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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 건강과 안녕이 우선돼야"

집단이익 추구는 안돼-의사 정치세력화에 대하여

의사들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들의 정치참여가 의사집단의 이익과 영달만을 위한 것이라면 결국 의사 집단 전체의 몰락을 가져올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비판은 과거 의사들이 대거 정치권에 진출했음에도 대부분 국민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했던 전례를 근거로 들고 있다. 21일자에 실린 대한의사협회 정우석 홍보위원의 주장에 대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한 의사의 반박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지난 해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끝나고 난 뒤부터 의사집단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사회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의료대란이 어렵사리 수습된 이후에도 보험재정 파탄과 같은 의료문제가 계속 사회의 현안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정부의 강공책으로 궁지에 몰린 의사들은 또다시 자신의 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직선제를 통해 대표를 다시 선출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신임 의협 회장은 의협 사상 최초로 회원들의 직접 투표로 뽑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되었는데, 최근 취임 일성으로 의약분업 전면 재검토와 의협의 정치세력화를 주장하고 나서자 각 언론에서는 이를 사설에서 언급할 정도로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의협의 정치 세력화 주장은 한국교총의 정치 참여 주장과 맞물리면서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의술은 가치중립이라는 정서가 저변에 깔려있어 의사들이 정치세력화되는 것에 대한 다소간의 거부감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민주사회에서 시민 개개인이나 개별 직능단체의 정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참여의 폭이 넓어질수록 우리 사회의 정치 수준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의협의 정치 세력화 주장을 크게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의협이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는 더 이상 의료를 밀실에서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공론의 장에서 여론의 검증을 받겠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나아가 지난해처럼 이해의 조정과 타협이라는 정치의 원칙을 무시하고, 의사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물리력으로 사회질서를 교란시켜가면서까지 목적을 달성하지 않겠다는 자기반성의 의미도 담겨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의협의 정우석 홍보위원은 의사들이 정치세력화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정치권이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의사를 배제한 채 의료정책을 결정해왔었고, 이 때문에 의사의 진료권이 심각하게 침해되었으며 그로 말미암아 국민의 건강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권이 전문가인 의사들을 무시하고 “무뇌(No Brain), 무지(No Knowledge), 무의(No mind)" 한 세력들과 ”시민을 가장한 정치세력“들만 편애하였기에 의약분업이 실패하고 보험 재정이 파탄나버렸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제 의사들이 직접 정치에 개입하여 발언을 하거나 세력을 모아 정치권에 압박을 가하여 의사의 권리를 되찾겠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의협이 정치 세력화를 주장하는 것은 탓할 일이 못된다. 민주 사회에서 누구든 정치는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을 판단하고 심판하는 일은 국민의 몫인 이상 정치세력화의 성공 여부는 국민들의 판단에 달려 있으니 제 삼자가 거론할 일도 못된다.

그러나 정우석 홍보위원이 주장하는 의사들의 정치개입의 이유, 즉 정치권이 의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해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만큼은 전혀 설득력이 없을 뿐더러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의사들을 배제한 적은 없다. 오히려 능력이 모자라고 정치적 식견이나 경륜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의사들을 단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중용해왔었다.

역대 정부에서 의료의 주무부서인 보건 복지부 장관중에 의사 출신이 얼마나 되는가? 멀리 뒤돌아 갈 것도 없다. 국민의 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이 누구였던가? 의사였다. 문민 정부의 초대 복지부 장관은 누구였던가? 의사였다. 왜 이들이 전부 단명에 그쳤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까지 의사 출신의 국회의원은 얼마나 되는가? 이들 중에는 단지 의사라는 전문 직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회의사당을 들락거린 전국구 국회의원도 있었다. 멀리 3 공화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의사출신의 정치인이 집권당의 원내 총무를 지낸 적도 있었다. 법조계에 견줄 바는 못되지만 의사집단은 어느 직능 집단 못지않게 정치권에 많이 진출해 있었고 지금도 진출해 있다.

그런데도 정우석 홍보위원은 무엇을 근거로 정치권이 의사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배제해왔다고 주장을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노동자 출신의 노동부 장관은 고사하고 단 한 명의 노동자 국회의원을 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진보정당 사람들에게 정치권으로부터 의사들이 배제되고 무시되었다는 말은 너무 염치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어떤 보건 정책을 입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의사 출신의 국회의원을 앞세워 의사협회가 어떤 독자적인 정책을 입안하여 관철시켰던 적도 없다. 그 이유는 의사집단이 지금까지 스스로 독자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해 그 길고 긴 의료파업 기간중에도 협상안조차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던 집단이 의사 집단이다.

문민정부 시절 의사 출신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책을 펴보기도 전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을 때 최소한 의사 출신의 정치인에 대해서만큼은 의사 집단 내부에서 검증을 했어야 했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5년 뒤 똑 같은 전철을 되풀이 했다. 또 의사 출신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문제로 취임식 이후 곧바로 퇴임식을 열어야했다. 그 결과 의사들은 하나같이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인상이 국민들 사이에 각인되어 버렸을 것이다. 정작 “무뇌(No Brain) 무지(No Knowledge) 무의(No mind)한” 집단이 어디인가?

의사 집단의 정치 세력화는 전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끊임없이 정치권에 진출해왔었고 보건 정책 주무부서의 책임자 자리까지 차지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의사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은 의견을 제시할 능력도 없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사 개개인은 사회 속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조직의 힘이 필요치 않은 사회적 강자였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이제 공개적으로 정치의 세력화를 주장한 이상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다 같이 되짚어 보아야한다. 먼저 과거 정치권에 진출한 의사들 중에서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받거나,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의사 집단내부에서조차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물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의사집단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대변한 적도 없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지도 않은 채 단지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해왔기 때문은 아닐까? 의사 집단의 정치 세력화가 의사 집단의 이익과 영달을 위한 것이라면 일찍 정치권에 진출했던 선배 의사들의 전철을 되밟아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사집단이 정치세력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우선 순위에 놓는 사고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의사의 행복과 안녕이 곧 국민의 건강이라는 사고방식에 매몰되어 있는 한 의사들의 정치 실험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의사 정치꾼 개인의 실패에 머물렀겠지만 “세력화” 를 선언한 이상, 의사집단의 정치 실패는 의사 집단 전체의 몰락을 불러 올 것이다. 군인의 행복과 안녕이 곧 국가 안보라며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군인 집단의 정치 세력화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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