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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불륜? 그녀들의 비밀이 내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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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불륜? 그녀들의 비밀이 내게로!

[프레시안 books] 이현우의 <아주 사적인 독서>

현재 도서관에서 독서 모임을 운영한다. 의외로 오프라인 독서 모임이 많지 않다. 삼천포로 빠지거나 다 읽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어쨌든 도서관에 독서 모임 한두 개 즈음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강사를 섭외한 건 아니다. 말주변이 좋진 않지만 직접 꾸린다. 독서 모임이 입담이 좋은 사람만 하는 건 아닐 게다. 서툴지라도 누구나 책을 통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다.

한 달에 한 번, 작년 겨울부터 시작했으니 이번이 4번째다. 처음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이 모임을 발판 삼아 어린이와 청소년 책모임도 만들고, 청년들도 모이고, 더 나아가 고전 문학만 읽는 클럽도 만들리라.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을 한 권 한 권 독파해야지. 그러나 웬걸. 이렇게 책 읽는 사람이 없나. 첫날엔 두 명이 모였다. 다음 번 역시 마찬가지. 나는 다른 도서관 사서 선생님도 부르고, 방학 중인 남편도 불러 어찌어찌 4명, 5명을 만들었다.

나는 나대로 독서 모임의 차별을 꾀한다고 참석자의 동의를 구해 전 과정을 녹음한다. 때론 책에서 살짝 비껴가는 이야기까지 다 옮겨 적는다. 독서 모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알릴 수 있기도 하고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기 때문이다. 참석자들도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결부시키려고 노력한다.

한편으론 나도 이끎을 받고 싶다. 대학 시절, 가장 재미있게 들은 수업이 동서양 고전 읽기였다. 한 학기 동안 5권을 강독했는데 미처 모르는 사실을 알아갈 때 희열을 느꼈다. 그런 수업만 듣자고 다시 대학을 다닐 수도 없고 어디서 목마름을 해소해야 할까. 참석 자격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지만 만약 이런 모임이 있다면 동참했으리라. 러시아 문학 박사이자 인터넷 서평가 '로쟈'인 이현우의 <아주 사적인 독서>(웅진지식하우스 펴냄)는 6년간 진행한 비공개 독서 모임의 녹취 파일을 풀어낸 강의록이다.

▲ <아주 사적인 독서>(이현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에서 다루는 고전은 7편이다. <마담 보바리>, <주홍 글자>, <채털리 부인의 연인>, <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 손님>. 고백컨대 이 중에서 한 권만 읽었다. 부끄러움을 밝히는 이유는 강사조차 읽기 쉬운 책이 아니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파우스트>는 중년이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엄선된 이 책들의 해석은 강사의 주관적인 판단과 견해가 중심을 이룬다. 이 책 제목대로 '아주 사적인 독서'다.

아주 사적인 독서란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독서다. 주인공의 욕망과 광기를 통해 자신의 욕망과 광기를 돌아본다는 뜻이다. 고전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서, 즉 '나는 햄릿이다', '나는 돈키호테다'라고 발견하는 것이다. 비단 고전을 읽을 때만 적용되는 관점은 아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도 자기 발견과 성찰을 위해서다. 그러나 고전이 특별한 점은 주인공이 하나의 전형이 되어 보편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 점이 또한 고전이 지닌 현재성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고전은 욕망을 다룬 작품들이다. 여성의 욕망과 남성의 욕망 순으로 차례를 배치했는데 각각 문제제기를 한 다음 작품을 분석한다. 먼저 쉬운 언어로 작가 소개를 하고 시대 배경을 설명해 작품의 개괄적인 이해를 돕는다. 주인공의 행동과 심리를 통해 본 모방 욕망, 무한 욕망뿐만 아니라 현실과 이상, 금기와 자유 등에 대한 해설이 대중의 눈높이에 알맞게 전개된다. 고전을 다루는데도 이 책이 편안한 이유다.

고전의 특징 중 하나는 이중성이다. <주홍글자>와 <햄릿>, <돈키호테>에선 한 가지 사물이 두 가지 뜻 이상을 품는다. 간통 죄인인 헤스터는 당당하다. 햄릿의 숙부는 아버지의 원수이면서 자신의 대변자다. 돈키호테는 미친 것인지 미친 척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고전이 지닌 모호성은 저자가 이름 붙인 '텍스트-무한'을 뒷받침하는 건 아닐까. 수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새로운 해석이 가해지는데도 여전히 읽을거리가 남는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마담 보바리>의 분석이 인상 깊었다. 내가 책 읽는 보통 여자라서 그런지 모른다. 보바리도 책 읽는 여자다. 안 보면 괜찮은데, 본 이상은 그렇게 하고 싶어지는 것이 모방 욕망이라고 했다. 책읽기의 부작용을 나도 가끔 겪는다. 누구는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사는데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또 책을 읽는다. 보바리와 다를 바 없는 속된 내 모습을 확인하고 다듬고 싶어 그런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하루 빨리 고전 독서 모임을 하고 싶다. 혼자 보면 어려워도 함께 하면 서로 돕고 격려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사람의 자기 발견 고백도 듣고 싶다. 나 같은 바람을 지닌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강사를 초빙해도 좋고 이런 책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나도 내공을 쌓아야겠지. 언젠간 나올 공개 독서 모임 5주년 기록 같은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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