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용산기지 내에 1천66가구의 아파트를 신축키로 한 데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으나 신축 저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한미군은 이 문제가 불거진 후 10일 공식성명을 통해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 합의의사록의 양해사항 2차 개정 조항에 따라 지난 5월17일 아파트 건설 계획을 한국정부에 공식 통보하고 최초계획서(initial planning document)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고건 서울시장은 “서울시 도시계획의 근본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관계부처에 전달하겠다”고 밝혀 아파트 신축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양해사항 2차 개정조항에 따르면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물을 신축할 때 미군은 한국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한국정부는 지방정부와의 조정 결과를 두고 미군과 협의해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의 비공식 견해처럼 한국정부가 협의에 불응할 수는 없다.
미군은 한국정부가 표명한 견해에 대해 적절한 고려를 하도록(will give due consideration) 돼 있다.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이장희 교수는 “올해 발효된 양해사항 2차 개정조항에 들어간 ‘적절한 고려’는 그 의미가 불분명한 데다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 영어본을 우선으로 하도록 개정돼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미군이 서울시의 도시계획을 고려해야 하는지 아니면 고도제한, 하수처리 등 몇가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미군이 적절한 조처를 취하면 건축이 가능하다는 뜻인지 불분명하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양해사항은 통보 및 협의라는 절차를 규정하고 협의에서 합의된 내용의 수용을 의미하는 것이며 기본적으로 ‘합중국은 시설과 구역 안에서...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SOFA 협정 내용을 훼손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 국제지역대학원 김철호 교수는 “다만 양해사항 중 ‘적절한(due)’이라는 문구는 ‘실질적인’ 또는 ‘법적인’이라는 의미가 강해 한국 정부가 한미합동위원회 협의에서 서울시의 도시계획이나 시민여론 등을 들어 타당성 있게 설득할 경우 미군이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용산기지 내에 아파트 신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현재 미 군무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서울 한남빌리지의 소유주인 주공이 임대를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들 8백가구를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자 주한미군은 기지 내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것.
주한미군은 군무원들에 임대료를 보조해주고 있으며 포괄적으로 임대료도 한국정부의 방위비 분담에 포함되고 있다. 주한미군측은 기지 내 아파트 신축이 기지 이전과는 무관하며 실제 이전할 경우 이전에 필요한 비용의 분담만을 요구하지, 신축 아파트의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태도이다.
이장희 교수는 “용산기지 내의 아파트 신축 문제도 중요하지만 서울의 도심에 외국군 기지가 존재함으로써 주권국가의 자존심이 훼손되고 도시가 기형화된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미국이 기지 이전을 약속한 만큼 이를 실질적으로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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