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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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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챙이

[한윤수의 '오랑캐꽃']<686>

경기도 여주에서 전화가 왔다.

스리랑카 사람이
버스 빈 좌석에 앉는 순간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깔고 앉아서
"성추행이야!"
하고 난리가 났단다.
파출소에 끌려갔지만
버스 승객들이 성추행이 아니라고 증언을 해주어서
풀려났다나.

"그럼 끝난 거네."
"끝난 게 아니에요. 돈 안 주면 여자가 고소한대요."
"고소 못해. 그냥 겁주는 거야."
"그래도 계속 전화하는데, 여기와서 도와주실 수 없어요?"
"없어!"

그러자 발끈해서
"목사님, 월급 많이 받죠?"
"많이 받지!"
"근데도 쉬운 일만 도와줘요?"
"응!"
"내가 보기엔 목사님도 편히 사시는 경향이 있네요. 인정하시죠?"
"응!"

내가 * 기름챙이처럼 빠져 나가자
전화가 끊겼다.

*기름챙이 : 내 고향 청주 무심천에 사는 미꾸라지의 한 종류. 기름칠한 듯 미끄러워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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