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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의 종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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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의 종말을 보았다

노무현 캠프 경선일기<1>

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경선이 진행되면서 이에 임하는 각 후보 캠프의 전략전술 게임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후보 캠프의 전략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캠프 경선일기를 연재한다. 상위권 후보 캠프에 경선 중간결과에 대한 자체 평가와 향후 전략 기고를 요청했고, 이에 응한 후보 캠프의 기고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1라운드(제주,울산)의 최대 관심사는 이른바 ‘이인제 대세론’의 사활 여부였다. 라운드가 끝난 직후 모든 언론은 하나같이 이인제 대세론에‘사망선고’를 내렸다. 심지어 대세론 전파에 앞장섰던 일부 신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더 나아가 ‘노무현 대안론’의 급부상을 대서특필했다. 이로써 그동안 민주당내를 휘돌아 다녔던 대세론이라는 허황된 망령은 종말을 고하고 말았다.

***대세론은 후진정치의 악순환을 만들 뿐**

이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할 것은 대세론 그 자체이다. 대세론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우리 편이 다수니 우리 편에 붙어라’는 말이다. 여기에는 가치판단이 철저히 배제돼 있다. 비유하자면 버스에 목적지도 표시하지 않고 그저 ‘우리 버스에 사람이 많이 타고 있으니 어서 올라타라’고 말하는 격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세론에는 ‘다수가 타고 있는 우리 버스에 타지 않으면 좋지 않다’라는 협박성 메시지가 내재돼 있다는 점이다. 헌법기관인 다수의 국회의원들, 심지어 개혁파를 자처하는 젊은 국회의원까지, 입만 열면 내세우던 가치를 내팽개치고 대세론에 무릎 꿇는 것을 보면 협박성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목적지 없는, 또는 목적지가 자신의 방향과 다른 버스에 올라타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인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세론은 국회의원 줄세우기를 낳고, 줄세우기는 계보를 낳고, 계보는 돈정치와 맹목적 충성 및 반대 급부, 정치의 지역주의와 정책 실종 등 온갖 후진적 정치 행태의 악순환을 만드는 장본인이다.

***이제는 본선 전략**

이런 상황에서 제주 경선에서부터 '이인제 대세론'의 깃발이 여지없이 꺾여 더 이상 어느 누구도 대세론이라는 낡은 깃발을 흔들 수 없게 됐다. 제주에서 한화갑 후보의 선전과 울산에서 김중권 후보의 약진은 대세론 차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선호투표제를 염두에 둔 자연스러운 연대가 수면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주·울산 경선 결과로 '이인제 대세론'이 허구임이 드러나 본선경쟁력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선거인단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히게 된 듯하다. 이번 토요일 광주 경선에서도 노무현 후보가 득표력을 보임으로써 지역주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전국적 득표로 나아가는 디딤돌을 마련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본선에서의 승리와 민주당의 재집권으로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려하는 전략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다 죽은 대세론의 망령을 되살려 보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준다. 이제 모든 후보는 ‘우리 버스에 사람이 많이 타고 있으니 어서 올라타라’고 말하는 대신 버스의 목적지를 정정당당하게 내걸고 손님을 불러 모아야 한다. 다수인지 소수인지는 그 결과로 가려야 한다. 이것이 선진정치의 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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