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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혁명' 전통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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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 '혁명' 전통에서 찾는다

[서남 동아시아 통신] 상하이 학파의 가능성

나는 2011년 8월 22일부터 1년간 상하이 대학 '중국당대문화연구센터(Centre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ies, CCCS)'에서 방문학자로 머물렀다.

CCCS는 2001년 11월 창설되었다. 화둥사범대학 중문학부 교수였던 왕샤오밍(王曉明)은 이 CCCS와 문화연구학과 개설을 위해 상하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CCCS는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3년부터 1단계 연구 활동을 시작했고, 2008년부터 2단계 프로젝트를 시작해 현재 진행 중이다.

1단계 연구 주제는 '1990년대 상하이 지역 문화 분석'이었고, 10년 예정의 2단계 주제는 '당대 문화의 생산 기제 분석'으로, 이는 '새로운 지배 문화의 생산 기제 분석'과 '중국 사회주의 문화의 문제점 분석'이라는 세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를 '비판적 분석'의 단계라 한다면, 2단계는 '촉진적 개입'의 단계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새로운 이론을 건설할 때 이전 것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것을 '구성'하는 것과 맞물린다.

CCCS는 중국 문화 연구 최초의 진지라 할 수 있다. 2004년 대학원 협동 과정으로 중국 대륙 최초의 문화 연구 교학 기구인 '문화 연구 과정(Program in Cultural Studies)'을 개설했고, 2012년에는 독립적인 단위로 석·박사 대학원생을 모집하게 되었다. 기존 분과 학문 제도를 비판하며 학제 간 횡단과 통섭을 지향하는 문화 연구를 전술적으로 제도화시킨 만큼, 왕샤오밍은 연구자와 학생들이 기존의 사회 재생산 기제에 흡수되는 것을 특히 경계한다. 이를 위해 역사적 깊이가 있는 글로벌한 안목, 이론적 사유 능력, 당대 중국 문화와 사회 현실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 현실적 조건에서 실제로 문화 변혁을 촉진시키는 능력, 사회 변혁에 대한 믿음 등을 공들여 배양하려 한다.

교학 외에 CCCS의 주요 활동은 당연히 연구와 교류에 집중되어 있다. 내가 2003년 처음 CCCS를 방문했을 때 연구원은 주임을 포함해 3인이었고, 이 구성은 일정 기간 지속되다가 최근 CCCS/문화연구학과의 전임 교직원은 7인으로 증원되었다. CCCS 운영의 기본 메커니즘은, 연구 주제를 개별적·집단적으로 진행하면서 일정 기간 경과 후 국내외 학자들과 만나는 장, 즉 학술 토론회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간행물이나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것이다. '연구-학술 토론회-출간'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

▲ CCCS에서 출간한 무크지 형태의 간행물. ⓒ임춘성

그간 무크지 형식의 간행물 <열풍학술(熱風學術)> 7권과 30권의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이들의 연구 대상은 무척 다양하다. 도시와 농촌의 관계, 농민공의 문제, 사회주의 노동자신촌, 인터넷 문화·문학, 도시화, TV 드라마, 매체 문화, 신(新)다큐멘터리 운동, 교과 과정 개혁, 젠더와 도시 신빈곤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사회주의 시기의 문화와 상하이 지역 문화부터 당대 지배 문화와 주류 이데올로기의 생산 기제 및 작동 방식 그리고 당대 '감정 구조'를 밝혀내고자 한다. 목하 핵심 프로젝트는 '현대 초기 혁명 사상'과 더불어 '상하이 청년들의 거주 문화'다. 후자는 새로운 도시형 주거 생활을 경제 제도, 일상생활, 매체의 세 측면으로 나누어 현지 조사와 통계, 설문과 인터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조만간 새로운 연구 결과물을 우리에게 선보일 것이다.

이들이 다른 학파와 변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중국 혁명 전통과 문화 연구의 접합'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이론들은 그 이론이 나온 시대와 지역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이른바 '여기 지금(here and now)'에 기초한 것이다. 왕샤오밍도 이런 맥락에서 중토성(中土性)을 강조하고 있다.

중토성은 중국의 진보적 혁명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한편 외래의 문화 연구를 비판적으로 수용해, 양자를 접합시키려는 기획으로 표현된다. 이를 위해 사회주의 혁명 이전의 비판적 혁명 사상을 발굴해 그것을 사상 자원으로 삼아 오늘과 미래를 가늠하는 시금석을 벼리고자 한다.

▲ CCCS가 펴낸 <중국 현대 사상 문선>. ⓒ임춘성
1000쪽이 넘는 <중국 현대 사상 문선>은 그 최초의 성과물이다. 지난 6월 29일 한국문화연구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왕샤오밍은 현대 초기 혁명 사상의 특징으로, 늘 피억압자와 약자 편에 서고, 정신과 문화의 관점에서 변혁을 구상하며, 새로운 중국과 세계 창조를 제일 동력으로 삼고, 부단하게 실패를 기점으로 삼으며, 고도로 자각적인 실천 및 전략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들었다. 수많은 중국학자들이 빠지곤 하는 중국 중심주의의 함정을 경계한다면, 중국의 비판적 혁명의 사상 자원을 가져와 우리의 사상 자원으로 삼을 수 있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공유 자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비판적 분석과 촉진적 개입의 절합'을 특징으로 삼는 이 그룹을 '상하이 학파(Shanghai School)'라 명명할 수 있다. 이들은 CCCS와 문화연구학과라는 진지를 구축해 4세대를 아우른 집단 연구를 지향하고 있고, '비판적 현지 조사'라는 독특한 연구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비판적 현지 조사'는 기존의 사회과학에서 실시하는 정량적 현지 조사에서 한 걸음 나아가 질적 연구를 지향하는 것으로, 인류학의 '민족지(ethnography)' 연구 방법과 겹친다.

문화 연구의 발원지인 영국 버밍햄 대학의 현대문화연구소(BCCCS)도 현판을 내렸다는 지금, 상하이대학 문화연구학과는 협동 과정의 단계를 거쳐 2012년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는 독립 단위로 인가를 받았다. 제도화의 길을 가면서 고착화를 지속적으로 경계하는 것, 이는 이후 CCCS 및 문화연구학과 존립의 관건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두 차례 동시 게재합니다. 임춘성 목포대학교 교수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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