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노무현 고문의 약진에 힘입어 민주당의 '개혁후보 연대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그동안 거론된 '반(反) 이인제 연대론' 중 성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온 개혁연대론이 급물살을 타면서 민주당 경선의 초반 구도는 섣부른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노 고문 외에는 대상 후보들이 아직까지 연대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고 있으나 초,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혁진영 의원들의 움직임이 구체화 될 경우 각 캠프에 가해지는 압력도 적잖을 것으로 관측된다.
***"개혁후보 단일화해야 본선승리"**
신기남, 천정배, 이종걸, 임종석 의원 등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은 7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혁진영 후보들이 역사적 대의로 현실을 보고 개혁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값진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개혁정권의 재창출이며, 연대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민주당 개혁진영과 범국민적 개혁연대 의지를 하나로 모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의원들은 연대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임 의원은 "2자 연대든, 3자 연대든 자신을 개혁진영 후보라고 생각하는 모든 후보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신 의원은 MBC 라디오 아침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개혁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경선에서 이길 수 있으며, 본선에서도 개혁후보가 나설 때 승산이 있다"며 "단일화 대상은 원래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고문 등 3명의 후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한화갑 고문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제주, 울산에서 노무현의 약진**
개혁진영 의원들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급부상한 것은 그동안 꺾일 줄 몰랐던 '이인제 대세론'이 한풀 숨죽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체 경선전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제주, 울산 지역에서 노 고문 지지율의 급상승이 이들에게 힘을 보탰다는 관측이다.
제주, 울산 지역의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고문은 제주에서 2위, 울산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울산 선거인단수가 제주보다 많아 노 고문 진영에서는 경선 첫 주 1위 득표를 넘보고 있다.
반면 이인제 고문은 제주에서는 1위로 나타났으나 울산 지역에서 5~12% 포인트 차이를 보이며 2위에 머물러 초반 '이인제 대세론'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이 고문이 6일 울산에 머물며 집중적으로 선거유세를 벌인 것도 이같은 긴장감을 반영한다.
일단 경선 초반 승기가 노 고문 쪽으로 기울면서 정가에서는 그동안 '1강 2중 다약'으로 점쳐지던 경선 판세가 '이-노 양강 구도'로 굳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인제 대세론'에 제동이 걸리면서 개혁진영 의원들은 '개혁연대론'을 공세적으로 제기할 호기를 맞았다. 김근태 정동영 고문 진영에 가할 물밑 압력도 이에 따라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결과에 한껏 고무된 노 고문측은 "국민이 개혁후보간 연대와 단일화를 바라고 있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도리"라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강 구도가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중심으로 한 개혁연대가 성사될 것으로 내다본 노 고문측에 순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관건은 한화갑**
그러나 정가의 시각은 경선 초반 개혁후보 단일화의 성사 여부에 대해 회의적이다. 실제 투표 결과가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올 경우 개혁 연대 움직임이 급속하게 냉각될 가능성도 크다.
7일 회견에 참석한 천정배 의원은 "개혁세력이 뭉쳐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단일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으나 각 캠프의 반응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정동영 고문은 7일 개혁세력 연대 논의에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정동영은 정동영의 길이 있고 선배들은 나름대로 길이 있다'고 밝혔다.
김근태 고문측 대변인인 임종석 의원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87년 양김씨 분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단일화를 압박했다. 그러나 정작 김 고문은 '민주 일부 후보 사퇴검토'라는 제하의 7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해명서를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력 부인했다.
한편 김근태, 정동영 고문이 개혁후보 단일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더라도 한화갑 고문의 조직적 지원 없이는 경선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개혁진영 의원들의 구상에 있어 한 고문의 당내 지분은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또한 만약 한 고문이 이인제 측과 손을 잡고 대권-당권을 나누는 '주류연대' 쪽으로 선회한다면 '개혁연대'의 힘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경선 짝짓기의 핵은 여전히 한화갑 고문이 쥐고 있는 셈이다.
'개혁연대'를 조기성사시키려는 쪽 역시 일단 노무현-정동영-김근태 연대를 이뤄내면 한화갑의 선택을 보다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단계론도 계산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희망과는 달리 한 고문 측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한 고문은 6일 불교방송 대담프로에서 "대권에만 도전한다. 경선 과정에서 그 부분은 결코 변함이 없다"며 다시 한번 여타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경선 중반을 노려라**
개혁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선 의원들은 제주 경선 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울산, 광주 경선 결과를 놓고 4명의 주자 진영에 승산에 따른 '결단'을 강력 종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선 초반 노 고문의 약진이 두드러져 '반(反) 이인제 연대'의 축으로 자리잡으면 노 고문의 현실적 득표력에 반신반의하는 타 주자들에 대한 설득이 용이해지지 않겠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가에서도 7명의 주자들이 경선 레이스 최종 라운드까지 뛸 것이라는 관측은 드물다. 경선 진행 도중 지지율이 저조한 후보들이 사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개혁진영 의원들로써는 다음 주 광주지역 투표 전후가 개혁 연대를 성사시킬 또 한번의 기회인 셈이다.
아무튼 경선 투표 전 개혁연대 실현은 후보들의 완강한 고집으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혁 후보들의 '결단'이 언제쯤 모아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첫 경선지인 제주 지역 투표는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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