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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反이인제 연대' 성사되나?

개혁연대, 영호남연대, 주류연대···암중모색

22일, 23일 민주당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물밑에 숨어있던 민주당 대선후보 간의 '짝짓기 논의'가 수면위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7명의 주자들 모두가 불퇴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단 7명 전원 후보등록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월9일 제주 경선이 시작되는 시점을 전후해 주자들 사이의 갖가지 연대론이 구체화되면서 경선구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후보 연대론의 핵심은 반(反)이인제 연대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개혁후보 단일화론', '영호남연대론' 등이 모두 "이대로 가면 이인제가 후보가 되고, 그렇게 되면 본선에서 진다"는 상황인식에 기초해서 선두주자인 이인제 고문을 꺽기 위한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인제 고문 측은 '연대불가론'으로 맞서고 있다. 후보경선을 올림픽 100m 달리기 예선전에 비유하면서 "2,3위 후보가 연대해 1위를 꺽으면 결국 본선에서 진다"는 논리로 "가장 잘 달리는 1위가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연대론이 실제 성사될는지 여부는 예측 불허다. 당권의 향배, 당내 지분 분포, 차기 정권에서의 정계개편 구상, 차차기를 겨냥한 교두보 구축 등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혁후보 단일화, 늦출 수 없다**

논의 수준에서 가장 활발한 것은 '개혁연대론'이다. 민주당내 개혁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인제 대세론'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판세분석 결과 '개혁연대'를 서둘러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져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이인제 고문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노무현 고문을 중심으로 정동영, 김근태 고문 등 개혁 성향의 주자들이 한 데 뭉치고 한화갑 고문은 당권으로 선회한다는 4자연대 구축이 개혁연대론의 요체다.

이에 따라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들 간의 단일화 논의가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천정배, 신기남, 임종석 의원 등은 21일 오찬 모임을 갖고 단일화 방법과 일정을 논의하려 했으나 회동 사실이 노출됨에 따라 일단 순연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천 의원은 20일 김근태 고문 진영의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단일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한 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계와 시민사회단체, 민주화운동 출신 인사들도 개혁주자 진영에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 고문은 이 고문의 지난 97년 신한국당 경선 당시의 '경선불복' 문제와 정체성 문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충청 사람이 영남에서 지역바람을 일으키면 되레 뒤집어 쓸 수 있으나 (영남출신인) 내가 후보가 되면 적어도 방어는 된다"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노 고문의 이인제 강공은 경선구도를 이인제 대 노무현 양강구도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며, 양강구도가 굳어질 경우 자연스럽게 자신을 중심으로 한 개혁연대가 성사될 것을 기대하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영호남 연대론도 급물살**

한편 노무현, 김중권 고문이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동서화합 후보론', '영호남 연대론'도 탄력을 받고 있다.

김중권 고문은 지난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동서화합 정권의 창출을 위해 동서화합의 진정한 의도를 지니고 있는 어느 후보와도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고문은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동서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인구의 1/3을 차지하는 영남을 포기해서는 선거 승리가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고문은 이어 '이인제 대세론'에 대해 "단순인지도에 터잡은 여론조사일 뿐, 지역을 둘러보니 대세론도 허세"라고 일축하고 최근 노무현 고문의 이 고문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서도 "당사자인 이 고문이 입장을 천명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인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인제 공격에 동참한 셈이다.

노무현 고문의 "영남 출신이라야 영남정서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나 김중권 고문의 '동서화합 정권 창출론' 모두 '호남에 기반을 둔 영남대통령론'이다.

이 주장은 다목적으로 해석된다. 우선 경선후보중 당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갑 고문을 향한 연대 제의다. 또한 현재 '이인제 대세론'의 기반이 되고 있는 동교동계를 향해 "이인제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대세론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동시에 당 바깥에서 영남후보를 찾으려는 일부 정계개편 추진세력을 향해 "당내 영남후보도 있지 않느냐"는 반론의 성격도 갖고 있다.

결국 이인제 지지와 정계개편 추진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교동계 주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여 판을 뒤집어 보려는 전략인 것이다.

***후보 연대의 열쇠는 한화갑 당권 선회**

이러한 개혁연대, 영호남연대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한화갑 고문의 향배다. 모든 연대론의 대전제는 '당권은 한화갑'을 전제로 한 고문이 갖고 있는 당내 지분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 고문의 당권 선회 문제에 대해 경선 초반 판세를 지켜본 뒤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과 경선 막판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한 고문이 초반 당권 선회시 지지율이 저조한 다른 2, 3명의 후보도 함께 사퇴해 특정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고문 본인이 연대론을 부정하고 있고 당권 선회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더욱이 이른바 '주류연대'의 구상으로 '이인제 대권, 한화갑 당권' 연대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한 고문의 조기 당권 선회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인제, '특정후보 밀어주기'는 안될 일**

이처럼 반(反)이인제 진영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연대론에 대해 이 고문 진영에서는 "사퇴를 전제로 한 연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후보간 연대설에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노 고문을 중심으로 가해지는 공세에도 "좋은 충고로 받아들인다"는 말 외엔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섣불리 대응했다간 노 고문 쪽 전략에 휘말린다는 몸조심이다.

그러나 후보 사이의 합종연횡이 실제 성사될 경우, 이 고문 입장에서는 '다 된 밥에 재 빠뜨리는 격'이 될 수도 있어 내심 견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인제 주도의 '역 연대 구상'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앞서 거론된 이인제-한화갑 주류연대 구상, 이인제-김근태 연대설 등이 출몰하는 배경이다. 이러한 '역 연대 구상'은 물밑에서만 진행되면서 성사되어도 좋고,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반(反)이인제 연대를 막아내기만 해도 좋다는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수한 연대설의 종착점은 아직 미지수**

앞으로 3월 9일 제주, 10일 울산, 16일 광주경선이 치러지면서 초반판세가 뚜렷이 드러나게 되면 지금까지 거론된 무수한 연대설은 한두가지로 압축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후보들간의 이해타산과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 협상은 고난이도의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우선 당권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 대선 이후 당내 지분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계산이 맞아야 한다. 또한 대선 이후 예상되는 다양한 정계개편의 전망까지를 염두에 두고 후보들의 개인적 전망들이 서로 맞아야 한다. 그리고 차차기 등을 겨냥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데 있어서 경선 막판까지 가서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유리한지, 중도에 포기하는 게 유리한지에 대한 계산이 끝나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계산이 마무리 되기는 대단히 어렵다. 단지 명분만으로 정치인들의 행보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97년 신한국당의 '9룡 경선'에서도 '이회창 대세론'에 맞서 이한동-박찬종-김덕룡의 '3자연대', 이한동-이수성-김덕룡-이인제의 '4자연대' 등 무수한 연대론이 제기되었고, 실제 성사단계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경선에선 거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경선이 끝나자 마자 각자 제 갈길로 헤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전례를 감안할 때 현재 민주당 내의 무수한 연대론 역시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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