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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권력 이동'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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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권력 이동'은 끝나지 않았다

[서남 동아시아 통신] 말레이시아 총선 결과와 의미

'선거의 해' 2013년 5월 5일 실시된 말레이시아 13대 총선은 84퍼센트의 역대 최고 투표율이 말해주듯 뜨거운 관심과 참여 속에 치러졌다.

지난 4월말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을 때 거리는 색색의 정당 깃발들로 물들었고 활발한 선거 유세로 선거 분위기는 정점에 달했고 그 속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전에 없던 묘한 긴장감마저 느낄 수 가 있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는 헌정 사상 최초의 여야 간 수평적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선거구 중 42퍼센트에 달하는 지역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박빙의 접전이 예상되었다.

선거 결과는 여당인 국민전선(BN)이 연방 의회 의석 222석 중 133석을 획득하며 재집권하였다. 12개 주의 주 의회 선거도 동시에 치러졌는데 총 505석 중 국민전선이 275석을 차지하며 9개주의 주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 지난 5월 5일 말레이시아 총선이 투표 조작과 매표 등 각종 부정행위로 얼룩졌다면서 야권과 지지자가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런 표면적인 결과는 국민전선의 총선 '승리'로 비춰질 수 있으나 실제 선거 양상은 보다 복잡한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정당별 유효 득표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민전선 득표율은 47퍼센트로 야당 연합인 국민동맹(PR)의 50퍼센트에 미치지 못한다.

'정치 쓰나미'로 불리며 야당의 약진을 가져왔던 2008년 총선에서 국민전선의 득표율이 50.2퍼센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여당의 지지율은 분명 더욱 하락했으며 득표율에서는 이미 야당에 패했다.

특히 중국계의 야당 지지 성향은 눈에 띠는 변화이다. 여당 내 중국계 이익 정당인 MCA의 의석 수는 7석에 그쳤다. 이는 2004년의 31석, 2008년의 15석에 비해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이에 반해 야당 연합 중 중국계 이익에 기반 정당인 DAP의 약진은 비약적이다. 2004년 12석, 2008년 28석, 2013년 38석을 각각 획득했다. 중국계의 전폭적인 야당 지지에 반해 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계와 상대적으로 10퍼센트 미만의 소수에 해당하는 인도계는 2008년 선거와 비교할 때 눈에 띠는 투표 행태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여권의 텃밭으로 간주되어온 조호(Johor), 사바(Sabah), 사라왁(Sarawak) 3개 주가 주목을 받았다. 야당이 각각 10석 이상 또는 30퍼센트 의석을 획득하여 이를 바탕으로 정권 교체를 이룬다는 전략적 접근을 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당이 이들 지역 연방 의회 선거에서 약 82퍼센트에 달하는 의석을 챙겼다.

반면 도심 지역에서의 야당 지지율은 압도적으로 나타나 '여촌야도' 구도가 강화되었다. 수도인 쿠알라룸프르의 경우 총 11석 중 야당 연합인 국민동맹이 9석을, 도심 지역의 비중이 높은 슬랑오르(Selangor)와 피낭(Penang)에서도 야당이 압도적 표차로 무난히 재집권에 성공했다. 특히 셀랑오르와 피낭주는 2008년 야당이 집권한 이래 주 정부 운영에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대안 세력으로서의 신뢰 향상에 기여했다.

총선 이후 선거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당이 이른바 3M(Money, Media, Machinery)를 장악함으로써 공정 선거를 위협해왔으며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특히 이번 선거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긴장 속에 여당의 선거 전략이 최대한의 3M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사바, 사라왁의 오지 지역의 농촌 부락을 중심으로 한 금품 살포가 극심했다는 다수의 제보가 있다. 상대적으로 외부와 단절된 농촌 또는 오지 마을의 경우 객관적 정보를 접할 기회가 부족하다. 신문, 방송을 여당이 직접 소유하거나 강력히 통제하는 상황에서 주요 언론 매체는 정부 선전물로 인식되고 있으며 대안적으로 인터넷 언론과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 등이 중요한 정보 전달과 공유의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도시와 농촌 간 디지털 격차도 비대칭적 정보 공유의 주요한 원인이다. 여당 연합인 국민전선은 대규모 당 조직력과 자금력을 이용해 사바와 사라왁에서는 마을 지도자를 통한 효율적 포섭과 야당의 선거 운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동일인이 두 번 이상 투표하는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손가락에 지워지지 않는 잉크를 표시하도록 하였으나 잉크가 쉽게 지워지는 현상이 보고되기도 했다.

이밖에 일련의 선거 부정과 의혹과 결부되어 이번 총선이 "부분적으로 자유로우나 공정하지 못한 선거"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총선에서 두드러진 중국계의 야당 지지 성향으로 인해 종족적 갈등이 정치화 될 조짐이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말레이계 정당으로 제1여당이 소유하고 있는 말레이어 신문인 <우투산 말레이시아(Utusan Malaysia)>는 선거 직후 '중국계는 무엇을 더 원하는가?'는 종족 갈등을 부추길 만한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말레이시아 정치에 있어 '종족' 요인 전면에 재부상하여 부정적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 말레이시아, 말레이인은 왜 중국계를 싫어하는가?)

아울러 정부는 이번 총선 결과가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기에 부족하므로 선거 부정에 대한 비난 여론과 단체 행동을 종족 간 갈등과 결부시켜 강경하게 대처하며 정권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는 비록 여당의 안정적 재집권 또는 야당에 의한 정권 교체와 같은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말레이시아 정치 지형의 변화가 현재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야당에 대한 지지가 점점 더 강화되고 있고, 전통적 여당 지역의 경우도 상대적으로 외부 정보에 개방적인 도심 지역의 경우 야당의 지지가 증가하였다.

구조적 요건으로 현실적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2008년 이전의 정국과 비교할 때 현재는 정권 교체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으로 탈바꿈했다. 이번 총선은 이러한 흐름에 더욱 힘을 실어주어 여야에 있어 보다 책임감 있는 정치 개혁을 주문하는 것으로 다양한 수준에서 정치 변동을 더욱 추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화요일, 일요일 동시 게재합니다. 김형종 창원대학교 교수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8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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