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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욕하면서 닮아가는 한국, 이제 핵폭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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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일본 욕하면서 닮아가는 한국, 이제 핵폭탄만 남았다?

[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집착하는가 ⑤]

"우리의 숙원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또 무산됐습니다. 핵연료 재처리에 여전히 미국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신 현행 협정 시한을 2년 연장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19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무산 소식을 전하는 문화방송(MBC) 권재홍 앵커의 멘트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언제부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우리의 숙원"이 되었을까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핵발전소의 쓰레기를 핵연료 재처리로 정말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소리 높여 반대하면서, 왜 핵폭탄 원료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 재처리를 한국 정부는 "숙원"이라며 목소리를 높일까요?

그 복잡한 사정을 일본 마쓰야마 대학 장정욱 교수가 이번 주 5회에 걸쳐서 파헤칩니다. 장 교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거짓말은 그만! 핵연료 재처리로는 절대로 핵발전소의 쓰레기를 해결할 수 없다! 더구나 비용만 수백조 원이 든다! 또 핵연료 재처리는 잘못하면 동북아시아의 핵확산 도화선에 불을 댕기는 위험한 일이다!" <편집자>

● 첫 번째 글 : 한미 원자력 협정, 그 뒤에 숨은 검은 음모는?

● 두 번째 글 : 한반도 대운하 뺨치는 500조 사기극, 박근혜 노리나?

● 세 번째 글 : 박정희의 부활 "핵폭탄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네 번째 글 : '황금 알 낳는 거위'를 믿는 핵 마피아! 박근혜는?

고속로, 위험한 시도

고속로가 냉각재로서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한 사고의 위험은 숙명적이다. 고속로에서는 고속 중성자를 감속시키지 않도록 냉각재만 사용하는데, 흔히 나트륨이 이용된다. 나트륨은 금속이지만 98도에서 액체로 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액체 나트륨은 열전도율이 물보다 뛰어 나지만, 수분과 격렬하게 반응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나트륨은 물과 접촉하면 폭발한다. 콘크리트의 수분이나 공기 중의 수분과도 반응해 화재를 일으킨다. 세계의 고속로 중에서 나트륨의 누출로 인한 폭발 또는 화재 사고가 없었던 곳이 없을 정도다. 이런 폭발, 화재 사고를 막으려면 여러 가지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 때문에 고속로의 건설비는 더욱더 많아진다.

고속로 추진파는 나트륨이 흐르는 배관을 이중으로 하는 등 여러 안전 대책을 통해서 액체 나트륨을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액체 나트륨의 누출이 있더라도 실내의 대기가 질소로 가득 차 있다면 폭발, 화재의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노심 용융(melt down) 같은 사고가 나도 수동식 냉각 시스템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추진파의 주장을 뒤집는 현실의 사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1995년 일본의 고속로 몬쥬의 화재 사고의 경우, 배관에 삽입되어 있는 온도계가 나트륨의 유속에 의해 파손되었고, 바로 이 부분을 통해서 나트륨이 누출되었다. 나트륨은 실내 바닥의 철판을 뚫고서 콘크리트에 포함된 수분과 접촉해 화재를 일으켰다. 이는 안전성보다 경제성에 중점을 둔 냉각재의 선택으로 생긴 전형적인 사고다.

핵발전소(경수로)는 150기압의 환경 때문에 배관 두께가 7센티미터 정도이나, 고속로 몬쥬의 1차 냉각 계통의 배관 두께는 겨우 1.1센티미터이다. 이렇게 두께가 엷은 만큼 내진성이 약하고 심지어 크레인 등의 작업 시의 충격으로도 파손이 되어 나트륨의 노출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더구나 나트륨이 방사능을 받아서 강한 방사성 물질로 바뀌면 유지, 보수 작업에 지장을 초래한다. 보통의 나트륨23(Na23)이 방사성 물질인 나트륨24(Na24, 반감기 15시간)와 소량의 나트륨22(Na22, 반감기 2.5년)로 바뀌면 핵반응로(원자로)의 가동 정지한 후에도 1주일 정도는 사람의 접근이 곤란하다.

더구나 액체 나트륨은 불투명해서 이물질이 섞여도 발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기기의 개발도 필요해서, 보수에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예를 들면 2007년 5월에 실험로 죠요에서 금속핀 6개가 행방불명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재가동을 2015년으로 계획하고 있을 정도이다. 앞서 말했듯이, 몬쥬는 14년 5개월이 걸렸다.

또 고속로는 원자로 내의 핵 폭주로 노심 용융 사고에 이르기 쉽고, 최악의 경우에는 핵폭발도 일어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추진파는 자연 냉각이 가능한 수동식 냉각 구조의 도입으로 안전하다고 하지만, 외부의 인위적인 공격 또는 자연재해로 배관의 파손이 일어나면 수동식 냉각 기능도 기대할 수 없다.

고속로에서는 노심 용융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증기 발생기의 전열관 파손 사고도 발생했지만, 여전히 안전성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고속로는 플루토늄 생산로다!

고속로가 플루토늄 생산로라는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고속로는 중성자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원자로의 노심(爐心) 연료의 이외에도 열화 우라늄(주로 우라늄238(U238))으로 외측 연료로 바깥쪽을 둘러싼다(축Blanket). 아래 그림처럼, 이 바깥에 둘러싼 열화 우라늄이 노심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고속 중성자를 흡수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구조다.

일본 몬쥬의 경우, 노심 연료로 5.9톤의 MOX 연료와 외측 연료로 17.5톤의 열화 우라늄(U238)을 장착한다. 1년 동안에 약 5톤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배출되는데 , 그 속에는 슈퍼 핵무기급의 원료인 순도 98퍼센트의 플루토늄이 약 92킬로그램 나온다. 고도의 핵무기 제조 기술을 가진 경우, 플루토늄 약 3킬로그램 전후로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다.

▲ 몬쥬의 노심 연료. ⓒ장정욱

상황이 이런 데도 고속로 추진파는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기 때문에 플루토늄의 단독 추출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국내애서 개발하려는 고속로는 노심 바깥쪽을 둘러싸는 구조가 아닌, MA를 변환시키는 것이 주목적이어서 순도 높은 플루토늄의 생산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추진파의 주장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노심 바깥쪽의 구조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노심의 연료 중에서도 제일 위쪽과 아래쪽의 부분은 노심 연료봉의 연장 개념으로 장착된 경Blanket으로 중성자를 포획하여 핵무기 급의 순도 높은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

고속로로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을 줄인다?

고속로 추진파는 고속로가 고준위 폐기물의 배출량을 줄이기 때문에, 최종 처리장의 면적을 줄이고 그 기산도 100분의 1로 줄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명백히 과장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의 직접 처분(23톤)에 비해서, 습식 재처리를 통하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양이 약 3분의 2(15톤) 그리고 고속로의 이용으로 약 3분의 1(9톤)까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재처리 및 고속로를 직접 설계, 활용하는 일본 정부의 이런 연구가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론적으로 핵종의 100퍼센트 변환이 가능하더라도, 원자로에서는 완벽한 조건 속의 실험실과는 다른 상황이 발생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즉 추진파의 주장처럼 고속로를 통해서 장수명 핵종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설사 추진파의 주장처럼 모든 장수명 핵종의 수명이 수백 년으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최종 처분장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인간이 안전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최종 처분장을 관리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은 겨우 몇 백 년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위험 물질을 수백 년 이상 체계적으로 관리해본 경험이 없다.

설사 변환을 하더라도 부가적인 핵분열 생성물도 발생은 피할 수 없다. 이 약점을 보완하고자 추진파는 핵분열 생성물의 백금족류(Ru, Rh, Pd), 희토류(Rare Earth), 테크네튬(Tc), 스토론튬(Sr) 등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분리 후에 각 핵종의 방사능이 법의 규제보다 낮아질 때까지의 비축 기간을 보면, Ru106(루테늄) 40년, Rh102(로듐) 80년 등으로 경제성을 찾아볼 수 없다.

ⓒ프레시안(손문상)

나가며

핵반응로(원자로)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의 대량 생산을 목적으로 한 장치였고, 또 그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재처리 방법이 개발되었다. 건식 재처리 방법의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은, 미국의 아르곤국립연구소(ANL)가 고속로의 사용 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개발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가 2012년 말 현재 1만2000톤이 넘고, 앞으로도 계속 증대할 것이므로 시급히 그 처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약 4년 전부터 북한의 핵실험 및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을 의식한 핵주권론자들이 국내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핵 마피아도 핵연료 주기의 완성을 주장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연구해 온 건식 재처리 방법의 하나인 파이로-프로세싱과, 핵반응로(원자로)로 소듐(나트륨) 냉각 고속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검증한 것처럼, 핵연료 주기의 완성으로, 자원의 효율성, 경제성, 환경 친화성, 안전성, 핵 비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핵 마피아의 주장에는 타당성 및 합리성의 근거를 찾아 볼 수가 없다. 현재까지의 주장도, 실제의 사용 후 핵연료에 의한 실험 결과가 아니라, 열화우라늄으로 만든 모의 재료의 실험 결과이다.

플루토늄 생산이라는 핵연료 주기의 근본적인 군사적 성격을 제쳐 두더라도, 파이로-프로세싱과 나트륨 냉각 고속로를 선택한 이유를 놓고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개발 시에 여러 형태의 핵반응로가 연구되었지만, 핵잠수함의 엔진을 확대하여 만든 경수로가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토륨(Th) 자원은 우라늄 자원보다 많으며 지역적인 편재성도 없으며, 이를 이용하는 핵반응로는 안전성도 경수로보다 훨씬 우월하였지만 중지되었다. 그리고 경수로의 경우에도 소형로의 개념이 1970년대에 이미 나왔지만, 철저히 무시되어 왔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냉전 시에 필요한 플루토늄 생산에 비효율적인 점, 2) 대형화로 이익의 확대를 추구하려는 원자력 산업계, 3) 경수로 지식만을 습득한 원자력공학자의 기득권 유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핵 마피아는 최근까지 조직의 유지 및 확대를 위해서는 반대자 및 비판자를 철저히 배제하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편,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는 이상, 어느 누구도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 처분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정부를 비롯한 핵 마피아는 올해, 사용 후 핵연료의 중간 저장 시설에 대한 공론화를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인 것 같다. 과거 부안 사태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강한 탓인지, 핵발전소 내의 포화 상태가 임박한 점만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핵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핵 발전의 확대라는 전제조건에서 모든 정책이 결정되는 상황이라면, 제2, 제3의 부안 사태가 재연될 것이 확실하다. 특히, 국민을 단순한 계몽 대상으로 간주하여 일방적인 과학 용어만을 나열하는 종래의 설명 방식은 이미 시대착오인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방사능의 안전화는 시간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현재로서는 최대한 생태계에서 격리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 일시적인 방편으로써, 건식 저장의 중간 저장 시설이 선택되더라도, 자칫하면 핵발전소의 확대를 위한 기회를 주는 셈이 되기 쉽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핵 발전의 장단점에 대한 성실한 설명과 함께 이후의 원자력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전적인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최소 10만 년의 격리가 필요한 사용 후 핵연료를 계속 배출하는 핵발전소의 운명부터 결정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그 후에, 중간 저장 시설을 논의하는 것이, 사회적인 대립을 완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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