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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대한민국, 치료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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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대한민국, 치료는 이렇게!

[안종주의 '건강 사회'] 건강한 인간, 건강한 사회

언론인이며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종주 박사(보건학)는 2010~2012년 <프레시안>에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란 이름으로 '안종주의 위험 사회'를 연재했다. 이번에 안 박사는 '안종주의 건강 사회'란 이름의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그는 이 칼럼을 통해 우리 사회가 건강 사회로 가기 위한 정확한 건강 정보는 물론이고 건강 사회로 가는 것을 가로막는 정책과 제도, 생활양식 등을 비판적으로 다룰 것이다.

안종주 박사는 이 칼럼을 새로 연재하면서 '건강 디자이너'란 이름으로 독자들과 소통한다. 안 박사는 "우리말로 '건강 설계사'인 셈인데 설계사하면 보험 모집인을 떠올릴 수 도 있을 것 같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건강 디자이너란 이름을 붙여 봤다"며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의 건강한 삶을 안내하고 지켜주는 길잡이가 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재가 우리 사회를 건강 사회로 이끄는 나침반 구실을 하길 바라며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한때 이런 말이 있었다. "체력이 국력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사람은 지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반쯤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중장년층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 말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의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 대통령 시절 조깅을 즐겼던 어느 정치인의 말이다. 이 말도 반쯤 맞다. 건강은 물론 빌릴 수 없지만 사람의 머리도 덕망과 지혜가 있는 사람만이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혜로운 사람의 머리를 빌리지 못해 결국 국가 부도를 내고 말았다. 어쨌든 그 정치인은 건강의 중요성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어느덧 건강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 건강은 좁게는 개인의 정신과 마음의 건강이 되겠지만 넓게는 정치의 건강, 경제의 건강, 환경의 건강, 교육의 건강 등 우리 사회의 건강을 말한다.

'건강 사회'에서 다룰 건강은 물론 이런, 너무나 넓디넓은 의미의 건강이 아니라 '좁은' 의미(물론 결코 좁은 것은 아니다)의 건강, 즉 우리 몸과 마음의 건강이다. 질병 정보나 건강 지식, 건강에 대한 잘못된 지식 등도 다루겠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과 제도 등에 대해서도 다루게 될 것이다.

건강 사회는 '위험 사회'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즉 국민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다른 표현으로 하면 국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가 위험 사회라면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건강 사회를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잦은 병치레를 하면서 '골골 백세'를 사는 것보다는 팔팔하게 88세까지 사는 것을 원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보다는 건강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원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치, 지속 가능한 성장, 풍요로운 문화, 과학기술의 발전, 기회가 균등하고 차별 없는 세상, 쾌적한 환경 등이 모두 중요하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낙제점이라면 사회 구성원의 일부는 건강할지 몰라도 대다수는 건강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의 건강은 사회 전 분야의 건강성을 전제로 한다.

만약 우리 정치가 정치 집단 간 대립으로 극한 정쟁을 벌인다면, 그래서 국민들이 마약에 빠지고 흡연과 술 중독에 허우적거리는데도 이를 막을 법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마약과 담배, 술에 찌들어 몸과 마음이 황폐화할 것이다. 만약 우리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후퇴할 경우 국가 경제가 파탄 나 실업자가 증가하고 범죄가 증가함으로써 사회 건강은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다.

또 만약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마저 떨어져 대한민국은 3류 국가로, 대한민국 국민은 3등 국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고 문화가 풍요롭더라도 소득이 양극화로 치닫는다면 건강은 일부 부유층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막개발과 환경 파괴로 물과 공기, 토양 등 환경이 극심하게 오염된다면 국민의 건강은 위험에 처하게 되며 그런 사회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우리 몸의 건강은 정치, 문화, 경제, 교육, 환경 등 많은 요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와 함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등 생활습관을 지속하면 건강에 적신호가 생긴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사람이 많다. 건강 사기꾼과 사이비 전문가들이 인터넷과 대중매체에서 활개를 친다.

또 발효 조미료인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이 화학 조미료여서 인체에 나쁘다고 잘못 알고 음식이나 식품에 MSG가 들어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과량 섭취하면 인체에 위험할 수도 있는 소금에 대해서는 무신경하거나 죽염은 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비과학적인 지식으로 무장해 이를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우선순위나 과녁을 잘못 조준하는 소비자 단체나 NGO, 전문가, 언론인들도 많다.

암이나 발암 물질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지식으로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이나 행태를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삶은 고기보다는 고기를 숯불에 구워먹거나 기름기가 많은 고기를 맛있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풍조가 널리 퍼져 있다.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지식도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이를 교묘하게 상술에 이용하는 이들도 많으며 여기에 놀아나는 사람도 있다.

세균 등 미생물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 잘못 알고 가습기뿐만 아니라 이불, 집안, 자동차 안에 살균제나 곰팡이 제거제를 마구 뿌려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도 많다. 건강하고 싶으면 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실천해야 한다. '건강 사회' 연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거짓이 진실처럼 펴져있는 잘못된 건강 상식과 지식을 바로잡으려 한다.
▲ 흡연의 위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금연 포스터. ⓒ안종주

건강은 정책과 밀접히 관련이 있다. 만약 청소년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술에 탐닉하고 흡연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술이나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까지 주취 폭력이나 간접 흡연의 피해를 입게 된다. 절주 사회나 금연 사회로 가기 위한 확실한 길, 즉 가격을 올리는 방법이 있음에도 물가 상승이나 서민 가계 피해와 같은 비합리적인 이유를 내세워 이를 게을리 하거나 외면하는 국가에는 건강한 미래가 없다. 이런 건강과 관련한 정책 비판과 함께 올바른 정책 방향도 이 칼럼을 통해 제시하게 될 것이다.

건강은 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자일수록 건강하고 가난할수록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보건의료계에서는 상식처럼 돼 있는 말이다. 의료 불평등, 의료 형평성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민들의 건강에 대한 국가의 투자, 서민들이 중병에 걸리더라도 삶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강 제도가 중요하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고 건강 증진 정책에 대한 과감한 투자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령화 인구는 이제 12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3~4년 뒤면 14퍼센트를 기록해 고령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고령 사회에서는 노인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건강한 노년 시대, 활력 있는 노년 시대를 위해서 노인들은 물론 중장년층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다루려 한다.

우리 주변에는 화학 물질이 넘쳐나고 있다. 공장에서 다루는 유해 화학 물질로 인한 노동자의 건강 위험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에도 유해 화학 물질이 다량으로 사용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그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들 대부분의 물질은 우리 몸에 들어와 서서히 암이나 독성을 일으킨다. 이들의 위험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은 경우가 많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할 유해 화학 물질이나 발암 물질은 어떤 것이 있으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환경과 건강은 '철수와 영희'처럼 가깝다. 노동자가 건강해야 다른 사람들도 건강하다. 환경이 건강해야 우리 몸과 마음도 건강하다.

어린이를 미래의 주역이라고들 한다. 어린이가 건강해야 그 사회의 미래가 밝다. 어린이가 건강한 사회에서는 어른들 건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린이 건강은 우리 사회가 건강 사회냐, 선진 사회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린이의 건강과 관련해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어린이가 건강한 대한민국'에 걸맞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새싹들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즉 식품, 환경, 정신 건강, 보건 정책 등은 어떠한지를 살펴보고 그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이 칼럼의 상당 부분은 '내 자녀 건강하게 키우기'에 할애할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좋은, 많은 의견과 채찍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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