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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투표가 뭐가 중요하냐구요? 졸라 중요합니다"

[정희준의 '어퍼컷'] 20대가 이런 거였어!?

사실 제가 대학 다닐 땐 '정규직,' '비정규직'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취업의 목표가 '종합상사' '은행' '건설회사'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초등학생도 정규직이라고 한다지요.

정규직은 이제 인격에 앞서는 그 무엇이 되었고 그것으로 사람을 품평하기도 합니다. 딸 결혼시키려는 부모가 사윗감 고를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게 "정규직이에요?"라더군요. 또 명절날 만난 친척 어른은 직장에 다닌다고 했는데도 굳이 "정규직이냐?"라는 송곳 같은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진답니다.

정규직이라는 단어는 이 시대가 불안의 시대로, 그리고 생존만을 쫓는 메마르고 인정머리 없는 시대로 전락했음을 듬뿍 가르쳐 줍니다.

"20대가 이런 거였어!?"

대한민국은 먹고살 만해졌다는데 20대는 왜 이렇게 힘들고도 복잡할까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등록금에 학원비도 내야하고, 당연히 돈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공부할 시간은 부족하고, 이도 저도 안 되니까 휴학을 했다가 졸업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출을 받는 게 요즘 청춘들의 삶입니다.

요즘 대학 졸업식이란 수많은 청년들을 채무자로 만들어 세상으로 몰아내는 세리머니가 돼버렸습니다. 은행에 다니는 분이 그러시더군요. 대학 졸업하면서 500만 원 이상 대출을 받은 청년들은 그 빚을 중년이 돼서도 못 털어낸다구요. 그러니 요즘 청년들을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 부른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청년들에게서 사랑마저 앗아간 사회. 이게 도대체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입니까.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스펙에 '올인'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하셔야죠. 그런데 문제는 스펙에 올인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관문을 통과하는 건 더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정규직 취업의 기회는 점점 줄고 있죠, 거기에 후배들까지 계속 밀려오죠, 게다가 번듯한 직장의 대표 격인 공기업마저 민영화 되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취업 기회가 계속 줄어드는 지금의 현실에서 여러분의 미래는 바뀌기 어렵습니다. 더욱 더 심한 병목 현상 속에서 여러분들만 서로 박 터지게 싸우게 되는 겁니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생산성을 지닌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데 가난한 사람은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모순이죠. 우리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보다 더 못 살던 옛날에도 직장에 들어가면 그곳이 바로 평생 직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빛나는 경제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이라는데 왜 평생 직장은커녕 정규직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이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생각해봅시다. 여러분들이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이유는 '뽑히기' 위해서입니다. 기업에 의해 뽑히기 위해 여러분의 청춘을 다 바치고, 대출까지 받고, 또래 친구들이 먼저 자빠지기를 기도하기도 하지만 실상 뽑히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걸 바꿔야 합니다. 여러분이 그들에 의해 뽑히려 발버둥 칠 게 아니라 그들이 여러분을 뽑게 만드는 겁니다. 그들로 하여금 여러분들을 뽑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겁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차라리 세상을 바꿔라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오늘 대통령 선거가 있잖아요. 투표하면 됩니다. 투표한다고 세상이 바뀌냐고요? 바뀝니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졸라' 중요합니다.

스펙 쌓기보다 투표하기가 여러분의 미래를 바꾸기 쉽습니다. 여러분들이 뽑히기 위해 아등바등 하는 것보다 차라리 세상을 바꾸는 게 차라리 더 쉽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되면 반값등록금 될 거구요, 청년취업 활성화 될 거구요, 정규직 늘어날 겁니다. 또 그렇게 되면요 누구 혼자 스펙 쌓아서 간신히 취직하는 게 아니고 여러분들이 무더기로 취직이 될 겁니다.

두 대선 후보 모두 경제 민주화를 외칩니다. 이거 잘 할 대통령 뽑으면 됩니다. 그런데 경제 민주화가 제대로 되려면 재벌 개혁을 해야 합니다. 이거 없이 경제 민주화 없습니다. 재벌이 잘 돼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이야기 많이 들을 거예요. 아닙니다. 지금 재벌들이, 아니 재벌들만 너무 잘 돼서 여러분들 취직이 안 되는 거예요.

한 번 보세요. 5대 재벌이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은 무려 70퍼센트예요. 그런데 이들 재벌이 여러분을 얼마나 취직시켜 줄까요? 3퍼센트도 안 돼요. 그래도 어쨌든 대기업에 취직만 하면 된다고요? 아니에요. 대기업에 입사해도 그 회사에서 임원이 될 확률은 고작 0.6퍼센트밖에 안 된답니다. 이 얘기가 무슨 얘기냐. 입사 동기 167명 중 한 명만 임원이 된다는 얘깁니다. 그럼 이건 또 무슨 얘기냐. 나머지 166명은 나이 쉰 전에 회사에서 쫓겨난다는 얘깁니다.

그럼 중소기업을 한 번 볼까요? 사실 우리나라 고용의 대부분은 중소기업들이 해줍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 재벌들 때문에 호되게 시달립니다. 단가 후려치기, 어음 남발, 일감 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을 피 말리게 하고 심지어 부도까지 나게 합니다. 결국 재벌은 고용에 기여하기는커녕 고용의 대부분을 떠맡고 있는 중소기업마저 고용을 할 수 없게 괴롭히는 거죠. 여기에 사내 하청과 골목 상권 침해 문제까지 더하면 재벌은 청년 실업, 비정규직, 저임금,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지요.

투표하면 바뀝니다

그런데요 이번에 대통령 되겠다고 나선 두 후보 중에서 경제 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재벌 개혁은 모른 채 하는 후보가 있더군요. 이 분은 자기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분입니다. 경제 민주화는 바로 재벌의 횡포 때문에 생겨난 개념입니다. 재벌 개혁 없이 경제 민주화하겠다는 것은 브로콜리를 자꾸 소나무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알고 보니 그 분은 반값 등록금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게 실상은 '차등 등록금'이고 '장학금 확대'더군요. 여러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는 공약입니다. 청년 취업도 '활성화 시키겠다,' '확대하겠다'고 수백 번 이야기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내용은 없더군요.

투표하세요. 작년 서울 시민은 대머리에 이름도 촌스런 아저씨를 시장으로 뽑았는데 시장 되자마자 초등학교 전면 무상 급식 실시하고, 서울시 산하 비정규직 3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바꿔주고, 서울시립대학교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췄습니다. 인문사회 계열 등록금이 102만 원이랍니다. 그래서 많은 서울시립대 학생들은 지금 '공부만' 합니다.

지도자 잘 뽑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투표하세요. 여러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이렇게 참 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하세요. 이번에 자식 좀 도와달라고. 참, 아버지께 괜히 그런 말 꺼내면 부자, 부녀 간 의만 상합니다. 제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한테 이야기 하세요. 어머니는 들어주실 거예요. 그리고 어머니가 아버지를 설득해 주실 거예요.

정치, 밥 먹여줍니다

청년 여러분. 여러분은 앞으로도 계속 혼자 뽑힐 때까지 스펙을 쌓으시겠어요, 아니면 그들로 하여금 여러분들을 뽑게 만드시겠어요. 여러분은 다니는 학교의 등록금이 일정하게 반값이길 원하세요, 아니면 성적이나 가정 형편에 따라 매학기 등록금과 장학금 액수가 달라지길 원하세요. 후자는 확실히 긴장감(?) 있는 대학 생활을 선사할 것 같긴 합니다.

세상은 바꿔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혼자 외롭게 스펙 쌓는 것보다 함께 투표하면 세상을 확 뒤집을 수 있습니다. 세상 바꾸기가 이렇게 쉽습니다.

청년 여러분.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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