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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풀어놓은 골렘, 박근혜가 잡아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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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가 풀어놓은 골렘, 박근혜가 잡아넣어라!

임기 중 핵발전소 폐쇄해야, 한 기 해체에 최소 6000억 원

"이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원자력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과학기술 면에서도 커다란 전환점을 이룩하게 되었다. 원자력 발전소를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건설하고 그 1호기 준공식을 갖게 된 것은 참으로 조국 근대화와 민족중흥의 도정에서 이룩한 하나의 기념탑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스물한 번째로 핵 발전국 대열에 참여하게 되어 과학 한국의 모습을 자랑하게 되었다."

지난 1978년 7월 2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최초의 핵발전소 고리 1호기 준공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35년이 지났다. 이미 그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6월, 30년의 설계 수명이 끝난 상태다. 현재는 2008년 1월 재가동 승인을 받아서 10년의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예정대로라면 2017년에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 중이다.

실제로 박근혜 당선인은 한국 최초로 핵발전소를 닫는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연 핵발전소를 딸 박근혜 당선인이 닫아야 하는 것. 하지만 정작 박근혜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핵발전소를 중단하는 일, 즉 핵발전소 폐쇄를 놓고는 일언반구도 없는 상황이다.

고리 1호기 이어서 월성 1호기도 수명 연장?

오히려 상황은 정반대다. 핵발전소의 안전 관리를 총책임지는 대통령 직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인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핵발전소에 대한 총체적 안전 검사인 '스트레스 테스트'의 실행 방안을 보고했다. 그 대상으로는 설계 수명 30년이 넘은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가 꼽혔다. 고리 1호기를 따라서 월성 1호기도 2012년 11월 20일로 설계 수명을 다했다.

잦은 고장, 납품 비리, 사고 은폐 등으로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한 핵발전소의 안전 검사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 테스트를 놓고 환경 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 검사지 오래된 핵발전소를 다시 가동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에 이어서 월성 1호기도 수명 연장을 추진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2009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월성 1호기의 재가동 신청서를 제출했다. 심사 기간은 서류 제출일로부터 18개월 이내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39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심사 중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1호기처럼 월성 1호기도 10년간의 승인 연장을 해주리라는 것에는 대체로 부정하는 이들이 없다. 최근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서 애초 대통령 직속의 중앙 행정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핵 발전 진흥을 진두지휘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산하 기관으로 격하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 준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 테스트가 진행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수순 밟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헌석 대표는 "월성 1호기처럼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는 재가동을 염두에 둔 스트레스 테스트를 할 것이 아니라, 가동 중단 즉 폐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핵발전소 고리 1호기 전경. ⓒ프레시안(이대희)

왜 핵발전소 폐쇄를 말하지 못하나?

물론 애초 설계 수명보다 핵발전소를 더 가동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은 아니다. 전 세계의 많은 핵발전소가 애초 설계 수명보다 더 가동한다. 하지만 지금 수명 연장 심사 중인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조차도 안전장치에 아쉬움을 표하는 곳이다. 비상 냉각 장치의 설치가 그 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만약의 사고로 원자로를 식힐 냉각 장치가 제 기능을 못할 때 가동하는 비상 냉각 장치는 복수로 설치돼야 한다"며 "월성 1호기는 그 비상 냉각 장치가 한 개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 개 더 설치하라고 권고했으나 한국수력원자력이 '오래된 핵발전소라 불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영광 5호기, 6호기 등에 품질 보증서를 위조한 불량 부품이 최근까지 10년 이상 쓰인 사실이 확인된 것도 걱정을 부추긴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전국의 핵발전소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수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불량 부품 수천 개가 끼어 있으니 걱정이 안 될 리 없다.

월성 1호기는 지난 30년간 총 39회의 고장이 있었다. 2012년에도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두 차례의 고장이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한 번은 작은 부품 고장, 다른 한 번은 기술자의 기기 조작 실수"라며 "월성 1호기를 비롯한 핵발전소는 티끌만 한 문제가 있어도 일단 자동 정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안전하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핵발전소 사고는 원래 티끌만 한 문제나 혹은 평상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비교적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확인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사고는 하나씩만 일어났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작은 고장'과 '인간의 실수'가 운이 없게도 연달아 겹쳐서 일어났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역시 1971년 가동을 시작해 40년간 문제가 없었다. 여러 차례의 고장이 있었지만 모두 "핵발전소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지진과 지진 해일이 이 핵발전소를 덮치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그토록 자신했던 안전장치는 하나도 제구실을 못했다.

핵발전소 한 기 폐쇄, 적게 잡아도 6000억 원

설계 수명이 다 된 핵발전소라도 당장은 땜질해서 쓸 수는 있다. 수명을 연장한 핵발전소가 운 좋게도 큰 문제 없이 가동한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이다. 하지만 영원히 가동할 수 있는 핵발전소는 없다. 이것이 한국수력원자력 또 박근혜 당선인이 직시해야 할 불편한 진실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재깍재깍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진실을 부정하는 것일까?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은 "핵발전소 폐쇄에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지 모든 시민이 알게 되면 그것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러 일이야말로 핵발전소 유지, 확대에 목매는 핵 마피아들이 피하고 싶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핵발전소 폐쇄에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비용이 든다. 지식경제부는 2011년 말 핵발전소 한 기당 해체 비용을 3900억 원으로 산정했다. 이 정도도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28일 해체 비용을 6033억 원으로 올렸다.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된 비용이라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존 추산 비용보다 약 두 배가 증가한 금액이지만 여전히 국제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예측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5일 감사원이 발표한 <국가 핵심 기반 시설 위기 관리 실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낙관적일 정도로 핵발전소 폐쇄 비용을 낮게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산정한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을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적용해 계산하면 9860억 원(2011년 말 기준)에 달한다. 2011년 12월 19일 일본의 추산을 보면, 핵발전소 한 기당 해체 비용은 680억 엔이다. 이는 현재(2013년 1월 17일) 환율 기준으로 8122억9400만 원에 달한다.

시간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20~30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의 설계 수명 30년에 육박하는 기간이다.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핵발전소를 폐쇄하더라도, 약 15년 정도는 계속해서 냉각기를 돌리면서 원자로 안의 방사성 물질이 자연적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핵발전소 폐쇄를 준비하라!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한국은 아주 작은 연구용 원자로 외에는 핵발전소의 원자로를 폐로 해본 경험이 없다"며 "핵발전소 폐쇄에 얼마나 큰 비용이 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지 명백하게 드러난다면 핵 발전에 찬성하는 이들이 되뇌는 '핵발전소는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도 "박근혜 당선인은 이제 핵발전소 폐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핵발전소 폐쇄 문제는 찬핵/반핵 갈등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핵 발전 찬성파도 낡은 핵발전소를 해체하는 데는 찬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낡아서 못 쓰게 된 기계는 버려야 하듯이 오래된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1978년 7월 20일자. ⓒnewslibrary.naver.com

그렇다면, 박근혜 당선인 앞에는 핵발전소 폐쇄와 동시에 새로운 핵발전소를 짓는 선택지밖에 없을까?

과학학자 해리 콜린스와 트레버 핀치의 비유를 빌리자면, 핵발전소는 유대교 신화에 나오는 '골렘'이다. 그것은 사람의 명령을 따르고 일을 대신 해주며 위협적인 적으로부터 보호한다. 그러나 통제를 받지 않은 그것은 손발을 마구 휘둘러 주인을 파괴한다. 자신이 가진 힘도 모르고 자신이 얼마나 서투르고 무지한 존재인지도 알지 못한다.

이 골렘 핵발전소를 우리에서 풀어놓은 장본인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1978년 7월 20일 핵발전소만 찬양한 것이 아니었다. 한 차례의 석유 파동(1973년)을 호되게 겪고 또 다른 석유 파동(1979년)을 대비하던 그는 다음과 같은 다짐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를 넘어서는 지도자가 되려는 박근혜 당선인이 '원자력 시대'의 황혼기에 들어야 할 충고는, 아버지의 다음과 같은 당부가 아닐까? 아버지가 풀어놓은 골렘은 다시 우리 안에 가두고.

"기름 한 방울을 아끼고 전기 사용에서도 낭비를 삼가는 알뜰한 생활 태도를 미풍으로 삼으면서 한편으로는 태양열, 조력, 풍력 등 새로운 자원을 연구 개발하는 데도 더욱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하겠다. 넉넉한 부존자원을 갖지 못한 우리가 세계의 부강한 나라들과 어깨를 겨루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평소에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기풍을 계속 길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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