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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균신' 같은 국회의원이라면 내 어깨도 "딱 5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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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균신' 같은 국회의원이라면 내 어깨도 "딱 5분만"!

[TV PLAY]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정치도 엔터테인먼트라고요. 재미가 있어야죠, 재미가."

SBS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안희선(한채아 분) 기자는 '워스트 드레서 국회의원'을 뽑는 기사 아이템을 제안하며 이렇게 말했다.

현실에서도 이미 정치의 본래 의미와 방향이 퇴색하긴 했지만,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아예 대놓고 정치를 코믹물로 만든다. 국회를 일종의 "쇼 비즈니스의 장"으로 정의한다. 정치를 깊게 분석하기보다는 가벼운 묘사에 가깝고, 국회 직권상정을 위한 여당 회의는 마치 전술·전략을 짜듯이 "연막술", "거사", "유인책"과 같은 단어가 수차례 등장한다. 초반에는 국회와 정치를 풍자하는 듯하더니, 중간 단계 없이 곧장 '국회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로 직진해 버린다.

▲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 포스터. ⓒSBS

SBS <추적자>나 KBS <프레지던트>처럼 '본격' 정치 드라마도 아니다. 그렇다고 MBC <파스타>처럼 직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적절히 활용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도 아니다.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드라마임에도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 배우 신하균 때문이다.

"여당도 까고 야당도 까고 국민도 까는 모두 까기" 정치인이자, 노민영(이민정 분)이 자신을 향해 던진 소화기가 낡은 것 같다며 파상풍을 의심하는 엉뚱한 남자다. 펜보다 지휘봉을 들고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갈 것 같은 꼬불거리는 헤어스타일도 독특하다. 김수영(신하균 분) 의원은 안 그래도 붕붕 떠다니는 드라마를 더욱 산으로 가게 만들 수 있는 과장된 캐릭터다. 그러나 신하균은 자칫 오버 액션이 될 수 있는 대사와 눈빛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낸다.

노민영이 "뼛속까지 정치인"이라면, 김수영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한 남자에 가깝다. 첫 회 토론회에서 까칠한 대답을 던진 장면을 제외하고는, 정치인으로서 김수영을 보여주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노민영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자기가 꽤 예쁘장하다는 거 알고 있나?"라는 돌직구 고백, "나한테 반했나 보다 하고 착각하겠다"고 말하는 노민영에게 "착각이…아니라면?"이라고 대꾸하는 용기. 비록 말투는 심드렁하지만 노민영을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부드럽고 사랑스럽다. 술에 취해 어린아이처럼 웃으면서 노민영의 어깨에 기대 "딱 5분만"을 외치는 이 남자를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노민영이 자신 몰래 휴대폰의 타이머를 재설정하는 모습을 보고 씨익 웃는 이 남자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동안 매력적인 정치인 캐릭터는 많았다. <추적자>의 강동윤(김상중 분)은 이미지로 유권자와 시청자를 설득시켰고, <프레지던트>의 장일준(최수종 분)은 목소리만큼이나 강인하고 단단한 정치인이었다. 두 사람은 정치인으로서 매력적이었다. 김수영이 특별한 건 그 때문이다. 정치적 신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 사람으로서, 더 정확히 말해 한 남자로서 매력적인 캐릭터는 김수영이 유일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노민영이 이상적인 정치인의 표본이라면, 김수영은 실제 국회에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은 좌표에 존재하는 정치인이다. 진보적 성향의 판사였다가 보수적인 대한국당의 국회의원이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수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강남좌파냐고요? 우파냐고요? '왔다갔다파'입니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뭐가 다릅니까? 다 똑같이 한심하고 질 나쁘고 멍청하지 않습니까?"라며 정치인들에게 한 방, 연이어 "이런 정치인들 뽑은 게 누구입니까? 멍청한 국민들입니다"라는 말로 '국민 멍청론'까지 주장했다. 왜 자꾸 자신을 쫓아다니느냐고 따지는 노민영에게 김수영은 이렇게 말했다.

"노민영 당신, 지금 도망가고 있는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건 곧 노민영이 나 김수영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는 거지. 아니, 좋아하기 시작했어. 내가 그랬던 것처럼."

김수영의 세계에서는 정치도, 사랑도 직설적이다. 변화구를 던질 여유를 허락하지 않은 채 빠른 시간 내에 캐릭터를 구축한 셈이다. 이미 노민영을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그것이다. 이에 반해, 노민영은 아직까지 정치인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보여주고 있는 러브라인은 남자 김수영과 국회의원 노민영의 러브라인이다. 불균형일 수밖에 없다. 완전히 몰입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것이 수평을 이루는 순간, 비로소 두 사람의 사랑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자. 딱 5분만, 아니 딱 5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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