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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하나면 이효리처럼 될 수 있다고? 그게 아냐!

[TV PLAY] 무대 위의 이효리, 무대 밖의 이효리

"세상의 찬사에 머물지 않고 최고가 되기 위해 다듬고 또 다듬었다. 더 깊어진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돌아서는 뒷모습까지 빈틈없도록 난 그렇게 돌아왔다."

최근 '세상이 기다린 컴백'이라는 키 카피(key copy)를 내세운 어느 자동차 광고에서 모델로 등장한 현빈이 이렇게 말했다. 문구만 놓고 보면 상품인 자동차를 말하는 것인지 군 제대 후 활동을 시작한 현빈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화면과 함께 보면 더욱 그렇다. 현빈의 눈과 뒷모습을 자동차의 라이트와 뒷모습과 교차로 보여준다. 무엇을 다듬었는지, 무엇이 빈틈없는지에 대한 단 한 마디의 설명도 없지만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광고 속 상품의 매력은 현빈의 그것과 동일시되었다.

기업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비롯한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목적은 상품이나 기업에 대해 소비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태도를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데 있다. 그래서 상품을 광고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유명인 모델을 활용할 때 그 광고의 성공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소비자가 모델과 제품 혹은 브랜드를 얼마나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이느냐다. 광고 모델의 이미지가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로 전이되어 긍정적 태도, 나아가 구매 의사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현빈의 경우가 보여주듯 이제는 단순히 표면적인 이미지만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구축하는 스토리, 즉 고유의 서사까지 활용된다. 그래서 현빈의 이 광고는 효과만 놓고 보면 잘 만든 광고고 좋은 평가를 얻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판매 촉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이효리 5집 'Monochrome'. ⓒB2M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 광고가 자꾸 눈에 걸렸던 이유는 비단 외면하기 어렵도록 멋진 현빈의 얼굴과 목소리 때문만이 아니었다. 최근 새 앨범을 내고 활동 중인 이효리의 모습이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3년 만에 신곡을 발표한 이효리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타이틀곡인 'Bad Girls'의 퍼포먼스는 기존의 엔터테이너 이효리가 취해 온 노선에서 비교적 멀리 가지 않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카메라 프레임 안에 갇힌 사람에게 요구되는 매력을 외면하지 않는 동시에 관계에 있어 주도권을 갖고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소위 강하고 독립적인 여자라는 마스크가 공존한다.

하지만 자작곡으로 화제가 된 '미스코리아'의 가사와 KBS <해피투게더 3>,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SBS <땡큐>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직접 하는 이야기들은 엔터테이너 이효리의 아우라 바깥의 서사를 끌어온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동물 보호와 채식을 비롯하여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밝혀 온 자연인 이효리가 걸어 온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유명인 이효리와 자연인 이효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충돌하는, 이미 작년부터 밝힌 바 있는 상업광고 거절과 관련된 것이다.

"저는 그 (다이어트) 약을 먹어서 날씬한 게 사실은 아니잖아요. 개인 PT도 받고 채식도 하고."

"아이라인 광고에서 이거 하나면 이효리처럼 될 수 있어 라는 카피가 있잖아요. 그거 하나면 저처럼 될 수가 없거든요."


이효리는 <땡큐>에서 광고 모델 제의를 거절하게 된 이유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동물 보호나 채식에 대해서 말할 때와 마찬가지로 거창한 사회적 이유 이전에 스스로의 경험과 거기서 비롯된 깨달음이 행동의 이유가 된 것이다.

▲ 봉사 활동 중인 이효리. ⓒB2M 엔터테인먼트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 이 발언 속에 상업 광고와 대중 연예인 모델, 그리고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모두가 알지만 암묵적으로 동의하거나 결탁한 혹은 세뇌된 고리를 환기시킨다. 하지만 동물 보호나 채식에 대한 이효리의 발언에 비해 광고 거절이라는 이슈는 프로그램 속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확장되지 못 하는 듯하다. <땡큐>의 MC 차인표가 지적했듯 대중 연예인에게 광고는 주 수입원일 뿐 아니라 가장 강하게 욕망하는 수입원인 탓에 곁에 있는 동료들에게 적극적 호응이나 동조를 얻기 어렵고, 이를 의식한 듯 이효리 역시 "(그 동안) 많이 벌었으니까" 라는 식으로 자신의 결심을 개인적 차원의 것에 한정한다.

물론 이효리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옳고 적극적으로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 자체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예술 형식"(마샬 맥루한)인 동시에 "돈을 뜯어내는 데에 필요한 시간 동안만 인간의 지성을 붙잡아두는 과학"(스티븐 리콕)인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유명인이 광고 모델로서 자신의 입장을 취하는 방식에만 한정짓더라도 브랜드와 제품에 제한을 두거나 모델료의 기부와 같은 사회 환원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최근 한 연예인이 판매하는 돈가스 제품의 함량 미달을 지적한 보도에 대한 일부의 반응처럼, 광고와 모델을 동일시하고 모델에게 윤리적 책임을 묻는 것을 '왜 이래, 새삼스럽게, 촌스럽게' 라는 식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이 점들 때문에 이효리의 광고 모델 거절이 그녀의 다른 활동이나 발언들처럼 더 많이 방송에서 에피소드로 다루어지고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논의가 확장되기를 바라게 된다. 연예인이 가장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상품화하는 행위인 광고에 대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손해를 감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것도 최고의 스타성을 가진 이가. 이를 통해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논쟁적인 어젠다가 던져졌다. 지금 이효리에게 물을 수 있는 것이 연애사와 화장법 외에도 있지만, 우리는 이를 충분히 묻고 있지 않다. 어쩌면 다시는 쉬이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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