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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전에 짜증 폭발? 핵발전소 '제로' 일본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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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전에 짜증 폭발? 핵발전소 '제로' 일본은 달랐다!

[서남 동아시아 통신] 전력 부족에 대한 일본의 대응

요즘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의 전력 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도 폭염임에도 불구하고 냉방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연일 엄청난 더위와 싸우면서 일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정부는 전력 수급 대책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고 혹시라도 있을 정전 사태에 대비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아서 무더위 속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차라리 휴가를 내는 게 낫겠다는 둥, 정부는 전력 관리를 왜 이렇게 못하냐는 둥, 이래저래 푸념을 늘어내 놓고 있다. 이러한 보통 사람들의 불만은 다 이해할 수 있고 또 폭염에 지쳐 있는 그들을 탓할 의도는 없지만, 매년 반복되는 한여름의 전력 수급 문제를 놓고 이제는 우리들 자신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나 반성해 본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너무나 값싼 전기 사용에 익숙해져 있어서 공급이 조금만 부족해져도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습관이 든 것이 아닐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마치 전기는 그냥 늘 우리 옆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값싸게 쓸 수 있는 에너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제는 이러한 의식에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까운 이웃 일본의 전력 사정은 어떠한가? 요즘 일본의 전력 사정은 우리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이로 인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핵발전소는 현재 모두 가동을 중단한 상태에 있다. 전체 전력 공급에서 핵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은 심각한 전력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도 "절전"이 중요한 국민 행동 규칙이 되었다. 어디를 가든 어떤 방송을 보든 "절전" 캠페인이 나왔고 실제로 일본 국민들은 절전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약 1년간 도쿄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는데, 2011년의 여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여름이었다. 지하철에서도 불필요한 실내 전등을 소등하였고 건물에서도 엘리베이터의 가동을 억제하였다. 밝고 화려한 장소는 줄어들었고 어둡고 침침한 공간이 늘어났다.

ⓒ정성춘

이러한 국민들의 노력의 결과로 일본은 핵발전소가동 제로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정전 사태를 당하지 않았다. 물론 부족한 전력공급을 늘리기 위해 일본은 화력 발전을 가동하였고 이에 필요한 연료를 수입하기 위해 연간 4조 엔 정도의 비용을 치러야만 하였다. 또 최근에는 전력 회사들의 수지가 악화되면서 잇달아 전기 요금을 인상하고 있어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에너지 정책을 놓고 상당한 대립과 갈등이 발생했다. 첫째 쟁점은 가동이 중단되어 있는 핵발전소의 재가동 여부와 그 조건이었다. 많은 일본 국민들은 핵발전소 재가동에 반대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참혹함을 경험한 일본 국민들은 설령 핵발전소를 재가동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확고한 증거를 요구하였다. 지진이 많은 일본에서 핵발전은 안전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엄격한 안전 기준은 핵발전소 가동 중단 사태의 장기화를 초래하였다.

특히 민주당 정부는 "2030년대까지 핵발전소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까지 내세웠었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들어서면서 핵발전소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고 핵발전에 의존하는 종래의 공급체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핵에너지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게 존재하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핵발전소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절전을 통해 전력 수급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며 실제로 현실에서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핵발전소를 대체하는 화력 발전이 증강되었기 때문이지만, 여전히 절전을 통한 전력 수급 대책은 매우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둘째 쟁점은 재생 가능 에너지의 가능성에 대한 대립이었다. 대규모 전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소규모의 분산된 전원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고 유익하다.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일본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소규모 분산 전원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시중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이들 소규모 전원이 생산한 전기를 구매해 주는 제도도 새롭게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일반 가정의 태양광 패널에서 생산된 전기는 1킬로와트시 당 약 48엔이라는 비싼 가격으로 전력 회사가 구매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 가격은 시중 가격의 약 4배에 해당한다. 이처럼 비싼 가격으로 전기를 구매해 주면 태양광 패널의 설치 등에 소요되는 투자 비용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도 재생 에너지 설비 투자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실제로 일본에서는 재생 에너지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재생 에너지가 과연 핵발전과 같은 대규모 전원을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있다. 대체 가능하다 하더라도 얼마의 기간이 걸릴지, 그리고 재생 에너지의 발전 비용은 과연 경제성이 있는지, 나아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정말 가능한지 등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러한 논쟁의 한쪽은 철저한 절전을 시행하고 핵발전소를 대체할 재생 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나간다면 일본은 더 이상 핵발전소가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다른 한쪽은 재생 에너지는 핵발전소를 대체할 수 없으며 대체한다 하더라도 비용이 상승할 것이므로 경제성이 떨어지고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민주당 전 정부는 전자의 입장을 옹호한 반면, 현재의 아베 정부는 후자의 관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중장기적으로는 전자의 주장이 더 올바르고 정책적으로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핵발전소 사고를 목도한 일본 국민들은 여전히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고 절전을 통한 전력 수급 문제의 해소 또한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전력사정을 보면 오히려 우리보다 더 나은 것처럼 보인다. 금년 4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전력 수급 상황 전망(동년 8월)을 보면, 도쿄전력 관할 구역에서는 6.7%, 9개 전력 회사의 관할 구역 전체로는 약 6.2%의 전력 예비율이 전망되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절전이 일상적으로 정착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따라서 과거의 절전 실적을 "정착 절전"이란 용어로 표시하기도 하였다. 2013년에도 예상 정착 절전이 실현될 경우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따라서 국민들에게도 절전의 수치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도쿄전력 관할 구역에서는 2010년 대비 10.5%의 정착 절전율을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의 상황을 살펴보자. 우리는 일본과 달리 핵발전소를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 국민들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전까지는 우리국민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국민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어 있다. 핵발전소 사고의 위험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고는 아직도 수습이 되지 않았고 그 피해가 언제 어디까지 번져갈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아마도 수십 년에 걸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피해를 끼칠지도 모른다.

반면 우리 국민들은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핵발전소 부품 비리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심각한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 더구나 핵발전소 설비가 노후화되고 핵발전소 기술자가 세대 교체되는 현재 사고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핵발전소 관리 체제는 너무나 허술해 보인다.

모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국민들은 값싼 전기를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듯하다. 실제로 우리가 쓰는 전기가 값싼 것이 아니라 일반 서민과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전기 요금을 지나치게 낮게 억제해 온 측면이 있다. 즉 우리는 위험한 핵발전소에 의존해서 싸지도 않은 전기를 값싸다고 착각하면서 이를 낭비해 온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성을 확보했다면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타당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최소한 핵발전소 의존도를 더 높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소의 안전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일본은 재생 에너지 보급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여전히 안전성이 확보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앞으로 더욱 핵발전소 의존을 높여 나가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의 절전 의식은 여전히 결여되어 있다. 전기는 필요한 만큼 값싸게 쓸 수 있다는 국민들의 의식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만일 핵발전소의 추가적인 정지나 화력 발전소의 예상치 못한 고장 등으로 전력 수급이 심각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정부는 핵발전소에 의한 값싼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 정책 대신에 국민들의 절전 의식 향상과 합리적인 전기 요금 체계의 도입 등을 통한 수요 대책 그리고 재생 에너지의 실질적인 보급을 확대하는 공급 대책, 나아가 핵발전소의 안전 관리 대책 강화 등, 전력 수급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두 차례 동시 게재합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5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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