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28분간 오전 회의를 진행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박철수 부총국장은 모두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에 입장했다. 특히 박 부총국장은 들어오자마자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와 악수도 없이 바로 자리에 앉는 등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 간 5차 실무회담이 22일 개성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굳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는 남측 김기웅(왼쪽) 수석대표와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 ⓒ개성공동취재단 |
양측 수석대표는 지난 4차 회담에서 박 부총국장이 "안개까지 걷히면 먼 산의 정점이 보일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 수석대표가 "지난번에 안개가 걷히면 정상이 보인다, 좋은 말씀 하셨는데"라고 운을 뗀 뒤 "오늘 우리 양측 대표들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또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서 앞으로 개성공단이 튼튼한 기반 위에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가겠다, 이런 각오로 오늘 회담 진지하게 협의를 진행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부총국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높은 산 정점을 조속한 공업지구 정상화로 잘못 이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한 뒤 "제가 얘기한 높은 산 정점은 북악산 정점이 대성산만큼 청아한가, 맑은가 하는 것을 알고 싶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박 부총국장의 이날 발언은 남측의 정확한 의중을 알고 싶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보인다. 그가 언급한 북악산은 청와대 뒷산을 의미하고, 대성산은 평양의 혁명 열사릉이 있는 곳이다. 즉, 박 부총국장은 대성산이 청아하다는 말을 통해 자신들은 개성공단 재가동의 의지가 명확하다는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북악산도 그런가 하는 것을 알고 싶다고 언급하면서 남측의 의지는 잘 모르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장 밖에서의 북측 관계자들도 남측의 입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이번 회담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 북측 관계자는 "우리가 지난 회담 때마다 재발방지 보장한다고 계속 얘기했다"며 "사태가 이렇게 된 책임은 남측에게 있지만, 빨리 공단 조속히 재가동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과 그 해결 방안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이 드러나 이번 회담에서도 순조로운 합의를 이루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재발방지 보장과 국제적 규범에 맞는 개성공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실무회담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새로운 남북관계 적립을 위한 원칙과 틀을 짜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미 좋은 선례를 만들었고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투자여건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큰 이익을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혀 개성공단 국제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박 대통령은 "한 입주 기업의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이 완료가 된 만큼 반출된 제품의 활로를 찾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정부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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