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딸기, 즉 스트로베리 정도의 이름만 알고 즐겨 먹었다. 이제는 온갖 베리가 식품점에 넘쳐난다. 홈쇼핑이나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식품 매장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베리 제품까지 생·냉동 열매, 건과, 즙, 쥬스 등 다양한 형태로 팔고 있다. 요구르트 등 각종 가공 식품이나 빵, 과자, 케이크 등에도 이들 베리 열매들이 들어가고 있다.
수입 제품도 많지만 우리 농가에서도 몇 년 전부터 새로운 소득원으로 블루베리 등 베리 나무를 키우고 있어 국산 제품도 제법 나온다. 복분자의 고장 전북 고창에서도 최근 복분자 대신 블루베리를 키우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베리계의 새로운 강자는 블루베리다. 베리에 대한 좋은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각인되자 불과 몇 년 사이에 블랙베리, 크랜베리, 구스베리, 라즈베리, 블랙초코베리(아로니아) 등 그 뿌리가 어디인지도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베리들이 머리를 들이밀고 있다. 최근에는 아사이베리라는 다소 낯선 종류까지 요란한 선전과 함께 블루베리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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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들의 치열한 각축전과 함께 과대·허위 광고나 선전까지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소비자를 현혹하는 이런 요란한 광고·선전은 베리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탐·편식으로 이어져 자칫 건강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당뇨 환자 등 일부 질환자의 경우 맹신으로 인해 심각한 건강 피해를 입지 않을까 염려되는 형편이다.
얼마 전 지인 가운데 한 분이 어느 모임에서 "블루베리의 당은 설탕이나 다른 과일의 당과는 달리 당뇨 환자에게 아무런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며칠 뒤 인터넷으로 관련 내용을 살펴보았다. 게시판과 지식, 블로그 등에서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당뇨를 예방한다거나, 당뇨 환자에게 좋다고 하는 등의 내용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블로그나 인터넷 게시판, 트위터 등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에 올라 있는 몇몇 내용을 살펴보자.
"티비 정보인데 당분이 몸에서 소화되는 과정에서 노화가 생긴데요. 그 노화 방지를 위해 블루베리가 좋다기에, 저 오늘부터 블루베리 챙겨먹어요.^^."
"남녀노소 복용 가능, 고개 숙인 남자. 기력이 약한 여성, 간 기능 약한 분, 위 기능 약한 분, 암·당뇨 예방, 뇌졸중 개선, 심장병 개선, 관절염 개선…등등!" (아사이베리 선전)
아사이베리 판매 업자들은 아사이베리를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선전한다. 인간이 언어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로 표현한 것이다. 그 근거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한다.
아시아베리는 적포도주 포도보다 33배의 안토시안을 함유하고 있다. 안토시안은 항염증에 좋은 성분으로 아스피린보다 10배나 강한 소염 작용을 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안토시안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심장 질환과 뇌졸중의 위험을 줄여준다. 안토시안은 로돕신의 재합성을 도와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시력을 향상시키고 망막염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과일에 함유된 섬유질은 소화기 기능에 도움을 준다. 저혈당지수(low glycemic index)의 식품으로 당뇨 환자에게도 좋다. 전립선 비대증에 좋은 식물성 스테롤을 포함하고 있다. 비타민 A, B1, B2, B3, C 그리고 E와 칼슘, 칼륨, 인 등 미네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연골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글루코사민과 셀라드린이 들어있다.
고햠량의 지질(lipids)을 지녀 신체에 에너지, 활력을 준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암세포를 파괴한다고 알려졌다. 열매 속의 세로토닌은 숙면을 도와주고 집중력에도 도움을 준다. 계란보다 단백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필수지방산인 오메가6(리놀산)과 오메가9(올레인산)가 함유되어 있어 콜레스테롤 농도를 조절해준다. 즉 몸에 나쁜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수치는 낮추고 몸에 이로운 고밀도콜레스테롤(HDL) 수치는 유지해 준다.
이제 우리들과 매우 친숙한 베리가 된 블루베리에 대한 찬사도 이에 못지않다.
비타민 A.B.C.E, 안토시아닌, 항산화질, 아미노산,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건강에 좋은 슈퍼 푸드로 불린다. 그 효능은 콜레스테롤 저하, 항암 및 항 궤양, 시력 회복, 기억력 향상, 노화 방지, 치매·대장암·뇌졸중 예방 등에 있다. 당뇨병에 블루베리가 도움이 된다. 기름진 음식, 스트레스, 전자파, 공해, 운동부족, 자연방사선, 영양 공급 불균형 등으로 핏속에 독이 쌓여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치매, 발기부전, 당뇨병, 관절염, 간경화, 암, 불임, 알레르기, 아토피 피부염, 자가 면역 질환 등이 생기는데 이 때 좋은 음식이 항산화 역할을 하는 블루베리다. 상시 복용하면 조직과 세포가 혈액 및 산소 공급 부족으로 기능이 떨어지거나 질식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항산화 및 체열 상승(냉증 개선)을 통한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유익하다.
이처럼 특정 식품이나 성분을 두고 열광적인 찬송을 하고 입이 부르트도록 상찬한 것은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때 그리고 아직도 스쿠알렌, DHEA, DHA, 오메가3, 효소 식품(진짜 효소는 거의 없다는 지적은 얼마 전 이야기한 바 있다)에 목을 매는 광신도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과일과 야채, 특용 작물은 현대인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각종 생활 습관병과 암 등에 특효가 있거나 예방해주는 것처럼 반짝 각광을 받았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런 식품에 열광을 했던 사람들은 새로운 '메시아 식품'을 찾는다. 베리들이 그들에게 바로 신이 내린 식품, 슈퍼 푸드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메시아 식품이다.
단맛을 낸다고 해서 모두 탄수화물 계통의 당분은 아니다. 스테비오사이드, 아스파탐, 아세설팜, 사카린 등 고감미료 성분은 비만과 당뇨에 양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설탕과 올리고당, 포도당, 과당 등은 다당류냐, 단당류냐의 차이와 우리가 몸에서 최종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단당류인 포도당 형태로 전환되는 시간의 차이가 날뿐 비만 환자와 당뇨 환자들이 극도의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 당이다. 과일에 풍부한 과당은 자연당이므로 또는 과당은 설탕과 다르므로(다르기는 하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당뇨 환자에 해롭지 않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당분이 베리에 들어 있든, 복분자에 들어 있든, 포도에 들어 있든, 배와 사과에 들어 있든 인체에 들어오면 당분으로 작용하지 결코 비타민이나 무기질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블루베리에 들어 있는 당은 당뇨 환자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무한정 먹어도 문제없다는 이야기의 출처가 어딘지는 몰라도(그 과학적 출처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블루베리 판매 업자나 재배 업자가 가장 좋아할 말이므로 그들에게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너무나 비과학적이다.
당뇨를 예방하고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 베리 제품을 마구 섭취하는 것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환자수가 300만 명을 훌쩍 넘은 당뇨병 시대에 당뇨 환자들의 손길을 끌기 위한 사기극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인간에게는 탄수화물과 당분을 섭취하고자 하는 원초적 본능이 있다. 당뇨 환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들도 늘 달콤한 식품을 먹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삼가야 한다. 바로 그 순간에 '블루베리는 아무리 먹어도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솔깃하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지 않은 이상 믿고 싶다. 베리가 맛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복음과 같은 이런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인터넷 시대에는 글로 인구에 회자되기 마련이다.
당뇨 환자에게는 교과서와 같은 지침서가 있다. 균형 잡힌 영양과 식사를 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며 인슐린 의존성 당뇨 환자는 제때 인슐린 주사를 맞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혈당을 급격히 높이는 음식물은 삼가야 한다는 말도 따라붙는다. 인체 활동과 생명 유지를 위해 몸에 들어와 언제든지 당으로 바뀔 수 있는 탄수화물 섭취를 적절히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당뇨 전문의들은 혈당 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포도당을 먹을 경우 혈당치가 가장 빨리 상승한다. 이를 100으로 했을 때 각 음식 섭취가 가져오는 상대적 혈당 상승치를 표시한 것이 혈당 지수, 즉 Glycemic index(GI)이다. GI 수치가 낮을수록 혈당치 상승이 낮고 인슐린 분비를 낮춘다. 먹는 식품의 형태, 식품 입자의 크기, 가공 과정 그리고 전분의 특징(특히 탄수화물 입자의 크기와 형태가 중요하고 가공 과정을 적게 거칠수록 GI 수치가 낮음) 등이 지아이 수치를 결정하는 요소들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최근 연구를 보면 인슐린 비의존형인 2형 당뇨병과 심혈관계 질환과 같은 질병의 위험은 GI 식이와 밀접하게 관련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식품농업기구(FAO)도 개발도상국가의 국민들은 심혈관계 질환, 당뇨, 비만과 같은 가장 흔한 질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저(低) GI 식이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 국민들과 한국인들은 이런 권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패스트푸드·탄수화물 과잉 섭취와 운동 부족 등으로 당뇨의 바다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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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국수, 라면과 같은 밀가루 식품은 지아이 높은 대표적인 식품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들 식품을 즐겼고 지금도 여전하다.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등 그 폐해가 심각하고 최근 건강에 관심을 쏟는 사람이 늘면서 지아이가 낮은 식품, 콩, 사과, 바나나, 고구마, 토마토가 건강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뒤늦은 자각이기는 하지만 다행이다.
물론 건강한 사람이 약간의 설탕을 먹고 빵과 라면을 가끔 즐긴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문제는 과도하게 탐닉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비만이거나 당뇨 환자라면, 또는 비만이나 당뇨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섭취하는 음식을 잘 가려야 한다.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사실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블루베리가 당뇨에 좋다거나 블루베리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당뇨에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 말이다.
블루베리든, 블랙베리든 맛난 과일로 여기고 적절히 먹으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자.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거나 어디에 좋다는 말에 현혹돼 마구 탐닉하는 것은 되레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 건강 사회에서 건강한 사고를 하는 사람은 식품을 식품으로 여긴다. 식품을 치료제로 여기고 여기에 매달리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위험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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