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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연합'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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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연합'엔 미래가 없다

유시민의 시사카페 <13>

박근혜 의원이 창당 작업에 착수했다. 4월 26일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킨 '박근혜 신당'의 이름은 가칭 한국미래연합. 괜찮은 이름이다.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뜻을 함께 하는 정치세력의 '연합'이라, 얼마나 좋은가. 창당발기선언문도 보기 좋다. '21세기 정보화시대', '문명사적 대전환', '부정부패 없는 나라', '차별 없는 나라', '국민대통합', '남북의 평화공존'을 비롯하여, 그대로만 된다면 꿈같은 미래가 열릴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한국미래연합에 과연 밝은 미래가 있을까? 당사자들에게는 서운한 소리겠지만 매우 의심스럽다. 38명의 창당발기인 가운데 정치인이라고는 박 의원 자신과 전직 국회의원 한 사람이 전부다. 이건 시작이라 그렇다 치자. 하지만 정치인이 아닌 창당발기인 중에도 '한국'의 '미래'와 관련해서 무언가 남다른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분들의 정치적 지향을 더 자세히 파악할 목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로라 하는 검색엔진들을 다 동원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문명사적 대전환'을 고민하는 정당이 인터넷 홈페이지도 없을 리가! 결국은 박근혜 의원 홈페이지 귀퉁이에 링크를 걸어둔 한국미래연합 홈페이지(www.miraeyonhap.or.kr)를 발견했다. 놀라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홈페이지의 컨텐츠가 너무나 단순했기 때문이다. 창당발기선언문, 창당발기인 명단, 그리고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가 전부였다.

아직 사이버 집이 공사 중이라 그럴 뿐, 한국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들렀을지도 모를 일이라 홈페이지에 개설된 임시게시판을 열어보았다. 이곳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4월 25일 임시게시판을 개설한 후 사흘 동안 올라온 글이 겨우 49개. 여섯 개씩이나 올린 사람과 관리자를 포함하여 글을 올린 사람은 30여 명이고, 조회수도 평균 30회 수준에 불과하다.

왜 이럴까? 박근혜 신당에 대한 국민지지율이 한때 25%에 육박했고 지금도 최소한 두 자리 지지율을 유지한다는데 왜 홈페이지는 이렇게 썰렁할까? 여론조사가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면 '박근혜 신당' 지지자들은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는 유권자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인터넷을 쓰지 않는 유권자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50세가 넘은 노령층. 초고속통신망이 보급되지 않은 농어촌 거주자. 컴퓨터를 구입하고 통신요금을 부담할 능력이 부족한 저소득층, 대충 이렇게 봐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미래연합 게시판에 축하글을 남기는 소수의 네티즌은 누구인가? 내용을 보면 대개 박정희 전대통령을 훌륭한 인물로 추앙하는 '젊은 우파'들이다. 여성계 일각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박근혜를 지지할 수 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개인의 소신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머물고 있다.

박근혜 의원은 이런 사람들과 함께 '미래'로 가려 한다. 갈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그가 갈 미래는 없다. 박 의원 자신이 아버지 박정희가 드리워놓은 과거의 덫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미래연합의 창당예정일을 5월 16일로 잡았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한국미래연합의 창립발기선언문은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없다. 박근혜 의원이 꿈꾸는 미래는 이른바 '5.16 군사혁명'의 변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박정희가 추구했던 가치를 부정하며 그가 사용했던 방법을 배제한다. 민주주의는 '위대한 지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21세기 정보화 사회는 온 국민을 하나의 '투철한 국가관' 아래 묶어세우는 집단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문명사적 대전환은 새마을운동과 같은 동원체제를 이미 역사의 유물창고에 던져버렸다. 박정희 시대의 21세기적 변종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에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는 것은 전적으로 박근혜 의원과 한국미래연합 지도부의 자유다. 그러나 아버지의 흔적을 지키려는 딸의 집착 때문에 또 하나의 정당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은 별로 즐거운 구경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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