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회의원을 괴롭히자! 임기부터 2년으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회의원을 괴롭히자! 임기부터 2년으로!

[장석준 칼럼] 국회 개혁, 이렇게 하자!

요즘 정치 개혁이 다시 화제다. 정당 명부 비례 대표제 이야기도 나오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 주장도 나온다.

반가운 일이다. 정치 개혁은 앞으로 더욱더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변화가 지체되는 데는 무엇보다 낡은 정치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 개혁은 단순히 한 영역이나 부문만의 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다른 모든 영역이 바뀌기 시작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정치 개혁을 이야기할 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그것은 원칙에 따른 일관성이다. 그간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워낙 크다 보니 중구난방으로 즉흥적인 처방이 나오곤 한다. 당장의 인기만을 염두에 둔 주장들이 횡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대원칙에 바탕을 둔 일관된 개혁안이 아니라면 낡은 정치를 효과적으로 타파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낡은 정치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들 수 있다.

"기득권이나 지키면서 세비만 타먹는 국회의원들이 300여 명이나 있을 필요가 무엇인가."

이런 세론 때문에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숫자가 준다고 해서 놀고먹는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는가? 이것은 단지 정치 귀족의 수를 줄이자는 것일 뿐 정치 귀족의 존립 자체에 손을 대는 게 아니다. 어쩌면 숫자가 줄어든 정치 귀족은 이전보다 더 정예화된 고급 귀족층을 형성할지도 모른다. 국회를 손보려다 원로원을 하나 머리에 이게 되는 꼴이다.

그럼, 무엇이 정치 개혁의 대원칙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얼마 전 이 지면을 통해 양당제를 강요하는 정치 제도들을 타파하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양대 기득권 정당이 정치를 독점하게 만드는 구조를 깨야 한다. 이를 위해 정당 명부 비례 대표제를 전면 실시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의원 내각제 개헌까지 검토해봐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에 더해 함께 추구해야 할 또 다른 원칙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것은 국회의원의 본분을 재확인하자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선출직 정치 귀족인가, 아니면 철저히 유권자의 위임에 따라 활동해야 하는 대표자인가? 나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완전히 전자 쪽이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단지 4년에 한 번 선거를 거칠 뿐 나머지 시간 동안은 유권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 세계를 독점하는 현대판 법복 귀족들이다. 당대 영국의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장자크 루소의 고발은 고스란히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 인민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의회의 의원 선출 기간에만 자유로울 뿐이다. 의원을 선출하자마자 그들은 곧 노예가 되며, 별것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 짧은 자유의 기간 동안 그들이 자유를 행사하는 것을 보면, 자유를 빼앗겨도 마땅할 정도다." (<사회계약론>(김중현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펴냄), 135쪽)

정치 개혁의 요체는 이들 현대판 법복 귀족의 존립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원이 민의를 대변하는 기능인일 뿐임을 분명히 하는 여러 제도들을 통해 가능하다. 단순히 법복 귀족에 대한 질시의 표출로는 일이 될 수가 없다. 그럼 그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이미 고전적인 처방들이 있다.

우선 소환제가 있다. 민심과 다르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의원은 소환 투표를 통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소환 절차는 의원 선출 단위가 작지 않다면 아주 번거롭다. 현대 대의제에서 소환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래서 소환제 대신 흔히 사용된 방법이 있다. 임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소환제를 따로 둘 필요 없이 유권자의 '거의 일상적인' 심판이 가능하다. 초기 민주주의 혁명에서 원칙론자들이 대체로 2년을 바람직한 의원 임기로 생각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미국 하원은 지금도 임기가 2년이다.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에서 인민 대표들이 제출한 <헌장> 제3조는 "임기 1년의 국회"였다. 우리 국회도 임기를 4년까지 보장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구나 의원 내각제도 아닌데 말이다.

ⓒ뉴시스

아쉽게도 위의 두 고전적 방안은 실현하기 쉽지 않다. 국회의원 임기만 하더라도 헌법에 "4년"으로 명문화되어 있다. 개헌 없이 바꿀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헌법에 손 댈 필요 없이 법률 개정만으로 손쉽게 실시할 수 있는 방안들도 있다. 두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는 세비 조정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 세비는 연봉 기준으로 1억 4000여만 원이다. 여기에 각종 부가 수입까지 합치면 2억 3000여만 원이 된다. 이 나라 보통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은 분명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만으로도 '노동 귀족' 운운하는 나라에서 이것은 확실히 '귀족'의 소득 수준이다. 그렇다면 낮춰야 한다. (또한 장, 차관의 급여도 의원 세비와 연동해 당연히 낮춰야 한다.)

단지 많이 받는 게 배 아파서 낮추자는 게 아니다. 의원은 민의를 대변하는 기능인이라는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즉, 의원은 대의 활동에 종사하는 정치 '노동자'다. 그렇다면 의원 세비는 다른 산업의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 수준에 준해야 한다. 그 정도를 받아야 자신이 '노동자'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세비 수준이라면 스스로 '귀족'이라 여겨도 탓하기 힘들다.

여기에서 그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지는 않겠다. 가장 무거운 기준은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 수준에 맞추는 것일 테고, 그나마 좀 너그러운 기준은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 수준에 맞추는 것이다. 전자라고 해도 사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 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정치 탓이고 그 1차적 책임자는 정치인들이기 때문이다. 의원 세비를 전체 노동자 평균 임금 수준에 맞춘다면, 앞으로 다른 건 몰라도 최저 임금이나 비정규직 소득 수준은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을까.

둘째 방안은 보좌관 폐지다.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6명의 보좌관을 두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의원이 아니라 이들 보좌관이다. 의원은 보좌관이 만들어준 보고서를 받아 읽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좌관들에게 제왕처럼 군림한다. 이러한 보좌관의 존재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귀족'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물적 토대다. 시종이 있는 한 귀족은 사라지지 않는다.

처방은 간단하다. 보좌관을 없애면 된다. 보좌관 제도를 폐지하고 의원 스스로 법안을 연구하며 예산안을 검토하게 만들면 된다. 너무 잔혹한 처방인가? 그렇지 않다. 이미 국내에도 보좌관 없는 외국 의회의 사례가 많이 소개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의회가 그러하다. 스웨덴 의원에게는 보좌관이 한 명도 없다. 그렇다고 스웨덴 의회가 대한민국 국회보다 못한가? 스웨덴 의원들은 임기 중 평균 200여 개에 가까운 법안을 제출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임기 중 법안 발의 건수는 그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보좌관 제도를 없애면 좋은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보좌관이 사라진 만큼 의원들은 소속 정당의 정책 생산 기구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정책 정당이 발전할 가능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실제로 각 의원이 보좌관 제도를 통해 미니 사당(私黨)을 꾸리는 현재 한국의 의회 시스템은 현대적 대중 정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진보 정당의 발전이 왜곡된 데도 이러한 의회 시스템의 몫이 컸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인민 주권으로부터 자립한 선출직 귀족 집단을 대의제의 한 기능적 요소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사건은 흔히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대표적으로, 프랑스 대혁명).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혁명의 작은 반복이다.

(이 글의 일부 내용은 진보신당의 당론과는 무관한 필자 개인의 견해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