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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경선 끝낸 한나라당의 ‘진로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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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후보경선 끝낸 한나라당의 ‘진로 갈등’

보수세력 연대냐, 개혁세력 견인이냐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접어들면서 이회창 체제의 한나라당이 당의 진로를 놓고 갈림길에 직면했다. 개혁적 이미지의 노무현-한화갑 체제에 맞서 보수세력을 전면적으로 규합할 것인가, 일부라도 개혁세력을 견인해 노 후보의 지지기반을 공격적으로 잠식할 것인가.

당 전력의 극대화 차원에서 현재 한나라당은 두가지 전략을 모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계개편 논의가 구체화 될 경우 어느 한 방향으로 주전략을 모아야 할 현실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선후보와 최고위원 경선을 통해 새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이와 관련된 논란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당의 진로와 관련해 일차적인 관심은 최병렬, 이부영 두 경선 후보의 역할에 모아져 있다. 이들은 경선과정을 통해 보수와 개혁을 각각 표방하며 나름의 '노풍' 대처방안을 제시한 만큼 이회창 후보의 대선전략에 중용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경선패배를 인정하고 백의종군의 뜻을 밝히고 있으나 이회창 후보측에서는 두 사람을 선거대책위나 최고위원에 안배, 당의 전력강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오늘(10일)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될 새 지도부의 성격 역시 한나라당의 대선전략과 노선 결정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민정계 출신 후보들의 최고위원직 독식이 예상되는 가운데 타 후보들의 지도부 진출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최병렬 "다른 정파와의 연대에 적극 나서야…"**

최병렬 전 부총재는 당분간 일체의 당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보이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얼마전까지 이회창 후보와 대선 경쟁을 벌인 마당에 곧바로 이 후보 캠프나 당직에 합류하기가 껄끄럽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는 9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경선은 열심히 하되 결과에는 승복하고 하나로 뭉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라며 "백의종군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자리를 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지방선거 이후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사했다.

그는 또 "선거에는 우군은 많을수록 좋고 적군은 적을수록 좋다"며 "이회창 후보가 다른 정파와의 연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중심으로한 범보수세력의 연대노선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야권은 한나라당 빼고는 전부 '반(反) 이회창'이 돼 있다"며 연대 대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 자민련 김종필 총재, 박근혜 의원, 김윤환, 이기택 전 의원 등을 지목했다.

덧붙여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과 멀리 정리하고 아들문제도 법적으로 국민들이 보기에 시원한 모양을 만든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끌어들여 신민주연합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파괴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후보와 김 전 대통령의 관계개선이 영남권 표심에 미칠 파괴력을 의식한 주장이다.

***이부영, "개혁의 목소리 외면 할 수 없을 것"**

이부영 전 부총재는 대통령 후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배려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전 부총재와의 2위 경쟁에서 밀리기는 했으나 경선을 통해 당내 개혁세력의 대표주자로 확인된 만큼 이회창 후보측이 그를 지도부에 포함시키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측근인 안영근 의원도 그의 거취와 관련해 "차후에 생각할 문제"라면서도 "이부영 후보가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다고 한 만큼 격에 맞는 제의가 온다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대위보다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대선에서 역할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 전 부총재도 "이회창 후보가 개혁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당의 보수화를 견제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당의 단합과 개혁세력의 확보 노력 등을 주장하며 자신의 역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회창 후보 측도 당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보수적 색채로 덧칠되는 경향을 막고 노 후보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 전 부총재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노무현 발 정계개편 논란으로 인한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의 동요도 일정 정도 무마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도부 경선서 민정계 독식구도 깨지나**

5.10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새 지도부의 성격도 한나라당의 양대선거 노선을 가름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정계 출신과 '측근정치'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후보들이 지도부를 장악할 경우 당 안팎의 개혁세력에 대한 견인은 힘을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7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결정하는 최고위원 경선에는 17명의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김정숙 후보가 여성 몫으로 할당된 1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실질적으로는 6개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박희태, 하순봉, 김기배, 강재섭, 김진재, 강창희 후보 등 '민정계 6인방', '세대교체'를 들고나선 정형근, 홍준표, 안상수 후보 등 '재선 3인방', 소장파의 대표격인 김부겸 후보, 민주계의 서청원 후보 등이 각축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경선 돌입 당시 민정계 후보들의 강세가 점쳐졌으나 "측근정치 주역들과 민정계 일색으로 가면 12월 대선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비판론이 당 주변에 적지 않아 이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회창 후보 옆에 고령의 민정계 의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국민에게 보여질 경우 신선한 바람을 타고 대권고지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크게 대비되지 않겠느냐"면서 "당이 20년전 민정당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 대두됐다.

그러나 개혁세력으로 분류되는 출마자가 수적으로 빈약해 최고위원 경선은 기타 세력이 민정계 후보들의 지도부 독식구도를 얼마나 저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더불어 이 후보의 파트너로 양대 선거를 이끌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도 관심사다. 최고위원들의 호선 방식으로 당 대표를 선출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 역시 예측이 어렵다. 게다가 어떤 인물이 대표를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당 중진들간의 공감대도 형성돼 있지 않다.

'3선 이상, 50대 이상으로 조정력과 지도력을 겸비한 인물' 내지는 '1~3위 최고위원 가운데 이회창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고 최고위원들간의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조정해 줄 인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대두되는 정도다.

***보수세력 결집이냐 개혁세력 견인이냐**

지도부 선출이 마무리되는 대로 한나라당은 대선기획단과 선대위를 구성, 양대선거 준비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이 대선전략을 엿볼 수 있는 일차적인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격전이 예상되는 수도권과 충청권, 영남권의 승부 전략을 두고 개혁세력과 보수세력 사이의 당내 논란이 예상된다.

노 후보의 '신민주대연합론' 등 정치권 지각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당내 전략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후보 진영내에서는 '국민대통합론'을 기치로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이 집중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개혁세력을 아우르는 외연 확대와 범보수세력의 결집 사이에서 한나라당의 선택이 주목된다. 여기에는 최병렬, 이부영 전 부총재의 역할과 새 지도부가 지방선거 및 노무현 발 정계개편론에 대응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도 관심있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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