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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15일째'…남양유업 상대로 각계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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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15일째'…남양유업 상대로 각계 '최후통첩'

피해 협의회 '최종안' 제시…"거부하면 전국적 불매운동"

'갑·을 관계'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광범위한 불매 운동, 대리점 협의회 회장의 단식·밤샘 농성에도 사태는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게다가 남양유업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6월 내 제정 필요성이 대두했던 '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법률(일명 남양유업 방지법)'마저도 여야 이견으로 9월 정기 국회로 넘어갔다.

3일 피해 대리점주들과 각계 시민·사회 단체들, 민주당 을지로(乙을 지키는 길) 위원회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유업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남양유업에 대한 최후통첩을 선포했다.

신속했던 사과, "환골탈태의 자세로 개선하겠다"

▲ 지난5월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남양유업 김웅 대표(오른쪽 네 번째) 등 임직원들이 '영업 직원 막말 음성 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 행위에 대한 사과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남양유업 사태가 여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초였다. 남양유업 30대 영업 사원이 약 3년 전 한 대리점 주에게 물품 구매를 강요하는 욕설 녹취록이 소셜네트워크와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였다.

당시 공개된 2분30초 분량의 녹음 파일에는 "죽기 싫으면 (물량) 받아", "맞짱 뜨려면 들어오든가. XX야", "나가던가. XX 놈아" 등의 폭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남양유업이 각 대리점에 물량을 할당하는 이른바 '밀어내기' 관행도 녹취록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남양유업은 곧장 '사과' 모드로 들어갔다. 자사 누리집에 대표이사 명의로 "실망을 안겨드린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란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고, 그래도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기자회견을 자청해 임직원 10명이 고개를 숙였다.

당시 남양유업은 "환골탈태의 자세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이번 사태를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대리점과 함께 성장·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남양유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남양유업의 사과와 불공정 거래 개선 약속은 그 신속함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에 강한 의심을 받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사과 기자회견과 함께 발표한 상생 방안이 '밀어내기' 관행을 근절하기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선언적이라는 점. 그리고 추락하던 자사 주식을 대량 매각한 홍원식 회장은 끝내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관련 기사 보기 : 남양유업 사과, '지분 매각' 회장은 불참…"위기 모면용, "남양유업 사과? 꼬리 자르기 쇼에 가슴 미어져")

"어용" 대리점 협의회 발족과 고의적 이중 교섭 의혹

욕설 녹취록이 공개되고 열흘 뒤인 5월 13일, 남양유업 피해 대리점주들은 '피해자대리점 협의회'를 결성하고, 남양유업과 밀어내기 관행 근절법과 그간 발생한 피해 보상 등을 주요 의제로 협상에 돌입했다.

그러던 중 5월 23일, '어용'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대리점 협의회가 발족했다. 피해 대리점협의회가 '전직' 대리점주들로 주로 구성됐다면, 당시 새로 발족한 협의회는 1100여 명의 '현직' 대리점주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남양유업 불매 운동이 확산함에 따라 각 대리점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며 피해 대리점 협의회와는 선을 그었다.

이렇게 협상은 6월 중순까지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됐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고의적으로 이중 교섭'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피해 대리점 협의회에 따르면 양측은 6차 교섭이 열렸던 지난달 7일에는 타결안 문구까지 정해 최종 교섭회의를 하기로 쌍방 동의했었다. 그러나 일주일 후인 14일, 남양유업은 협상 실무위원 중 한 사람인 변호사가 아프다며 갑자기 불참을 통보한 후 이후 협상 일정을 조율하지 않았다.

그리고 3일 후인 17일 남양유업과 현직 대리점 협의회는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 원천 차단 △대리점 지원 상생기금 500억 원 조성 △긴급생계자금 120억 원 즉시 지원 등을 합의하고 언론에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이창섭 피해 대리점 협의회 회장은 3일 "남양유업은 우리 측 교섭을 지연시키며, 어용 단체와의 타결을 이끌어내 언론과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하는 편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3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피해 대리점 협의회 측과도 교섭이 진행 중이었다"며 "이중 교섭 의혹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교섭 '결렬'…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 지난 6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남양유업 현직 대리점주들이 어용협의회 탈퇴 및 협상타결 무효화선언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피해 대리점 협의회는 지난달 19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당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 대리점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앞에서는 모든 요구를 받아줄 것처럼 행동했지만, 뒤로는 어용 단체에 힘을 실어주며 방패막이로 사용했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언했다.

다음날에는 현직 대리점 협의회에 속해 있었던 점주 20여 명이 집단으로 협의회를 탈퇴하고, "남양유업이 합의안에 찬성해야 본사의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와 관련, 이동주 전국 '을'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정책 실장은 3일 "현재까지 현직 대리점 협의회에 속해 있었던 점주 가운데 약 80여 명이 탈퇴해 피해 대리점 협의회로 가입하거나 가입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종안 제시…거부 시 전국적 불매운동"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양유업 피해 대리점 협의회 측은 "가장 합리적인 요구안을 오늘 본사 측에 제출한다"며 "이 최종안마저 거부한다면,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국 중소상공인들이 전국적 불매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종안의 구체적 내용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로 단식 15일째인 이창섭 회장은 "15일이 아니라 150일이 되더라도 흘린 땀만큼의 최소한의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단식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밥 먹기 위해 굶어야 하는 사회가 되지 않고, 저녁 한 끼 나눌 수 있는 상생의 사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리에 함께한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은 "갑의 횡포의 민낯을 가장 처음, 그리고 많이 보여준 남양유업이 여지껏 제대로 된 상생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상생안을 제시해 협상이 타결되면, 민주당이 나서 먼저 남양유업 우유를 마시고 판촉 행사를 벌여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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