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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없는 팀워크+원칙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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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없는 팀워크+원칙수사

차정일 특검팀의 이용호게이트 파헤치기

“끝이 안 보인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우리도 끝이 어딘지 모른다” (이용호게이트 특검 관계자)
끝 모를 이용호게이트를 파헤치고 있는 차정일 특별검사팀. 특검팀의 수사가 오는 8일로 60일간의 1차 기간이 만료된다. 특검은 2차로 30일, 3차로 15일간 수사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10일 대검중수부가 수사 중이던 이용호게이트를 넘겨받아 검찰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기주 전 한국기술거래소 대표를 구속하고 달아난 김영준씨를 검거했다. 특검은 무혐의 처분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신승환씨와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를 구속하는 등 검찰이 하지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

특검은 이용호씨가 주가조작에 활용했던 진도 보물발굴사업의 전모도 밝혀내고 있다. 이형택씨가 99년 12월 보물발굴 사업에 관여한 직후 청와대 이기호 경제수석과 국정원에 지원을 요청했으며 2000년 7월 이용호씨를 끌어들이고 2001년 1월에는 해군 수뇌부에 지원요청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이용호씨는 2000년 10월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를 발행, 이를 매입해 주식으로 전환한 뒤 2001년 2월 삼애인더스가 보물발굴사업을 벌인다는 내용을 발표해 주가를 올려 이를 팔아 2백56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김영준씨도 함께 1백54억원을 챙겼고 이형택씨는 자신의 철원 임야를 시세보다 비싼 값에 이용호씨에게 넘기고 보물사업 성과의 15%를 대가로 받기로 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사건을 특검에 넘기면서 ‘샅샅이 훑어본 만큼 새로 나올 얘기가 없을 것’이라는 태도였다. 특검이 이기주씨를 구속하자 검찰의 ‘바람’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신승환씨의 구속(1월 13일), 김영준씨의 검거(1월15일), 이형택씨의 구속(2월 1일) 등이 이어지면서 특검의 수사는 검찰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수사 개가는 차정일 특검의 팀워크와 독립적인 수사 의지, 원칙적인 수사 방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차정일 특별검사(60)는 73년 검사로 출발, 90년 서울지검 부장검사로 공직을 마치고 변호사를 개업했다. 검사 시절 일반인에게 주목받은 법조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차정일 특검의 성격이 강직한 데다 일처리에서는 원칙을 중시해 한번도 편법을 쓴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이 없고 인상이 약간 날카롭지만 실제로는 포용력이 넓어 주변 사람들을 원만하게 잘 이끌어가는 스타일.

대한변협이 특검 후보를 제의했을 때 차정일 변호사는 고객을 위해 수임 사건을 중단할 수 없다며 고사했다. 이에 사무실의 동료 변호사들이 이번 사건의 수사는 의미있는 일이며 수임 사건을 대신 하겠으니 특검을 맡으라고 적극 권유해 차 변호사는 사심 없이 특검 후보를 승낙했다.

차정일 특검의 취미는 등산. 주로 홀로 북한산을 다닌다. 특검 활동이 시작된 후 뜸하다가 지난달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산행을 즐기고 단골집인 구기동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셨다. 평소 과묵한 성격대로 이날 수사 관련 내용에 관한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이상수 특검보(46)는 83년 검사를 시작, 부장검사를 끝으로 98년 변호사를 시작했다. 김원중 특검보(45)는 재조 경험 없이 86년 변호사를 개업했으며 취미인 그림은 전문 작가 수준, 건강은 마라톤으로 다진다. 송해운 부장검사(43)는 86년 검사로 출발했으며 고전음악을 즐겨 자신의 사무실에 소형 오디오를 갖춰놓을 정도이다. 모두 개성이 강한 편이지만 일에는 사심이 없고 친화력이 있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이다.

차정일 특검은 특검 임명 후 이상수, 김원중 변호사를 직접 찾아가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해 동의를 받았다. 특검의 팀워크는 구성원의 개성에도 불구하고 차정일 특검의 이런 노력에 의해 밑받침된 것.

팀워크에다 단서를 치밀하게 추적하는 수사 방법과 정치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자세가 이 사건 수사를 끌어가는 또 하나의 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이용호게이트를 앞서 수사했던 대검이 수사능력에서 특검보다 못한 것은 아니다. 특검의 수사 중 상당 부분은 대검이 확보해둔 단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단서를 추적, 처리하는 태도에서 검찰과 특검의 차이가 난다는 것. 우선 특검은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나 수사 원칙대로 계좌 추적에 충실하고 법률 검토를 했다. 그 결과 검찰의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기주씨의 혐의를 찾아냈고 신승환씨와 이형택씨의 혐의를 보강할 수 있었다.

김영준씨의 검거와 이형택씨의 보물사업 관련 확인은 상당 부분 제보에 의한 것. 제보는 수사기관이 신뢰를 받을 때 활발히 나온다. 특검이 신뢰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뜻하는 대목이다.

특검은 이형택씨가 각계에 벌인 로비와 2000년 5월 이용호씨가 검찰에서 무혐의로 석방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사건은 또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특검 수사결과로도 검찰은 할말이 없게 됐다.

검찰이 당초 특검과 같은 팀워크와 자세로 일을 했었다면 초기에 의혹을 밝혀내 ‘게이트’라는 불신의 늪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검찰의 신뢰 상실은 정치권이 흔들어놓은 탓도 있지만 ‘검찰 스스로 희생을 각오하고 독립을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한 퇴임 검사의 고언대로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별수사청이 신설되든, 특별검사제가 상시화되든 상관없이 검찰의 신뢰 회복은 검찰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99년 대전법조비리와 옷로비 사건에 이어 지난해 각종 게이트에서 만신창이가 된 검찰에게는 이번 특검 활동이 중요한 시사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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