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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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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고전강독 <16>

제3강 서경(書經)-2

서경에서는 단 한 편만 읽기로 하겠습니다. 아까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가장 신뢰성이 있는 주공 편에서 골랐습니다.

無逸
周公曰 嗚呼 君子 所其無逸
先知稼穡之艱難 乃逸 則知小人之依
相小人 厥父母 勤勞稼穡
厥子 乃不知稼穡之艱難 乃逸 乃諺 旣誕
否則 侮厥父母曰 昔之人 無聞知
(周書 無逸.10)

稼穡(가색)-농삿 일. 依(의)-의지하다, 기대다.
諺(언)-함부로 지껄이다. 誕(탄)-방탕 무례함
侮(모)-업신여김. 厥(궐)-그. 其와 같음.

이 글은 주공(周公)이 조카 성왕(成王)을 경계하여 한 말로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 형인 무왕(武王)이 죽고 어린 조카인 성왕을 도와 주나라 창건 초기의 어려움을 도맡아 다스리던 주공의 이야기입니다. 군주의 도리로서 무일(無逸)하라는 것이지요. 안일에 빠지지 말 것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군자는 무일(無逸.편안하지 않음)에 처하여야 한다. 먼저 노동(稼穡)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의 고통(小人之依)을 알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의 모습을 보건대 그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함을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 무례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업신여겨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聞知)이 없다고 한다.“

이 무일 편에서 개진되고 있는 ‘무일사상(無逸思想)’은 주(周)나라 역사경험의 총괄이라고 평가됩니다. 생산노동과 일하는 사람의 고통을 체험하고 그 어려움을 깨닫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무일사상은 주나라 시대의 고대정서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중국문화와 중국사상의 저변에 두터운 지층(地層)으로 자리잡고 있는 정서라고 생각합니다.

1957년과 80년대에 대대적으로 실시되었던 하방운동(下方運動)의 사상적 근거가 바로 이 무일사상이라고 평가되었지요. 하방운동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당 간부, 정부 관료들을 농촌이나 공장에 내려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군 간부들을 병사들과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게 함으로써 현장을 체험하게 하는 운동이었지요.

간부들의 주관주의(主觀主義)와 관료주의(官僚主義)를 배격하는 지식인 개조운동이었지요. 1천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하방운동에 동원되었다고 전해지지요.

무일 편은 주공의 사상이나 주나라 역사경험을 읽는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 편을 통하여 가색의 어려움 즉 농사일이라는 노동체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생산노동과 유리된 젊은 층의 안일한 사고와 소모적 행태를 재조명하는 예제로 읽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나한테 건설회사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해 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는 후배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이 ‘무일‘이란 이름을 소개하였지요. 건설현장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싶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싫다고 하더군요. 건설회사가 ‘일이 없으면’(무일)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어요.

‘무일(無逸)‘이 물론 그런 뜻은 아니지만 어감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무일(無逸)이란 의미에 대하여 아무런 공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진짜 이유였다고 생각하지요.

특히 여러분과 같은 젊은 세대의 정서로서는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한마디로 불편은 불행일 뿐이지요. 불편의 의미에 대하여 참으로 삭막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죄짓는 일이라는 달관과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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