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파업에 대해 정부가 일관된 강경책을 고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2일 끝난 발전노조 파업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자세를 구사해 민노총으로부터 사실상 '항복'을 받아냈다.
민노총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교섭대상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명문화해 약속했고 파업에 참가한 발전노조원의 형사 처벌과 급여 가압류, 징계 등에 관해서 사실상 정부의 처분대로 따라야 할 처지가 됐다.
민노총의 '항복'은 여론의 외면, 정치권과 언론의 정부방침 지지, 노조 내부의 결속력 부족 등에도 원인이 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정부의 강경 대응이다. 발전회사는 파업 4일째인 2월 28일 4차례 추가협상이 무위로 들어가자 3월 19일까지 노조원 1백96명을 해임하고 3월 21일 미복귀자 전원을 해임하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정부는 전력 대란을 우려하는 여론과 민노총의 총파업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7일 민노총이 제의한 '민영화를 포함한' 대화를 아예 거부했고 오히려 30일 민노총에 민영화를 교섭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명문화하라며 사실상 항복문서를 요구했다.
방용석 노동부장관은 이 같은 사실을 감추지 않고 1일 기자들에게 거듭 공개하기까지 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여러차례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민노총은 브레이크 없는 기차처럼 달려든 정부의 강공에 백기를 들어버렸다.
3일부터는 미복귀자 3천4백여명에 대해 징계위가 예정돼있다. 발전회사는 파업철회에도 불구하고 6백여명을 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 같은 강공을 두고 국가신용등급 상향에도 불구하고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고 월드컵 등 올해 4대 국제행사를 치르기 위해 사회 경제계의 분위기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해석이 타당하더라도 정부의 강경 자세를 완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의 강경자세는 정치에서 거의 배제되고 조기 레임덕에 빠진 'DJ 정권'의 마지막 활로 찾기라는 시각이 설득력이 있다.
지난해 터지기 시작한 '권력형' 3대 게이트로 인해 야당과 언론의 집요한 공세에 밀려 '국민의 정부'는 조기에 레임덕에 빠지고 청와대는 정치로부터 배제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 후 '보금자리'인 아태평화재단도 여론의 조준권에 들어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퇴임 후 '역사적으로 평가받기'를 원했다. 재임 중 IMF 체제에서 벗어나고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노벨평화상을 받은 업적을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것이다. 섣부르게 세무조사라는 칼을 휘두른 탓에 언론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을 수도 없다.
방법은 자신의 사회 경제개혁과 남북화해 정책을 어떤 식으로든 유지하고 이를 업적이라고 주장하는 수밖에 없다. 더이상의 레임덕을 막는 효과도 크다.
김대중 대통령이 민노총의 파업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나간 것도 이 같은 배경이며 부시의 '악의 축'에 찔려가면서도 차세대전투기사업을 강행하고 남북대화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비록 완전한 의보통합이 차기정부로 넘어갔지만 재임중 1단계 공기업 민영화를 마무리 짓고 의약분업을 정착시키면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어느 정도 평가받을 수 있다.
또한 3일부터 방북길에 오른 임동원 특사가 새로운 내용은 아니더라도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거나 금강산 특구 지정 등을 이끌어 낸다면 대북 화해정책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권 후퇴의 '덕택'으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다 총재직을 버린 민주당이 독자 회생의 길을 찾고 있어 부담이 줄어든 것도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번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드물게 메이저 신문의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공기업 민영화뿐만 아니라 사회개혁의 하나인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의사단체가 투쟁을 재개하더라도 정부는 강하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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