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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과 3홍의 역사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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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과 3홍의 역사 되풀이

"대통령의 자식 단속은 정권의 첫째 신조"

'문민정부'인 YS정권의 레임덕을 가져온 김현철 사건이 시작된 것은 5년전 꼭 이 무렵이었다. 97년 3월 21일 심재륜 검사장이 대검 중수부장을 맡으면서 시작된 김영삼 당시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에 대한 수사는 5월 17일 김씨를 구속하면서 마무리됐다.

이 사건으로 김영삼 대통령은 그 해의 대선 정국에서 손을 거두었고 이어 외환위기로 빠져들면서 사실상 정치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폈던 김대중 당시 야당 총재는 5년이 지난 지금 세 아들 '3홍'의 비리의혹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같은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역사의 수레바퀴는 되풀이해 돌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비리 의혹에 빠져 정치권이 격랑 속에 빠져든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 1년여를 남긴 97년 벽두부터 김현철씨는 야당과 언론의 각종 의혹 공세에 직면했다. 그가 한보 특혜대출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이었다.

김현철씨는 공세를 벗어나기 위해 정면 승부를 걸었다. 그는 1월 18일 한보 관련 의혹을 제기한 국민회의 의원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뒤 검찰에 출두했다. 검찰은 조사 후 김씨가 한보대출과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국은 오히려 더 시끄러워졌고 의혹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그 와중에서 3월 10일 김현철씨가 정부 인사에 관여했다는 신문 보도가 터져 나왔고 이를 입증하는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됐다.

이 비디오테이프는 95년 1월 김현철씨가 의사 박경식씨의 진료실에서 전화로 유선방송사업자 선정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녹화한 것. 원래 이 비디오테이프는 진료과정을 녹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진료 도중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김씨가 전화를 거는 장면까지 수록돼버린 것이다.

이로써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물증을 갖게 되었다.

국민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고 김현철씨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검찰은 코너에 몰렸다. 일선 검사들마저 반발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최후의 승부수로 지방에 밀려나 있던 심재륜 검사장을 중수부장에 임명했다.

검찰의 계산은 이러했다. 특수수사통인 심재륜 부장이 김현철씨의 비리를 밝혀내면 체면을 차리는 것이고 밝혀내지 못하더라도'천하의 심재륜이 수사했는데도 밝혀진 것이 없으니 의혹은 없다'고 주장할 셈이었다.

정권과 정치, 여론의 삼중 포화 선상에 놓인 심재륜 중수부장은 비장의 카드를 찾았다. 한보 대출이나 국정 개입 혐의 수사는 아예 뒷전으로 물리고 곧바로 김현철씨의 정치자금을 파고들었다.

한달도 안 된 4월 중순, 김현철씨의 측근인 박태중씨 계좌에 지난 92년 1백20억원이 들어온 뒤 50억원은 전 대호건설 이성호 회장, 70억원은 김기섭 안기부 운영차장이 관리하는 세기문화사 계좌로 흘러든 것을 밝혀냈다.

당시 외국에 나가 있던 이성호씨를 설득해 불러들여 조사한 결과 이씨가 자금을 관리하면서 매달 이자 명목으로 김현철씨에게 자금을 주었고 김씨에게 몇 가지 청탁한 것이 밝혀졌다.

중수부는 5월 17일 김현철씨를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했다. 당연히 표적 수사였으나 여론은 수사결과를 지지했다.

김현철씨는 1심에서 3년형을 선고 받은 후 11월 3일 보석으로 석방됐으나 2심에서도 3년형, 파기환송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았다. 정권이 바뀐 뒤인 99년 8월 잔형 면제 사면을 받았다.

5년 뒤인 2002년 4월, 검찰은 중수부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의 의혹을, 서울지검 특수2부에서 3남 홍걸씨의 의혹을 수사중이다.

'폭로 정국'에 의해 촉발된 수사라는 점에서 같다. 5년전에는 중수부장이 교체됐으나 이번에는 검찰총장이 바뀌었다. 약간 달라진 점이다.

김현철씨는 당초 '국정개입죄'로 조사를 받기 시작했으나 홍걸씨는 '거액재산 출처불명죄'로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심재륜 중수부장은 전격적으로 심장을 파고 들었으나 이명재 검찰총장과 이범관 서울지검장은 꼬리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다른 점이다.

만약 홍걸씨의 비리 혐의가 밝혀질 경우 대통령과 정권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정국은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요동칠 수밖에 없다. 결과는 같아진다.

마지막으로 비약해 추측하면 대통령의 아들 때문에 정권도 바뀔 것인가. 역사학자들은 현상은 되풀이돼도 상황과 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역사는 아니며 설령 정권이 바뀌더라도 역사의 되풀이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식 단속'의 교훈은 정권 때마다 되풀이된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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