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제출 요구안'에 대한 강제 당론에 반해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경고 조치를 내린 사실이 5일 알려졌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반대표를 던진 김성곤·추미애·박지원·김승남 의원 등 4명에게 '서면 경고'하기로 결정하고, 각 해당 의원실에 전병헌 원내대표 명의의 경고장을 발송했다.
강제적 당론은 권고적 당론과는 달리 일종의 '패널티'가 부과된다. 민주당은 다만 이들이 '국익'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에 당 윤리위원회에는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 홍익표 원내대변인은 "이번 사안을 강제적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당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국익에 대한 의원들의 소신을 존중하고 그 취지도 이해하는 만큼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도부의 이번 조치는 'NLL 발언' 진위 논란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오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 단속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꽤 나왔고 입장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의원들도 있었기 때문에 재적인원의 2/3를 못 넘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불안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강제 당론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당론을 위배한 의원들에게 서면경고한 데 대해선 "내부에서조차 다른 얘기가 나오면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고장을 받은 추미애 의원은 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당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라면서도 "초법적 행위를 당론으로 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재적의원의 2/3를 넘겼으니 형식적 요건은 됐을지 몰라도, 실질적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지정기록물은 국익에 중대한 위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있을 때에만 공개한다는 조건이 있다"며 "이런 실질적 요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토론 없이 여야 모두 형식적 절차만 맞추기 위해 강제적 당론으로 정한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역시 대화록 열람의 본회의 처리를 여야가 강제 당론으로 추진한 데 대해 "초등학교 3학년 대의원 대회 같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30~40% 의원들이 반대의사를 밝혔다. 공개적으로 반대해야한다는 의원들이 많았는데도 여야 지도부에서 강제 당론으로 규정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건 표결에서 기권한 김영환 의원 역시 최근 성명을 내고 "지도부가 헌법기관들을 당론으로 꼭꼭 묶고 포박해 재갈을 물렸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강제 당론은 당내 의사소통을 해친다는 이유로 정치 쇄신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후보였던 문재인, 안철수 의원은 단일화 과정에서 작성한 <새정치 공동선언문>에 '강제적 당론 지양' 항목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강제 당론을 채택하고, 이에 더해 '당론 위반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정치권이 기치로 내걸고 있는 '정치 쇄신'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치쇄신특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이미 특위 논의 과제로 강제 당론이 거론되는데도 여야 지도부가 합심해 강제 당론을 채택했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면서 "강제 당론 폐지에 대한 당내외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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