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의 당권포기 선언 이후 당 내분 수습에 가닥을 잡은 한나라당이 그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경선 모양새 갖추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부영, 최병렬 의원 등이 속속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 돌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당의 국민경선만큼 '흥행 대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 내분의 중심에 서있던 김덕룡 의원이 아직 분명한 출마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고 박근혜 의원의 복당 추진도 진통을 겪고 있어 한나라당 경선은 자칫 '반쪽짜리'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후발주자들 속속 경선 출마선언**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3일 출마선언 예정인 이 총재,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이부영 이상희 의원, 출마를 적극 검토중인 김덕룡 최병렬 강재섭 김홍신 의원, 그리고 탈당한 박근혜 의원 등이다.
이 총재는 2일 박관용 의원을 총재권한대행으로, 김용환 혁신위원장을 부총재로 임명한 뒤 곧바로 총재직을 사퇴하고 3일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 본격적인 경선레이스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총재 측은 서울 여의도 대한빌딩 4층에 1백30여평 규모의 경선 캠프를 별도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비주류 출마 예상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경선캠프를 철저히 '슬림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현재 경선대책위원장 자리에 4, 5선급 중진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예 공석으로 남겨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경선캠프 선대본부장으로는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이 유력하다.
비주류 중진 의원인 이부영 의원은 2일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고 '후보교체론'을 강도 높게 제기하며 불퇴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여의도 당사 맞은편에 있던 기존의 개인사무실 외에 추가로 사무실을 개소, 경선 캠프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변인에 안영근 의원을 내정하는 등 선대본부 구성도 서두르고 있다.
최병렬 의원도 "한나라당에도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주문을 수용, 1일 출마 결심을 굳히고 이회창 총재 측에 이같은 뜻을 통보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최 의원 본인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않고 있다.
최 의원의 한 측근은 "최 의원이 이 총재에 대한 개인적인 의리와 정치인으로서 공적인 소명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으나 일단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의 또 다른 측근은 "최 의원 본인이 직접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언론 보도가 나온 이상 조만간 결론을 내지 않겠느냐"라며 출마설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편 탈당 직전에 당 잔류로 선회한 김덕룡 의원도 향후 행보를 고심중이다. 그간 '전당대회 연기론'을 폈지만 세불리로 묵살된 이후 공식적인 반응은 일체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출마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후발주자들 고려, 후보등록 시한 연기**
경선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도 대략적인 윤곽을 잡은 상태다. 당초 3일 선거일 공고, 4-5일 후보자 등록, 6일 홍보물 제출 등의 경선일정을 확정한 바 있으나 2일 경선출마를 공식선언한 이부영 의원이 "후발주자를 배려해야 한다"며 전체 경선일정 연기 등을 요구함에 따라 일정 및 방식에 대해 일정부분 손질을 가했다.
이에 따라 통합선관위는 당초 6일까지로 돼있던 후보자 홍보물 제출시한을 오는 9일 오후 6시까지로 연장했으며, 등록시한은 기존대로 5일을 준수하되 등록신청서를 제외한 각종 구비서류 및 기탁금은 첫 경선대회 전날인 오는 12일까지 제출토록 했다고 김문수 사무1부총장이 밝혔다.
이와 관련 '당화합발전특위'의 박관용 위원장도 2일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후발 주자들의 사정을 고려, 사무처와 사실상 등록시한 연기에 관한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박근혜 김덕룡 의원이 남은 관건**
이렇게 박근혜 의원의 탈당 이후 김빠진 경선을 우려했던 한나라당의 경선 모양 갖추기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 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고심은 이 총재에 필적할 만한 상대가 없어 민주당의 국민경선제 만큼의 국민적 반향을 끌어 낼 수 있는가에 있다.
사실상 한나라당 경선은 이 총재 후보만들기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국민적 관심은 누가 후보가 되느냐보다 이 총재가 몇 퍼센트의 지지율로 당선되느냐에 쏠려 있다.
따라서 박근혜 의원의 복당 여부가 한나라당 경선 성공에 있어 최대 관건으로 떠오른 상태다. 박관용 위원장을 중심으로 박근혜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고 있지만 박 의원이 완강한 거부의사를 고집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결국 박 의원의 복당 추진과 비주류의 중심인 김덕룡 의원이 경선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 것인가가 한나라당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영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의원 귀국 직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박관용 위원장과 박근혜 의원의 회동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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