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의원 사퇴를 둘러싼 민주당 내홍이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새벽 21’은 15일 오전 여의도 관광호텔에서 조찬모임을 갖고 대통령 아들비리 의혹에 따른 당 지지도 하락 등에 따른 특단의 대책 중 하나로 제기됐던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사퇴 요구를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새벽 21은 이날 모임에서 “홍업, 홍걸씨 문제는 대통령 아들이라고 해서 성역이 돼선 안되며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하지만 동생 때문에 김 의원이 책임을 져야할 논리적 근거가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모임에 참석한 박인상 의원이 밝혔다. 박 의원은 김 의원 사퇴 문제에 대해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원의 신분으로 옆에서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으며 본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박인상 정범구 김성호 송영길 이종걸 의원 등 5명이 참석했다.
***지방선거 한달 앞, 내분 보일 때 아니라는 상황인식 공유**
당내 개혁모임의 하나인 바른정치모임 대표 신기남 최고위원도 이날 아침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김홍일 의원 사퇴는 초선 의원들 중심으로 요구가 있으나 (나는) 김 의원 본인과 지역구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며 반대론을 폈다.
한편 쇄신연대(총간사 장영달 의원)도 오는 16일 모임에서 김 의원 거취 문제를 아예 거론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달 의원은 “홍업, 홍걸씨의 비리 의혹은 명명백백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김홍일 의원 문제는 김 의원 자신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이 김 의원 사퇴요구를 전격 철회한 것은 ‘형제를 대표해 장남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장남 책임론’과 ‘대통령 아들이기 때문에 물러나라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신종연좌제론’ 등으로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의원 자신도 지역구 의원임을 들어 사퇴 요구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계속 밀어붙이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17일로 예정된 ‘의원 워크숍’을 사실상 취소하고 노무현 대통령후보도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깜짝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통령 아들문제에 대한 특단의 대처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등 지도부의 진화작업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도 무성하다.
또 채 한달이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의식 당이 내분사태에 휘말릴 때가 아니라는 상황인식도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 갈등 일시봉합, 지방선거 결과 따라 재연될 수도**
이로써 최근 권력 비리 의혹과 관련, 특단의 대책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 김홍일 의원 사퇴 주장을 둘러싼 민주당내 내홍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의 진로에 대한 핵심문제라 할 정계개편의 방향과 방법 및 시기에 관한 견해차는 여전하다.
15일 바른정치모임 세미나와 16일 쇄신연대 모임에서는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과 관련된 논의가 한층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순형 고문은 14일 "노 후보가 정계개편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이 노 후보가 그렇게 비판하는 3당합당과 뭐가 다르냐"면서 "정계개편은 선거에 의해 민의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태랑 박상천 최고위원 등도 정계개편에 대한 당내 공감대 부족, 기득권 포기 주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따라서 15일 아침 초선의원들의 김홍일 의원 사퇴 주장 철회는 민주당 내홍의 일시봉합으로 분석된다. 코앞에 닥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백가쟁명식으로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김홍일 의원 사퇴 주장을 하루만에 잠재웠지만, 아직 당의 진로, '탈 DJ 방법론'에 대한 방향 설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일단 지방선거까지는 심각한 내분 표출 없이 당내 논의를 모아나가는 면모를 보이겠지만, 만약 지방선거 결과가 나쁠 경우 쇄신파 등이 ‘책임론’을 제기하며 '제 2의 정풍운동'으로 번질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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