출 16강, 당선 차정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정치권 '월드컵 따라잡기'에 유권자는 냉담**
이처럼 출마자들은 월드컵 따라잡기에 진력을 다하고 있으나 정작 정치권의 '월드컵 신드롬'을 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서울 구로동에 거주하는 김항수씨는 "히딩크가 보여준 것은 언론의 냄비 근성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뚝심'이었다"며 "정치인들이 월드컵 붐이 일자 저마다 '자신이 히딩크 같은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냄비근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고 냉소했다.
김씨는 또 "몇몇 후보자들의 (축구 관련) 아이디어성 공약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고 있다"며 "정치 자체에 무관심과 냉소를 부추기는 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 천호동에 거주하는 임준식씨 역시 "월드컵 때문에 급조된 인기 유도성 공약을 믿을 수가 있겠느냐"면서 "지방선거가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은 사실이지만 유권자로서 기대하는 것은 지역 문제들을 대하는 출마자들의 진지함"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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