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소설가인 김학철(金學鐵)씨가 지난 25일 오후 3시40분 중국 지린성 옌볜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5세. 지난 6월 1일 윤세주열사 탄생 1백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서울에 왔던 김씨는 8월29일 다시 옌볜으로 돌아갔다.
옌볜에 돌아간 후 김씨는 "작가는 책을 못 보고 글을 못 쓰면 이미 생명이 끝난 것"이라며 "내가 죽거든 조객을 받지 말고, 추도식도 하지 말 것이며, 시신은 화장을 해 '김학철 원산행'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두만강에 뿌려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단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장남 해양씨등 가족들이 27일 두만강가에서 조촐히 장례를 치렀다.
옌볜의 한 문인에 따르면 9월 5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김씨는 별세 이틀전인 23일 관장으로 속을 말끔히 비우고 머리를 깎아서 조선의용군 시절의 모습으로 하였으며 수의 대신 늘 입고 다니던 중산복을 입었다고 한다.
1916년 함남 원산에서 태어난 김씨는 보성고보 재학중 상하이로 건너가 중국육군군관학교를 졸업한 후 조선의용대에 입대했다. 41년 태항산전투에서 일본군의 포로가 돼 나가사키 형무소에 복역 중 해방과 함께 풀려났다.
서울에서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 46년 월북, 노동신문 기자로 있던 김씨는 50년 중국으로 망명했다. 중국문화대혁명 와중에서 필화사건으로 10년간 옥살이를 했던 김씨는 장편소설 『격정시대』『20세기의 신화』『해란강아 말하라』 등과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89년 세계한민족문화축전에 초대돼 월북 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 김씨는 그 후 자주 서울을 왕래하며 우리에게도 지사적 면모와 함께 독립혼과 동포애를 역설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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