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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弘 의혹' 노무현 지지도에 영향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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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3弘 의혹' 노무현 지지도에 영향 주나

<전문가 진단> "아직은 미풍, 장기화되면 최대 악재"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 의혹 파문이 대선 레이스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 조사'를 주장하며 청와대와의 정면 승부에 나선 이회창 후보는 물론, DJ와의 분명한 관계설정을 요구받고 있는 노무현 후보에게도 '3홍 의혹'은 고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여야 대립의 뇌관으로 떠올랐던 설훈 의원의 발언이 불발로 끝남에 따라 청와대와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역공에 노출될 전망이다.

'3홍 비리의혹'과 각종 폭로성 발언에 정국 상황이 휘말려 가면서 정가에서는 그동안 거세게 불던 노풍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대통령 세 아들의 권력비리 의혹이 노 후보의 대선가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놓고 보면 얼마전까지 20%P가 넘는 차이를 보이던 노무현-이회창 후보 사이의 지지도 격차가 '3홍 비리의혹' 이후 15%P 내외로 감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한길리서치의 지난 3월 정기조사 때는 26.4%P이던 격차가 4월 정기조사에서는 17.2%P로 좁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도 격차 축소가 전적으로 '3홍비리 의혹' 때문이라고 속단할 근거는 없다.

어쨌든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더라도 정가에서는 어떤 이유로건 '노풍'이 다소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3홍 비리의혹의 여파가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원인 진단이 대두됐다. 한편으로는 '노풍'이 안착되는 자연스러운 조정국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노 후보가 3홍 의혹으로 아직까지 큰 타격은 입지 않았지만 절대적 무풍지대에 놓인 것은 아니라는데 입을 모았다. 또한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노 후보에게는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노무현 핵심 지지층이 돌아서고 있다"**

김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고 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상 3홍 의혹이 노 후보에게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대통령 아들 문제로 영남권과 보수층의 이탈이 눈에 띈다. 또 노무현 지지층 중에서 이슈에 영향을 많이 받는 30~40대와 화이트칼라, 자영업자 등 핵심층이 빠지고 있다."(TNS 김헌태 이사)

"대통령 세 아들 문제를 중심으로 DJ의 권력형 비리 문제는 앞으로 대선 정국에서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노 후보에게 일정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시사평론가 유창선)

"3홍 의혹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따라, 또 그에 대한 대처에 따라 노풍이 태풍이 되느냐 침몰하느냐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시사평론가 박상병)

"당이 노무현 후보를 밀어줘야 하는데 (3홍 비리의혹으로) 민주당이 마비된 상황이다. 당의 체계적인 뒷받침이 어렵다는 자체가 불리한 조건이다."(21세기한국연구소 소장 김광식)

우선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노풍의 진원지라고 할 수 있는 진보세력과 30~40대의 성향이 이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정당중심의 지지층은 이슈가 터질 경우 유동층화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런 맥락에서 김헌태 이사는 "노 후보의 지지기반 중 민주당 지지층, 진보세력, 30~40대 계층은 3홍 의혹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돌아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당의 압박과 국민 여론도 노 후보에게는 딜레마다.

유창선 박사는 "본선 국면에 접어들고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노무현은 민주당 후보'라는 당적 요소가 크게 관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씨는 "국민들이 대통령 아들들을 감싸주지 않는다"며 "민주당 후보 노무현이 대통령 아들 문제에서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아직은 '3홍 비리의혹'의 영향권 외곽**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 후보가 아직까지 3홍 의혹의 중심 영향권 하에 놓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3홍 의혹은 대통령 주변의 문제이지 노 후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근거에서다.

또한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지지율 감소 현상에는 3홍 의혹 외에도 민주당 경선의 흥미 반감, 한나라당의 전열 정비 등의 요인이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급속하게 몰아치던 노풍이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

"이회창-노무현 사이의 격차 감소는 일종의 조정국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국민들이 '노무현 현상'을 이해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시사평론가 유시민)

"노풍은 DJ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발생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민주당 후보 노무현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 노무현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노 후보는 대통령 주변에서 일어난 비리의 책임을 물을만한 당사자가 아니다."(시사평론가 손혁재)

"서민층에서는 상대적으로 (3홍 의혹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50대 이상, 저학력층에서는 3홍 의혹 이후 오히려 지지도가 높아졌다. 이들은 민주당이 아니라 노무현 개인에 대한 지지세력이기 때문이다."(TNS 김헌태 이사)

"노 후보의 지지기반의 특성상 대통령 아들의 부패를 감싸지는 않겠지만 노무현을 김대중 2중대로 보지도 않는다."(상지대 정대화 교수)

"지지율 하락의 보다 큰 원인은 이인제 후보의 사퇴 이후 민주당 경선 자체의 재미와 관심이 약화됐기 때문이다."(이화여대 김수진 교수)

이 같은 전문가들의 분석은 노풍의 원인이 김 대통령의 '정치적 작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국민 여론 속에서 자연발생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또한 3홍 비리 논란이 김대중 대 이회창 구도로 진행되면서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노 후보에게는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대화 교수는 "한나라당도 내분을 수습하고 경선을 시작해 '이회창 대세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며 "이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정도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3홍 의혹은 김대중과 이회창의 싸움"이라며 "노 후보는 그 싸움의 터널 가운데를 지나가고 있고 이 후보는 현재 노 후보와의 경쟁을 못하고 있다"고 말해 '3홍 의혹'이 이회창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은 아님을 시사했다.

김수진 교수 역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공세 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책임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데 대통령을 조사하라는 등 네거티브하게 욕만 하고 있다"면서 "이것으로는 노 후보의 지지를 끌어내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 후보가) 민주당 후보이기 때문에 밖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여론조사에서의 변화는 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되고 한나라당 경선이 진행되면서 생긴 조율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옹호도, 비판도 할 입장 아니다"**

노 후보는 3홍 비리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적절히 처리할 것"이며 "내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사안에서 보여주었던 노 후보의 선명성과 비교해 보면 매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당 후보가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보다 책임 있는 입장표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도 있다. 결국 정가의 화제는 '3홍 의혹'을 통해 노 후보가 김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모아져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노 후보가 견지하는 신중론에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는 반응이다. 청와대 및 민주당과의 관계정립, 영·호남권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노 후보가 지금 당장 섣부르게 나설 수 없다는 것.

우선 노 후보는 3홍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입장 표명은 당연하다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박상병씨는 "대통령 아들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청와대와 민주당"이라며 "아직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것도 아닌데 이 일을 노 후보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유시민씨는 "이치를 따져볼 때 (노 후보가) 책임질 일이 없는데 옹호도 비판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정대화 교수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닌 노 후보가 (3홍 문제를) 감싸안을 이유도 해결하라는 요구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영, 호남의 상반된 정서를 고려해 볼 때 현 단계에서 노 후보가 3홍 의혹에 대한 더 이상의 발언이 나올 수 없다는 견해도 보였다.

김수진 교수는 "한 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원칙적으로는 현안과 무관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노 후보는 호남 지지층과 더불어 부산, 경남 지지층도 끌고가야 하는데 (입장표명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3홍 의혹 장기화는 노무현 악재**

그러나 전문가들은 3홍 의혹을 비롯한 대통령 주변의 권력형 비리가 대선 레이스 내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고 3홍 의혹이 파장이 커질 경우 노 후보의 선택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혁재 박사는 "노 후보가 3홍 문제에 대해서 모른체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세 아들 문제가 커질수록 부패척결 의지나 대응 입장을 선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태 이사는 "노풍은 서민들의 동질감이 형성된 것"이라며 "현재 노 후보의 스탠스는 서민층의 분노, 반감, 변화에 대한 갈망을 고려하지 않은 태도"라고 지적하고 이 상태가 장기화 될 경우 위험 요소가 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전문가들은 노 후보가 향후 3홍 문제 대처와 김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분리 진행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큰 틀에서는 DJ 연장선에 서면서 현안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 표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광식 소장은 "노 후보는 대통령 아들 문제를 옹호할 수 없다"며 "언젠가는 DJ와의 연대냐, 독자노선이냐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 박사는 "노 후보의 스타일을 볼 때 현 정권을 떠안겠다는 입장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당장 부상되는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 정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손혁재 박사는 "노 후보에 대한 지지심리 중에는 김 대통령의 개혁을 마무리 할 인물이라는 기대도 있다"면서 "노 후보가 DJ와 확실한 선을 긋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아들 문제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기화되더라도 이 문제와 대선은 별개의 사안이고 준비과정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나서야…"**

결국 3홍 의혹과 관련한 노 후보의 입장 선택은 대통령, 민주당과의 관계 조율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그러나 3홍 문제의 해법은 일차적으로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박상병씨는 "청와대와 당, 검찰이 무리수를 두지 않고 사태를 제대로 마무리 할 경우 노 후보는 오히려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억지로 영향력을 행사해서 풀어가면 노 후보에게도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광식 소장도 "노 후보는 청와대가 3홍 의혹에 대한 처리를 조기에 마무리 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문제가 길어지면 노무현-DJ-민주당 사이의 연대구조가 형성되기 힘들어 불리한 상황에서 대선을 치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유창선 박사도 "노무현 개인으로만 대선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와 민주당의 대응이 향후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의 견해는 '3홍비리의혹'이 아직은 노 후보에게 치명적 약점이 되고 있지 않지만 만약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대선 승패를 좌우할 변수가 될 잠재력은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 해결 당사자는 노 후보가 아니라 청와대라는 인식이다. 따라서 노 후보로서는 현재와 같은 애매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며, 현 국면을 타개할 당사자는 청와대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조기 수습책이 나올지, 아니면 문제가 확대되면서 노 후보에게 모종의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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