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 회장 이용호 사건이 총체적인 부패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7년 동안 조사한 부패인지도(CPI)에서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의 남미비아, 동남아의 말레이시아, 남미의 칠레보다도 낮은 수치를 보였다. 수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부패의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6월 발표된 CPI 2001에서 한국은 부패인지도 4.2로 91개 조사 대상 국 중 그리스와 함께 42위를 기록했다. 개도국으로서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칠레(18), 아프리카의 보츠와나(26)와 남미비아(30), 아시아 국가로는 대만(27)과 말레이시아(36) 등이다.
특히 김대중대통령 취임 이후 부패 인지도가 더욱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97년의 경우 부패 인지도가 4.9였던 것이 취임 첫해인 98년에는 4.2로 낮아졌다. 다음 해에는 3.8까지 내려갔다. 이어 2000년 4.0,2001년 4.2로 조금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표 참조)
이와 함께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 발표한 1999 뇌물공여지수에서도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14개 개도국에서 일하는 770명의 고위 기업간부, 회계사, 상업 은행 간부, 법률회사 간부 등을 상대 뇌물 공여 여부를 묻는 설문 방식으로 실시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3.4점을 얻어 조사 대상 19개국 가운데 18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3.1점을 맞아 유일하게 우리보다 뇌물 분야에서 낙후됐음을 보여줬다. 같은 개도국이면서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는 5.7점으로 11위, 일본은 5.1점으로 14위, 말레이시아는 3.9점으로 15위. 대만은 3.5점으로 17위를 차지, 한국보다 모두 앞섰다.
이 같은 심각한 부패 현상을 조사한 제2의 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는 지난 해 10월 발표한 ‘부정부패 실태 및 추이분석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부패가 가장 심각한 직종으로 정치인을 꼽았다. 정치인의 부패 정도는 조사 대상의 95%가 ‘극심’이라고 평가했다. 정치인 다음으로 부패한 직종은 고위 공직자로 80%가 ‘극심’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79%가 ‘극심’ 평가를 받은 세무공무원이 뒤를 이었다.
뇌물 부분에서는 행정기관 업무처리시 금품 및 접대 제공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인식에서 68%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니다’라는 답변은 31%에 그쳤다. 또 ‘금품이나 접대가 제공되는 경우 업무의 원활하게 처리 되는가’에 대해서도 조사 대상의 79%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부패의 경우 상당 부분이 정치인과 공무원들에 의해 뇌물의 형태로 저질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2의 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는 보고서 결론 부분에서 △업무처리를 둘러싼 관행과 부조리 풍토 등의 쇄신 △비리 공직자에 대한 처벌 강도의 강화 △정치권의 부패 방지 대책 구축 등을 권고했다.
<CPI 조사 방법>
국제투명성기구(TI)가 실시한 부패인지도(CPI) 2001는 모두 91개국이 대상이다.이들 나라 가운데 3분의 2가 10점 만점에 5점 이하를 맞아 부패 정도가 우려할만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한편 핀란드,덴마크,뉴질랜드,아이슬랜드,싱가포르,스웨덴 등 6개국은 9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아 매우 깨끗한 나라임을 입증했다.
지난 95년 처음 시작된 부패지수 조사는 올해의 경우 7개의 국제적인 독립기관이 14가지 분야의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기관은 세계경제포럼(WEF),로잔느의 관리개발연구소(IMD),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세계은행 산하 기구인 세계비즈니스환경조사연구소(WBES), 영국 유력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의 연구소인 EIU ,프리덤 하우스(FH),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 등이다.
이 가운데 PERC는 국외로 추방된 14개국 기업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또 스위스에 본부를 둔 IMD는 국내 및 국제 기업의 경영인,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49개국 3천678명을 조사했다. 세계은행은 79개국의 고위 관리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PwC는 34개국 1천357명의 재무관리자들을 조사했다. 이밖에 WEF는 76개국 4천600명의 기업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년여 동안 진행됐으며 적어도 3개 분야 이상의 조사를 받지 않은 나라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피터 아이겐 TI회장은 "이러한 엄격한 조사로 인해 부패지수가 높을 것으로 보이는 많은 나라들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